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기
피고인 A는 개발사업 자금 조달을 맡아 투자자 G로부터 1억 원을 받아 편취했다는 사기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원심은 피고인 A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 A가 직접 피해자를 기망한 사실이 없으며, 공동 피고인 B을 이용하여 간접적으로 기망했다고 보기에도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피해자에게 '15일 이내 공사 시작'과 같은 기망적인 설명을 한 주체는 B이며, 피고인 A가 B의 의사를 우월적으로 지배하여 사기를 저질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판결은 사기죄의 직접정범 및 간접정범의 성립 요건, 특히 타인을 이용한 간접정범의 경우 '우월적 의사지배'가 핵심적인 판단 기준이 됨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피고인 A는 2018년경 B으로부터 C 개발사업의 자금 조달을 부탁받고 동업을 약속했습니다. 2019년 4월경 D로부터 '브릿지대출' 경비 명목으로 8,000만 원을 빌렸고, 이 중 7,000만 원을 E 등에게 지급했으나 대출은 실행되지 않았습니다.
이후 피고인 A는 D에 대한 변제 압박을 받게 되자, F를 통해 피해자 G를 소개받았습니다. 피고인 A는 B에게 '금융조성비용 1억 원이 필요하니 G을 만나 계약서를 작성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에 B은 2019년 6월 24일 피해자 G를 만나 '보증금 1억 원을 금융비용으로 대주면 80억 원 상당의 공사를 15일 이내에 시작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설명했습니다.
피해자 G는 B의 말을 믿고 2019년 6월 25일 1억 원을 I(주) 명의 계좌로 송금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 A는 이미 브릿지대출이 불확실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피해자에게 공사권을 주거나 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검찰은 판단했습니다.
피해자 G는 약속된 공사권이 주어지지 않고 1억 원도 돌려받지 못하자, F와 B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으나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후 다시 피고인 A를 개인 채무 변제 목적의 사기 혐의로 고소했고, 원심은 피고인 A에게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A가 피해자 G로부터 1억 원을 송금받아 편취한 사기 혐의에 대해, 피고인 A가 직접적인 기망 행위를 했는지 또는 공동 피고인 B을 이용하여 간접적으로 사기를 저질렀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특히 간접정범의 성립 요건인 '우월적 의사지배'가 인정되는지가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원심판결(징역 1년 6월)을 파기하고 피고인 A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합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 A가 피해자 G를 직접 기망했다는 증거가 없고, B을 이용한 간접정범으로 보기에도 B에 대한 우월적 의사지배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피해자를 직접 만난 B이 전달한 정보가 기망의 주된 내용이며, 피고인 A가 B을 지배하여 사기를 저질렀다고 볼 수 없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은 사기죄의 성립 여부, 특히 간접정범에 대한 법리가 주요하게 적용되었습니다.
형법 제34조 제1항 (간접정범)은 '어느 행위로 인하여 처벌되지 아니하는 자 또는 과실범으로 처벌되는 자를 교사 또는 방조하여 범죄행위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자는 교사 또는 방조의 예에 의하여 처벌한다'고 규정합니다. 이는 자신이 직접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다른 사람을 도구처럼 이용하여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 적용됩니다.
이 판결에서는 간접정범이 성립하려면 이용자인 피고인이 처벌받지 않는 피이용자의 행위를 우월한 사실인식을 토대로 지배·조종하고, 이를 통해 범죄를 실현하는 '의사지배'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즉, 피고인이 B을 단순히 이용한 것을 넘어, B의 의사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B의 행동이 피고인의 의사를 실현하는 데 지나지 않았다고 볼 정도의 지배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형사소송법 제325조 (무죄선고) 후단은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판결로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 A가 직접 기망했거나 B에 대한 우월적 의사지배를 통해 간접적으로 기망했다는 '범죄사실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에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인정될 경우, 항소심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판결을 내릴 수 있습니다.
여러 사람이 얽힌 투자나 계약에서는 각 당사자의 역할과 책임 범위를 명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계약 조건이나 투자 설명이 여러 단계를 거쳐 전달될 경우, 누가 어떤 내용을 전달했는지, 그 내용이 사실과 부합하는지 직접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단기간 내 고수익'이나 '특정 조건 충족 시 막대한 이익'을 약속하는 경우에는 약속의 이행 가능성, 자금의 용처, 그리고 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해 충분한 검토와 확인이 필요합니다.
금전을 지급하기 전에 해당 돈이 어떤 목적으로 사용될 것인지, 그리고 그 목적이 달성되지 않을 경우 어떻게 처리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서류(차용증, 계약서 등)를 작성하고, 실제 돈을 받는 주체와 약속의 주체가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간접정범은 타인의 행위를 이용하여 범죄를 실행하는 경우에 성립하는데, 이때 이용자가 타인에 대한 '우월적 의사지배'가 있었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므로, 여러 사람이 관여된 상황에서는 각자의 의사 결정 과정과 지시 관계를 면밀히 살펴보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