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공원 조성 사업 신기술 입찰 정지 가처분 사건

A 주식회사가 B시를 상대로 제기한 '계약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에서, A 주식회사는 B시가 진행한 특정기술 심사 및 입찰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어 무효이므로, 낙찰자인 C 주식회사와 체결한 신기술·특허 사용협약의 효력을 정지하고 그 이행을 금지해달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A 주식회사가 주장하는 입찰 절차의 하자가 계약을 무효화할 정도의 중대한 하자로 보기 어렵고,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기까지 2년 이상 시간이 지났다는 점 등을 종합하여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A 주식회사: D 조성공사의 하도급 설계사의 지시를 받아 설계 용역 업무를 수행한 회사이자 이 사건 가처분 신청의 채권자입니다.
• B시: D 조성공사의 발주자이자 특정기술 심사 및 입찰을 공고하고 진행한 지방자치단체로, 이 사건 가처분 신청의 채무자입니다.
• C 주식회사: B시가 공고한 특정기술 심사 및 입찰에서 낙찰자로 선정되어 B시와 신기술·특허 사용협약을 체결한 회사입니다.
• 주식회사 E: D 조성공사의 하도급 설계사입니다.
• 주식회사 I: 이 사건 공사의 설계사입니다.
• K: 주식회사 I 소속 직원으로, 전문가 검토의견서 내용을 임의로 삭제하여 사문서위조죄 및 위조사문서행사죄로 벌금 2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습니다.

분쟁 상황

D 조성공사의 설계 용역을 수행했던 A 주식회사는 B시의 제3차 도시공원위원회가 A 주식회사가 작성한 디자인을 토대로 'G'을 설치하기로 결정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후 B시가 설계사를 통해 받은 전문가 검토의견서에서 'G' 재질의 친환경성과 안전한 공법 설치의 필요성이 언급되었으나, B시의 요구로 이 의견서의 핵심 내용이 삭제되어 사문서 위조가 발생했습니다. 이후 B시는 'L'에 대한 특정기술 입찰을 공고했고, A 주식회사를 포함한 4개 업체가 참여한 가운데 C 주식회사가 1순위로 선정되었습니다. A 주식회사는 이 입찰이 위조된 사문서를 기초로 진행되었고, 도시공원위원회의 결정에 반하여 입찰 대상 기술이 변경되었으며,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기 위해 가점 부여 기준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B시와 C 주식회사 간의 신기술·특허 사용협약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B시가 진행한 특정기술 입찰 절차가 위조된 사문서를 기초로 하였고, 도시공원위원회의 결정에 반하여 입찰 대상을 변경했으며,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기 위해 가점 부여 기준을 위반했다는 A 주식회사의 주장이 타당한지 여부입니다. 둘째, 이러한 주장이 인정될 경우 B시와 C 주식회사 사이의 신기술·특허 사용협약이 무효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시점이 입찰 결과 발표 후 2년 이상 경과한 상황에서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A 주식회사의 신청을 기각하고, 소송 비용은 채권자인 A 주식회사가 부담하도록 결정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채권자 A 주식회사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었습니다.

1. 'G' 기술을 특정할 경우 사실상 A 주식회사만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어 입찰의 공공성 및 공정성을 해할 우려가 있어, B시가 입찰의 특정기술을 'L'로 정한 조치가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2. 비록 전문가 검토보고서가 설계사 직원에 의해 위조되기는 했으나, 이는 부수적인 서류에 불과하며 입찰 내용 결정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 미쳤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B시가 위조에 개입했다고 볼 증거도 없습니다.
3. B시가 발주자의 지위에서 환경신기술에 대해 가점을 부여한 것이 부당하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설령 가점 부여가 위법하더라도 해당 가점을 제외한 점수 산정 시에도 C 주식회사가 여전히 1순위에 해당하여 입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므로, 입찰을 무효로 돌릴 정도의 중대한 하자로 볼 수 없습니다.
4. A 주식회사가 입찰 결과 발표 후 2년 이상 경과한 시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였으므로, 급하게 협약 효력 정지를 구할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당사자가 되는 공공계약의 효력에 대한 법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 공공계약의 법적 성격: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체결하는 계약(공공계약)은 사경제의 주체로서 상대방과 대등한 위치에서 맺는 사법(私法)상의 계약입니다. 이는 민간 기업이나 개인 간의 계약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으므로, 특별한 법적 규정이 없는 한 '사적 자치'와 '계약 자유의 원칙'과 같은 사법의 기본 원칙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 공공계약의 예외적 무효: 그러나 공공계약은 그 특수성을 고려할 때, 계약 관련 법령에 명백히 위반되거나, '비례의 원칙'에 반하여 계약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경우, 또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이를 무효로 하지 않으면 공공계약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에만 예외적으로 무효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0다83182 판결 등이 이러한 법리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이 판례에서는 B시가 공공계약의 발주자로서 특정기술 입찰을 진행한 것이 사법상의 계약 자유 원칙과 공공계약의 특수성 사이에서 어떻게 해석되어야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즉, 일부 절차상 문제가 있었더라도 그것이 계약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거나, 입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면 계약의 효력을 무효화할 정도의 하자로 보지 않는다는 법원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 입찰 공정성 및 특혜 여부 판단: 특정 기술 입찰에서 특정 업체가 독점적인 지위를 가질 수 있는 상황이라면, 발주처가 다른 기술을 포함하여 경쟁을 유도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공공성과 공정성을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고 법원은 판단할 수 있습니다. 특정 특허 공법만이 가능한 기술로 입찰을 한정할 경우, 입찰이 실질적인 경쟁 없이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 부수 서류의 중요도: 입찰 과정에서 제출된 여러 서류 중 일부가 위조되거나 문제가 있더라도, 해당 서류가 입찰의 핵심 내용이나 결과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은 '부수적인 서류'에 불과하다면, 그 하자만으로 계약 전체가 무효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서류의 중요성과 계약 결과에 미친 영향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가점 부여 기준 및 결과에 미치는 영향: 발주처는 특정한 평가 기준에 따라 가점을 부여할 수 있는 재량권을 가집니다. 만약 가점 부여가 위법하다고 하더라도, 해당 가점을 제외하더라도 입찰 순위나 결과에 변동이 없는 경우에는 그 위법성이 계약을 무효로 할 만큼의 중대한 하자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 권리 행사 시기의 중요성 (보전의 필요성)​: 어떤 계약의 효력을 정지하거나 이행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과 같은 '보전처분'은 권리 침해 상태가 시급하게 제거되어야 할 때 인정됩니다. 계약 체결이나 입찰 결과 발표 후 상당한 시간이 경과하도록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뒤늦게 신청하는 경우, 법원은 '보전의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신청을 기각할 수 있습니다. 문제가 발생했다고 생각되면 가능한 한 빨리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