
행정
원고 A씨가 2000년부터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며 유해물질에 노출되다가 2020년 희귀질환인 악성크롬친화세포종을 진단받고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불승인 처분을 받자 이를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원고의 업무 환경, 유해물질 노출, 희귀질환의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고, 근로복지공단의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했습니다.
원고는 2000년 11월경부터 약 15년간 반도체 공장의 '클린룸'에서 증착 공정 엔지니어로 일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TEOS, TED, TMOP 등 액체가스를 교체 투입하고, 가스 누출 여부를 후각으로 직접 점검하며, 장비 세정을 위해 불산(HF) 수조에 부품을 담그고 유기용제(에틸렌글리콜, IPA, 시너 등)를 사용하는 등 여러 유해물질에 직접적·간접적으로 노출되었습니다. 특히 원고가 근무한 클린룸은 특수 밀폐 공간으로, 다른 공정(포토 공정의 벤젠, 포름알데히드; 이온주입 공정의 아르신, 비소 등 국제암연구소 1A 등급 발암물질)에서 발생한 유해물질에도 노출될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원고는 2011년경 부신의 갈색세포종을 진단받고 치료받던 중, 2020년 3월경 '악성크롬친화세포종, 종격의 전이성 악성 종양'이라는 희귀질환을 진단받았습니다. 원고는 이 상병이 업무 중 유해물질 노출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피고 근로복지공단은 상병과 업무상 노출된 물질 간의 객관적 연관성을 인정할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2021년 10월 8일 불승인 처분을 내렸습니다. 피고는 이 과정에서 별도의 역학조사 등을 포함한 전문 조사를 거치지 않았습니다.
첨단산업 분야에서 희귀질환이 발병했을 때, 의학적·자연과학적 인과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법적·규범적 관점에서 어떻게 인정할 것인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특히 유해물질 노출과 희귀질환 발병 사이의 연관성을 증명하기 어려운 경우, 산업재해보상보험 제도의 목적과 기능을 고려하여 인과관계를 추단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근로복지공단이 2021년 10월 8일 원고에게 내린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원고의 반도체 공장 근무 중 유해물질 노출과 희귀질환 발병 사이에 법적·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첨단산업의 특성상 불확실한 위험에 대한 사회적 보상 필요성과 산업재해보상보험 제도의 사회적 기능을 고려하여, 의학적·과학적 증명이 어렵더라도 인과관계를 쉽게 부정할 수 없다는 법리를 적용했습니다.
이 사건은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에 따라 판단되었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 (업무상의 재해 인정 기준): 이 법률은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질병을 인정하기 위해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이때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법적·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그 증명이 있다고 봅니다. 산업재해의 직접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근로자의 취업 당시 건강상태, 질병의 원인, 작업장의 유해물질 유무, 발병원인 물질이 있는 작업장에서 근무한 기간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경험칙과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인 추론을 통해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사건에서는 첨단산업 분야에서 유해 화학물질로 인한 질병에 대해 근로자를 보호할 현실적·규범적 이유가 있는 점, 산업재해보상보험 제도의 목적(사회적 안전망 제공, 산업과 사회 전체의 비용 분담)과 기능(첨단산업의 발전 장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희귀질환처럼 그 인과관계를 현재 의학과 자연과학 수준에서 명확히 규명하기 어렵더라도, 그러한 이유만으로 인과관계를 쉽게 부정할 수 없다는 법리를 적용했습니다. 작업환경에 여러 유해물질이나 유해요소가 존재하는 경우, 개별 유해요인들이 특정 질환의 발병이나 악화에 복합적·누적적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110조 (물질안전보건자료의 작성 및 제공): 이 조항은 사업주가 화학물질 등의 유해성·위험성 정보를 담은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작성하고 제공하도록 의무화합니다. MSDS에는 안전 및 보건상 취급주의 사항, 건강 및 환경에 대한 유해성, 물리적 위험성 등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취급한 유해물질의 MSDS에 각 물질의 건강 유해성이 기재되어 있었으나, 희귀질환인 이 사건 상병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명시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MSDS에 특정 유해성에 대한 내용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으며, 해당 유해물질이 이 사건 상병과 무관하다고 볼 사정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