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탄올 중독으로 시력을 잃거나 뇌 손상을 입은 파견 근로자들의 손해배상 사건

휴대전화 부품 제조 공장에 파견되어 일하던 세 명의 근로자(원고 A, B, C)가 작업 중 고농도 메탄올에 노출되어 시력 상실 및 뇌 손상과 같은 중대한 건강 문제를 겪었습니다. 이들은 파견 사업주와 실제 작업장을 운영한 사용 사업주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고, 법원은 이들 피고들이 근로자 안전보건 의무를 소홀히 하여 발생한 사고로 판단하여 원고들에게 총 약 29억 5천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공동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 판결은 파견 근로자에 대한 안전 책임이 파견 사업주뿐만 아니라 사용 사업주에게도 있음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B, C: 휴대전화 부품 제조 공장에서 메탄올에 중독되어 시력 상실 및 뇌 손상 등의 중대한 건강 문제를 겪은 파견 근로자들.
• 피고 주식회사 D, E: 원고 A, B을 'I' 사업장에 파견하고 운영한 파견 사업주 및 사용 사업주.
• 피고 주식회사 F, G, H: 원고 C를 'Q' 사업장에 파견하고 운영한 파견 사업주 및 사용 사업주.

분쟁 상황

원고들은 휴대전화 부품 제조 공장에서 CNC 설비를 이용한 알루미늄 절삭 및 가공 작업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절삭유로 고농도(99.9%) 메탄올이 사용되었고, 원고들은 메탄올이 묻은 제품을 에어건으로 불어 메탄올을 제거하거나 직접 메탄올을 주입하는 등의 작업을 수행했습니다. 문제는 작업장이 메탄올 노출 기준치(200ppm)를 11배 이상 초과하는 1,103~2,220ppm의 메탄올에 노출되어 있었고, 사업주들이 국소배기장치 등 환기 설비를 제대로 설치하지 않았으며, 메탄올의 유해성이나 취급 시 주의사항을 고지하지 않았고, 적절한 보호구(송기마스크, 보호복, 보안경 등)도 지급하지 않거나 착용을 지시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결과적으로 원고 A, B, C는 각각 2016년 1월과 2월에 메스꺼움, 구토, 시력 저하, 안구 통증, 현기증 등의 증상을 겪다가 양안 실명 또는 심각한 시력 손상과 독성 뇌병증, 뇌 손상 등의 치명적인 메탄올 중독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핵심 쟁점

파견 근로자가 유해물질에 노출되어 발생한 산업재해에 대해 파견 사업주와 사용 사업주 모두에게 안전 배려 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있는지 여부와 손해배상액의 구체적인 범위(일실수입, 개호비, 위자료, 산재보험 급여 공제 등)를 결정하는 것이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들의 안전배려의무 위반으로 원고들이 재해를 입었음을 인정하고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1. 피고 주식회사 D, E는 공동하여 원고 A에게 1,055,485,775원, 원고 B에게 979,821,893원 및 각 재해 발생일(원고 A: 2016. 1. 16., 원고 B: 2016. 1. 22.)부터 판결 선고일(2021. 2. 4.)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이자를 지급해야 합니다.
2. 피고 주식회사 F, G, H는 공동하여 원고 C에게 919,446,560원 및 재해 발생일(2016. 2. 17.)부터 판결 선고일(2021. 2. 4.)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이자를 지급해야 합니다.
3.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4. 소송비용 중 1/10은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들이 각 부담합니다.
5. 제1, 2항은 가집행할 수 있습니다.

