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조합의 건설사업관리 계약 해지 분쟁 판결

주식회사 A는 B재건축정비사업조합과 건설사업관리 용역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후 조합 집행부가 교체되면서 B조합은 A회사의 사무실 출입을 막고 계약 해지를 통보했습니다. B조합은 계약이 무효이거나, A회사의 채무불이행, 신뢰관계 파괴 또는 민법상 임의 해지로 계약이 적법하게 종료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A회사가 체결한 건설사업관리 용역계약이 유효하다고 판단하며 B조합의 모든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주식회사 A: 건축물 설계, 감리, 엔지니어링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회사입니다. B재건축정비사업조합의 건설사업관리 용역업체로 선정되었습니다.
• 피고 B재건축정비사업조합: 서울 용산구 C 일대의 주택재건축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조합입니다. 원고와 건설사업관리 용역계약을 체결했으나, 후에 계약 해지를 주장했습니다.

분쟁 상황

피고 재건축조합은 2017년 건설사업관리 용역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을 공고했고, 원고 회사는 주식회사 D과 공동수급체를 구성하여 입찰에 참여해 선정되었습니다. 2018년 1월 양측은 건설사업관리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원고는 업무를 수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2018년 12월 피고 조합의 전 집행부가 해임되고 새로운 집행부가 구성되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새로운 집행부는 2019년 1월 원고의 사무실 출입을 막고 전 집행부와의 협조 중단을 요구했습니다. 이후 2019년 3월 임시총회를 통해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하기로 의결하고, 2019년 9월 원고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계약이 유효함을 확인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는 원고 공동수급체의 입찰 자격 미달, 총회 의결 부재 등으로 계약이 무효이거나, 원고의 채무불이행, 신뢰관계 파괴, 또는 민법상 위임계약의 임의 해지 조항에 따라 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핵심 쟁점

재건축 조합이 건설사업관리 용역업체와 체결한 계약에 대해,

1. 입찰 참가 자격 미달 및 총회 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아 계약이 무효인지 여부
2. 용역업체의 채무불이행 또는 신뢰관계 파괴로 계약이 해지될 수 있는지 여부
3. 민법상 위임계약으로서 언제든지 임의로 해지할 수 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1. 원고와 피고 사이에 2018. 1. 8. 체결한 건설사업관리용역계약은 유효함을 확인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결론

법원은 이 사건 건설사업관리 용역계약의 유효성을 인정하며 피고의 계약 무효 및 해지 주장을 모두 기각했습니다. 공동수급체의 대표사인 원고가 입찰 자격을 충족했고, 계약 체결 당시 조합 총회의 의결 절차도 적법하게 거쳤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고가 주장하는 원고의 채무불이행이나 신뢰관계 파괴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고, 계약 내용에 민법상 임의 해지를 배제하는 특별한 약정이 있다고 보아 피고가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24조 제3항 제5호 (총회 의결 사항)​: 이 법 조항은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은 반드시 조합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이는 조합원들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에 대해 조합원들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절차적 보장을 하기 위한 목적을 가집니다. 만약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체결된 계약은 그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 조합은 이 계약이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아 무효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임시총회에서 건설사업관리 용역업체 선정이 중점적으로 논의되었고, 실제 계약 금액이 예상 견적보다 감액되었으며, 이 계약 체결 경위가 정기총회에 보고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조합원들의 의사가 반영된 것으로 보아 계약이 유효하다고 판단했습니다.
• 민법 제689조 제1항 (위임계약의 해지)​: 민법 제689조 제1항은 위임계약의 각 당사자는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그러나 이 규정은 임의규정이므로 당사자 간의 약정으로 그 적용을 배제하거나 내용을 달리 정할 수 있습니다. 즉, 당사자들이 위임계약의 해지 사유, 절차, 손해배상책임 등을 민법 규정과 다르게 상세히 약정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그 약정에 따르지 않고는 계약을 해지할 수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 조합은 건설사업관리 용역계약이 위임계약의 성격을 가지므로 민법 제689조에 따라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사건 계약서에 '발주자에 의한 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 '건설사업관리자에 의한 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 등의 조항을 통해 해지 사유와 절차를 상세히 정하고 위약금 약정까지 둔 점 등을 근거로, 당사자들이 민법 조항과 다르게 해지 조건을 약정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따라서 피고는 이 계약서에 명시된 해지 사유와 절차에 따르지 않고는 임의로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 채무불이행 및 신뢰관계 파괴에 의한 계약 해지 (입증 책임)​: 계약 해지를 주장하는 채권자는 채무자의 채무불이행 사실을 입증할 책임이 있습니다. 또한, 계속적 계약의 기초가 되는 신뢰관계가 파괴되어 계약 유지가 어렵다는 주장 역시 계약 관계의 소멸을 주장하는 측이 증명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원고의 채무불이행과 신뢰관계 파괴를 이유로 계약 해지를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원고가 월간보고서 및 개별 보고서를 꾸준히 제출했고, 업무 수행이 중단된 것은 피고가 사무실 출입을 막는 등 환경을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았습니다. 또한 피고가 주장한 원고의 미진한 업무 내용은 오히려 피고 측의 전문관리업체나 변호사 업무에 해당한다고 지적하며, 원고의 채무불이행이나 신뢰관계 파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문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 계약 체결 전 입찰 요건 및 절차 확인: 용역업체 선정 입찰 시 공동수급체를 구성하는 경우, 입찰공고 및 지침에 명시된 자격 요건을 대표사가 충족하는지, 대표주관사 지정 등 세부사항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계약의 유효성을 확보하는 중요한 기초가 됩니다.
• 조합 총회 의결의 중요성: 재건축조합과 같은 단체에서는 조합원들의 권리·의무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계약은 반드시 총회 의결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이때 예산 범위 초과 여부와 조합원의 부담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회의록 등 증거를 명확히 남겨야 합니다.
• 계약 내용의 명확화: 민법상 위임계약의 임의 해지 조항(민법 제689조)이 적용되지 않도록 하려면, 계약서에 해지 사유와 절차, 손해배상 책임 등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해야 합니다. 이는 당사자 간의 신뢰를 보호하고 분쟁 발생 시 기준이 됩니다.
• 채무불이행 입증의 책임: 상대방의 채무불이행을 주장하여 계약을 해지하려는 경우, 그 채무불이행 사실을 명확히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갖추어야 합니다. 단순한 불화나 신뢰 관계 파괴만으로는 해지 사유가 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 계약 이행 노력 지속: 계약 당사자 중 일방이 계약이 유효하다고 주장하며 이행 의지를 보이는 경우,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종료시키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업무 수행 환경이 제한되더라도 최소한의 업무보고 등 계약 이행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