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생산관리직원 A씨가 차량용 금속프레임 제조회사에서 약 8년간 도장, 용접 공정 관리 및 직접 작업에 참여하며 유기용제, 용접 흄 등에 노출된 후 '진행성 전신경화증' 진단을 받자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공단은 질병의 원인이 불분명하고 업무관련성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불승인 처분을 내렸다. 이에 A씨는 불승인 처분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A씨의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2009년 7월 21일 ㈜B에 입사하여 생산관리 업무를 수행했고 2015년 8월 1일부터는 거래처인 C 사업장에서 용접, 도장 등의 작업 관리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작업자 결원 시 직접 도장 보조 작업이나 설비 유지·보수 작업을 수행하며 벤젠, 톨루엔 등 유기용제와 용접 흄에 노출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2017년 6월 '진행성 전신경화증' 진단을 받은 후 2018년 11월 22일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공단은 2020년 11월 3일 질병의 발병원인이 알려지지 않았고 업무관련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요양불승인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에 A씨는 해당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생산관리직원 A씨에게 발병한 희귀질환인 '진행성 전신경화증'이 업무 수행 중 유해인자 노출 등으로 인해 발생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 즉 A씨의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였습니다.
법원은 원고 A씨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A씨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이는 피고 근로복지공단의 요양불승인처분이 적법하다는 의미입니다.
법원은 원고 A씨가 유기용제, 용접 흄 등 유해인자에 노출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노출 수준이 '진행성 전신경화증'을 유발할 만큼 상당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작업환경 측정 결과 유해인자 노출이 노출기준보다 현저히 낮았고, A씨의 업무 특성상 간헐적으로 적은 시간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유해인자 복합 노출 및 과로·스트레스 주장만으로는 인과관계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의학적 근거도 부족하다고 보아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업무상의 재해의 정의): 이 법은 '업무상의 재해'를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로 정의하며,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명시합니다. 상당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될 필요는 없지만, 취업 당시 건강상태, 기존 질병 유무, 업무 성질 및 근무환경 등 간접 사실을 통해 인과관계를 추단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이는 원고가 해당 질병이 업무로 인해 발생했음을 증명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대법원 2016. 8. 30. 선고 2014두12185 판결 참조).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2호 가목(업무상 질병의 범위): 근로자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물리적 인자, 화학물질, 분진, 병원체, 신체 부담을 주는 업무 등 근로자의 건강에 장해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을 취급하거나 그에 노출되어 발생한 질병을 업무상 질병으로 규정합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 [별표3] 제11호 사목(유기용제 노출에 의한 전신경화증): 급성 중독 등 화학적 요인에 의한 업무상 질병의 하나로 '톨루엔, 크실렌, 스티렌, 시클로헥산, 노말헥산 등 유기용제에 노출되어 발생한 전신경화증'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즉, 유기용제 노출이 전신경화증의 업무상 질병 원인이 될 수 있음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4조 제1항 제2호 및 제3호(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 단순히 업무상 질병의 범위에 속하는 질병에 걸렸다고 해서 모두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유해·위험요인에 노출된 업무시간, 종사 기간 및 업무 환경 등을 고려하여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인정되어야 하고, 질병 발생의 원인이 해당 유해·위험요인 노출 때문이라고 의학적으로 인정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원고는 유해인자에 노출된 사실뿐만 아니라 그 노출 수준이 질병을 발병하게 할 수 있는 정도였음까지 입증해야 합니다. 화학물질 및 물리적 인자의 노출기준(고용노동부 고시 제2020-48호): 이 고시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 및 물리적 인자에 대한 작업환경 평가와 근로자 건강 보호를 위한 기준을 정하고 있습니다. '노출기준'은 근로자가 유해인자에 노출될 때 거의 모든 근로자에게 건강상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을 말합니다. 다만, 이 기준은 개인별 감수성 차이로 노출기준 이하에서도 직업병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노출기준 이하라는 이유만으로 직업병 진단을 부정하는 근거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이 점을 고려하되, 이 사건에서는 노출기준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였다는 점을 업무상 질병 인정의 반증으로 활용했습니다.
희귀질환의 경우 발병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경우가 많으므로 업무 관련성을 입증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을 명확히 증명해야 합니다. 단순히 유해인자에 노출되었다는 사실을 넘어, 그 노출 수준이 질병을 유발할 정도로 상당했음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작업환경 측정 결과가 노출기준 미만으로 나왔더라도 이것이 직업병이 아니라는 직접적인 증거가 될 수는 없지만, 법원은 노출수준을 판단할 때 중요한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노출기준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면 인과관계 인정이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작업환경이 비정상적인 상황(정전, 설비 고장 등)으로 인해 측정된 노출 수준보다 실제 노출이 더 높았다는 주장을 하려면,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해야 합니다. 자신이 주로 관리 감독 업무를 수행했더라도 직접 작업에 참여한 빈도, 시간, 노출 수준 등을 구체적으로 소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간헐적인 작업 참여는 업무상 재해 인정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여러 유해인자(화학물질, 과로, 스트레스 등)의 복합 노출 및 상승작용을 주장할 경우에도, 주된 유해인자의 노출 정도가 질병 유발에 충분하지 않다면 다른 요인들만으로는 인과관계를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진료기록 감정 등 의학적인 평가를 통해 업무 관련성에 대한 의학적 근거를 확보하는 것이 업무상 재해 인정에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회피할 경우 인과관계 입증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