결론

이 판결은 파견 근로자라 할지라도, 근로자를 고용한 파견 사업주뿐만 아니라 실제 업무 지시와 작업을 관리하는 사용 사업주 모두가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할 의무를 부담하며, 이를 소홀히 할 경우 중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함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또한 유해물질 취급 시 사업주에게 요구되는 구체적인 안전 조치와 그 위반으로 인한 심각한 결과를 강조하며, 산업재해 발생 시 근로자가 받을 수 있는 손해배상의 항목과 산재보험 급여의 공제 방식 등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사용자의 보호의무 및 안전배려의무(민법 제756조 및 대법원 판례)​: 사업주는 근로자가 일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고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합니다. 이 의무를 지키지 않아 근로자에게 손해가 발생하면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합니다.
2.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35조 제1항 및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파견 근로자의 경우, 사용 사업주(파견 근로자가 실제로 가서 일하는 사업장)가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로 간주되어 산업재해 예방 및 안전보건 유지 의무를 직접 부담합니다. 이는 파견 근로자가 사용 사업주의 지휘·감독 아래 일하기 때문에 사용 사업주가 위험 발생을 관리할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3.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4조 제1항 제3호, 제2항 및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제420조, 제422조, 제449조 제1항, 제451조)​: 사업주는 작업장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로 인해 근로자의 건강이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합니다. 특히 메탄올과 같은 '관리대상 유해물질' 취급 시에는 발산원 밀폐, 국소배기장치 설치, 유해성 정보 사전 교육, 적절한 보호구(보호복, 보호장갑, 보안경, 송기마스크 등) 지급 및 착용 지시, 세척 시설 설치 등 구체적인 안전 수칙을 지켜야 합니다.
4.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제80조 제2항, 제3항 및 제57조 제2항: 근로자가 산재보험을 통해 보험급여(휴업급여, 장해급여, 간병급여 등)를 받았다면, 민사상 손해배상액에서 그 금액만큼 공제됩니다. 이는 동일한 피해에 대한 이중 보상을 막기 위한 조치입니다. 특히 장해보상연금을 받고 있더라도, 공제액은 장해보상일시금으로 환산하여 산정됩니다.
5. 민법 제756조 (사용자 책임)​: 타인에게 자기 명의를 사용하도록 허락한 경우, 명의를 사용한 사람이 업무 중 타인에게 손해를 끼쳤다면 명의를 허락한 사람도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는 사업의 실제 운영자와 명의상 사업주 간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6. 가동연한 및 일실수입 산정 기준(대법원 2019다248909 전원합의체 판결 및 1995다31334 판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의 가동연한은 만 65세까지로 봅니다. 일실수입(사고로 인해 잃어버린 수입)은 근로자가 원래 받던 수입과 도시일용노임 중 더 많은 금액을 기준으로 산정할 수 있습니다.
7. 개호비 산정: 피해자의 상해 부위, 치료 경과, 후유장해 정도, 연령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간병인의 필요성과 시간을 판단합니다. 직업적인 간병인 외에 가족이 간병하는 경우도 개호비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8. 형사합의금 공제(대법원 2012도7144 판결)​: 가해자로부터 형사 재판 과정에서 합의금 명목으로 받은 돈은 특별한 언급이 없는 한 손해배상액(재산상 손해)의 일부로 간주되어 민사상 손해배상액에서 공제됩니다.

참고 사항

1. 작업장에서 메탄올과 같은 유해물질을 취급할 때는 관련 법규에 따른 안전보건 조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국소배기장치 설치, 유해물질 정보 교육, 적절한 보호구 지급 및 착용은 필수입니다.
2. 파견 근로자도 사용 사업주(실제 작업을 지시하고 관리하는 회사)로부터 안전보건 의무를 보장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파견 근로자라고 해서 안전 책임이 경감되지 않습니다.
3. 산업재해가 발생했다면, 산재보험 신청과는 별개로 사업주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이때 산재보험 급여는 손해배상액에서 공제될 수 있으니 참고해야 합니다.
4. 유해물질 노출로 인한 질병 발생 시, 업무관련성 평가서나 작업환경 측정 결과 등이 중요한 증거 자료가 될 수 있으므로 관련 자료를 잘 확보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5. 개인의 과실이 있다고 주장될 수 있으나, 사업주의 명백한 안전 의무 위반이 있다면 근로자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거나 아주 적게 인정할 수 있습니다. 작업 방법 미숙, 임의적인 행동 등이 아닌 이상 과실을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6. 외국인 근로자라도 국내 법률에 따라 동등한 보호를 받으며, 영주권자의 경우 한국인과 동일한 기준으로 일실수입 및 가동연한을 산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