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류/처분/집행
원고는 피고가 기존 채무자 C 주식회사의 채무를 회피하기 위해 법인격을 남용했다고 주장하며 미지급된 중고차 잔가보장 대금 5억 6천여만 원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의 설립 경위, C 주식회사와의 인적·물적 설비의 독립성, 그리고 자산 이전의 정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채무 면탈을 위한 법인격 남용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D 주식회사는 C 주식회사와 중고차 잔가보장 업무제휴 계약을 맺고, D 주식회사가 이용자에게 임대한 후 반납받은 차량을 C 주식회사가 사전에 정한 잔가로 매수하기로 했습니다. 이후 D 주식회사를 흡수합병한 원고 A 주식회사는 C 주식회사가 잔가보장 차량 대금 약 5억 7천1백만 원을 미지급하자 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하고 확정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C 주식회사가 이 대금을 지급하지 않자, 원고는 C 주식회사와 영업목적이 같고 경영자나 실무자가 동일하며 물적 설비가 일치하는 등 C 주식회사의 채무를 면탈하기 위해 피고 B 주식회사의 법인격을 남용했다고 주장하며 피고에게 잔가보장 대금 5억 6천4백만 원 및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기존 회사가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형태와 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다른 회사를 설립하거나 이용하는 경우, 해당 법인격을 남용으로 보아 기존 회사의 채무를 다른 회사에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입니다. 구체적으로는 피고 B 주식회사가 기존 채무자인 C 주식회사의 채무를 회피하기 위해 설립되었거나 이용된 것인지에 대한 법인격 남용 인정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B 주식회사의 설립 경위, C 주식회사와의 인적·물적 설비의 독립성, 그리고 C 주식회사에서 피고로의 자산 이전이 정당한 대가 없이 이루어졌다는 증거 부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습니다. 그 결과, C 주식회사가 원고에 대한 채무를 면탈하기 위해 피고 B 주식회사의 법인격을 남용했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인격 부인론 (법인격 남용): 회사가 기존 채무를 회피할 목적으로 형태나 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거나 기존 회사를 이용하는 경우, 이는 회사 제도를 남용하는 위법한 행위로 간주됩니다. 이러한 경우 기존 회사의 채권자는 두 회사 중 어느 한쪽에게도 채무 이행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는 기존 회사의 채무면탈이라는 위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회사 제도를 남용한 것에 해당하므로, 기존 회사의 채권자에 대해 두 회사가 별개의 법인격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상 허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2019. 12. 13. 선고 2017다271643 판결 등 참조). 법인격 남용 판단 기준: 채무면탈 의도로 법인격을 이용했는지 여부는 채무 면탈 행위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기존 회사의 폐업 당시 경영 상태나 자산 상황, 다른 회사로 유용된 자산의 유무와 그 정도, 자산이 이전된 경우 정당한 대가가 지급되었는지 여부 등 여러 구체적인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게 됩니다. 본 판결에서는 피고의 독자적인 설립 경위, C 주식회사와의 별도 주주 및 임원 구성, 사무실 분리 및 사용료 지급, 자산 이전의 소규모성 및 정당한 대가 여부 등을 근거로 법인격 남용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법인격 남용을 주장하려면 단순히 두 회사의 영업 목적이 유사하거나 사무실이 같은 건물에 있다는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채무 면탈 의도가 명확히 드러나는 구체적인 증거가 중요합니다. 두 회사의 인적 구성, 예를 들어 주주나 임원 구성이 동일한지, 핵심 경영자가 두 회사의 경영에 모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등을 입증해야 합니다. 단순히 명함에 다른 회사 상호가 병기된 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물적 설비의 경우, 사무실이 같은 건물에 있더라도 공간이 분리되어 있고, 한 회사가 다른 회사의 공간을 사용하며 정당한 대가를 지불했다면 법인격 동일성을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자산 이전 여부 및 그 정당한 대가 지급 여부가 매우 중요합니다. 기존 회사의 자산이 다른 회사로 이전될 때, 불공정한 조건으로 대가 없이 이전되었거나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이전되어 채무 면탈 의도가 분명해야 법인격 남용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 회사의 설립 경위가 독립적이고 각자의 영업 활동으로 상당한 매출을 올리는 등 독자적인 사업 목적이 있었다면, 법인격 남용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