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이 사건은 의사 A가 다른 의사 B에게 명의를 빌려주어 병원을 개설하고 운영하게 한 후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지급된 요양급여비 전액을 환수당하게 되자 이 환수 결정이 무효임을 주장하며 제기된 소송입니다. 법원은 공단의 환수 결정이 처분 사유가 없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으나 당시 법률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있었고 관련 대법원 판례가 확립되지 않은 시점의 처분이었으므로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여 의사 A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2014년 10월경 의사 B는 병원사무장 C의 소개로 의사 A를 월 1,500만 원에 고용했습니다. 이후 의사 A 명의로 'D병원'을 개설하고 사업자등록을 한 뒤 2015년 9월까지 의사 A 명의를 빌려 D병원을 운영했습니다. 2019년 3월 7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D병원이 구 의료법 제4조 제2항(의료인 1인 1의료기관 원칙)을 위반하여 개설·운영되었다는 이유로 2014년 11월부터 2015년 9월까지 D병원에 지급된 요양급여비용 1,036,766,420원을 의사 A에게 환수한다는 결정을 통보했습니다. 이에 의사 A는 이 환수 결정이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명의대여로 개설된 의료기관에 지급된 요양급여비용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환수할 수 있는지 여부와 설령 환수 처분이 위법하다고 하더라도 그 위법성이 무효에 해당할 정도로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인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요양급여비 환수 결정은 처분 사유가 없어 위법하다고 보았으나 이 처분의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무효 사유에 해당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따라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환수 결정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법원은 명의대여 의료기관에 대한 요양급여비 환수 처분이 원칙적으로는 위법하지만 이 사건 처분 당시 관련 법리가 명확히 확립되지 않아 공단의 법률 해석 오류가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결과적으로 환수 처분 자체는 위법하지만 무효는 아니므로 의사 A는 요양급여비 1,036,766,420원을 돌려주어야 합니다.
이 사건은 주로 구 국민건강보험법과 구 의료법 조항 및 관련 대법원 판례의 해석이 쟁점이 되었습니다.
구 의료법 제4조 제2항, 제33조 제8항: 이 조항들은 의료인 1인이 하나의 의료기관만을 개설·운영할 수 있다는 원칙과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 의료인 명의를 빌려주거나 이를 빌리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의사 A가 의사 B에게 명의를 빌려준 행위는 이 조항들을 위반한 것입니다.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 이 조항은 가입자나 피부양자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급여 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을 징수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공단은 D병원에 지급된 요양급여비가 이 조항에 따라 환수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5두36485 판결의 법리: 이 판결은 의료인으로서 자격과 면허를 보유한 사람이 의료법에 따라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요양급여를 실시했다면, 설령 다른 의료인의 명의를 사용하여 의료법을 위반한 경우라도, 그 사정만으로 해당 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를 실시할 수 없는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거나, 요양급여비 수령이 '부당한 방법'에 해당한다고 보아 환수할 수는 없다고 명시했습니다. 이 판례에 따라 D병원이 의료법을 위반했더라도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에 따른 요양급여비 환수는 할 수 없으므로 공단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된 것입니다.
행정처분의 당연무효에 관한 법리 (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2두3743 판결 등 참조): 행정처분이 당연무효가 되기 위해서는 그 하자가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한 '중대한'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명백'해야 합니다. 법리가 명백히 밝혀져 그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없음에도 행정청이 규정을 잘못 적용한 경우에만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다고 봅니다. 이 사건 처분 당시에는 관련 대법원 판례가 나오기 전이었고 하급심 판결도 엇갈려 법률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있었으므로 공단의 처분이 위법하더라도 하자가 명백하다고 볼 수 없어 무효가 되지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의사 면허나 명의를 빌려주어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운영하게 하는 행위는 의료법을 위반하는 중대한 행위이며 엄격한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명의대여 병원에 지급된 요양급여비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환수 결정을 내릴 수 있지만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의료인이 의료법을 위반하여 다른 의료인 명의로 병원을 개설했더라도 해당 병원이 요양급여를 실시할 수 없는 요양기관으로 볼 수는 없으므로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에 따른 환수는 할 수 없습니다. 다만 환수 처분에 위법한 하자가 있더라도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처분이 무효가 되는지는 처분 당시의 법률 해석과 판례의 확립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처분 시점에 법률 해석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었다면 비록 잘못된 해석이라도 하자가 명백하다고 보기 어려워 무효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유사한 상황에서는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여 자신의 상황과 처분 시점의 법률 및 판례 동향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