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이 사건은 공사 현장에서 항타기 보조 근로자가 항타기 작업 중 케이싱에 충격당해 사망한 사건입니다. 망인의 유가족들은 흙막이 가시설공사를 하도급받은 D 주식회사와 망인을 고용한 건설기계 대여업체 F에게 안전 조치 의무 위반 및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들이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 조치 의무를 위반했거나 그 위반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특히 D 회사 대표이사에 대한 형사 재판에서도 업무상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가 확정된 바 있습니다.
망인 K는 2021년 2월 9일 오후 4시경 부천시 소재 'I 신축공사' 현장에서 흙막이 가시설공사를 위해 항타기 부근에서 케이싱 결속 및 해체 작업을 하던 중, 항타기에 의해 인발된 케이싱 하부에서 물과 흙이 떨어지면서 케이싱이 흔들려 가슴 부위에 충격당했습니다. 망인은 이틀 뒤인 2021년 2월 11일 오전 6시 35분경 외상성 심장파열로 사망했습니다. 이에 망인의 배우자와 자녀들은 피고 D 주식회사와 피고 F을 상대로 망인의 일실수익과 위자료를 포함한 총 294,599,051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원고 A에게 57,714,285원, 원고 B와 C에게 각 118,443,383원과 각 돈에 대해 사고 발생일인 2021년 2월 9일부터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지연손해금 지급을 요구했습니다.
주요 쟁점은 피고 D 주식회사와 피고 F이 망인 K의 사망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 조치 의무 및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을 부담하는지, 즉 안전 의무 위반이 있었고 그 위반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었습니다. 원고들은 피고 D 회사가 관계 근로자가 아닌 사람의 출입 금지 의무 위반 및 작업계획서 미작성 등 안전 관리 소홀을 주장했고 피고 F에 대해서는 근로계약상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 책임을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소송 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결정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D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이미 형사 재판에서 업무상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무죄를 선고받고 이 판결이 확정된 점을 중요하게 고려했습니다. 형사 재판에서 피고 회사가 산업안전보건법상 '관계 근로자가 아닌 사람의 출입 금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고 작업 계획서 미작성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넘어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민사 재판에서도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 D 회사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 조치 의무를 위반했거나 그 위반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이 충분히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 F에 대해서도 망인이 항타기에 의하여 천공에서 인발된 케이싱의 하부에서 떨어진 물과 흙으로 인해 케이싱이 흔들려 충격당한 것이므로, 피고 F이 항타기를 사용하는 중 직접적으로 방호시설을 설치하는 등의 안전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 망인의 사망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들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산업안전보건법과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에 관한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안전조치): 사업주는 유해하거나 위험한 작업을 하는 경우에 그 작업에 따르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 D 주식회사가 흙막이 가시설공사의 하도급인으로서 항타기 작업 시 발생하는 위험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해야 할 안전 조치 의무를 부담하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 (도급인의 안전 및 보건 조치): 도급인은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할 때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조치를 해야 합니다. 이 조항은 하도급 계약에서 도급인(원청)이 수급인(하청) 근로자의 안전에 대해 부담하는 책임을 명시합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8조 제1항 (작업계획서의 작성): 사업주는 굴착 작업 등 위험한 작업을 하는 경우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그 계획에 따라 작업을 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 규칙은 안전하고 체계적인 작업을 위해 사전 계획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원고들은 피고들이 안전 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망인의 사망이라는 손해를 발생시켰으므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법령들이 요구하는 사업주의 안전 조치 의무 위반 사실과 그 위반이 사고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는 점(인과관계)이 입증되어야 손해배상 책임이 성립한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피고 D 회사 대표이사에 대한 형사 재판에서 무죄가 확정된 사실은 민사 재판에서의 인과관계 입증 난이도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법원은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들의 안전 의무 위반과 망인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합리적 의심을 넘어설 정도로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공사 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안전 의무 위반 사실뿐만 아니라 그 위반이 사고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점이 명확히 입증되어야 합니다. 특히 도급 및 하도급 관계에서 각 사업주가 부담하는 안전 관리 책임의 범위와 내용이 불분명할 경우 책임 소재를 가리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작업 현장에서는 사업주와 관계 근로자 모두 산업안전보건법 및 관련 규칙에서 정한 안전 조치 의무를 철저히 준수해야 합니다. 작업 계획서 작성 및 실제 작업 내용과의 일치 여부, 위험 구역 설정 및 출입 통제, 안전 교육 실시 등 모든 안전 관련 기록을 철저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고 발생 시에는 즉시 관련 기관에 신고하고, 사고 현장 보존 및 목격자 진술 확보 등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증거를 확보해야 합니다. 형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확정되면 민사 재판에서 동일한 사실관계에 대한 불법행위 책임을 묻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초기 단계부터 철저한 사실관계 조사와 증거 수집이 필수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