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회사의 최저임금 회피 목적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 무효 판결

택시 운전 근로자들이 전 고용주인 택시 회사를 상대로 미지급 최저임금, 야간근로수당, 퇴직금 지급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이 사건의 핵심은 회사가 노동조합과 합의하여 실제 근무 형태 변화 없이 소정근로시간을 형식적으로 단축한 것이 최저임금법상 강행규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탈법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합의가 무효라고 판단하고, 기존의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임금을 재산정하여 미지급 임금 및 수당을 지급하라고 회사에 명령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B, C, D: 택시 운송 회사인 E 주식회사에서 근무하다 퇴사한 택시 운전 근로자들입니다.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지급받았다고 주장하며 회사에 미지급 임금의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 피고 E 주식회사: 택시 운송 사업을 운영하는 회사로, 원고들의 전 고용주입니다. 노동조합과의 합의를 통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여 최저임금 위반을 회피하려 했다는 주장의 당사자입니다.

분쟁 상황

택시 운송 회사인 피고는 2009년 최저임금법의 특례조항(택시 운전 근로자의 최저임금 산정 시 생산고에 따른 임금 제외) 시행 이후 최저임금이 지속적으로 인상되자, 노동조합과의 임금협정을 통해 소정근로시간을 점진적으로 단축하는 합의를 했습니다. 예를 들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일 6시간 40분(월 172.22시간)이던 소정근로시간을 2015년 일 6시간(월 155시간), 2017년 일 5시간(월 129.16시간)으로 줄였습니다. 하지만 실제 택시 운전 근로자들의 1일 배차시간(오전/오후 각 10시간)이나 월 만근일(26일) 등 근무 형태나 운행 시간은 변함없이 유지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고들은 고정급여는 크게 오르지 않은 반면, 최저시급은 급격히 인상되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퇴직한 원고들은 미지급 최저임금, 야간근로수당, 그리고 이를 기초로 산정된 퇴직금의 지급을 회사에 요구했으나, 회사는 퇴직 시 '부제소 합의'를 했고 원고들의 청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며,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라면 사납금 합의도 무효이므로 추가 사납금을 반환해야 한다고 맞섰습니다.

핵심 쟁점

1. 택시회사가 최저임금 인상에 대응하여 실제 근무 시간은 그대로 두고 형식적으로만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가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회피하려는 탈법 행위로서 무효인지 여부입니다.
2. 만약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라면, 어떤 기준으로 임금(최저임금, 야간근로수당)과 퇴직금을 재산정해야 하는지 여부입니다.
3. 퇴직 시 작성된 '부제소 합의'가 유효하여 원고들의 소송 제기가 제한되는지 여부입니다.
4. 원고들의 청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는 권리 행사인지 여부입니다.
5.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일 경우, 사납금 관련 합의까지 무효가 되어 피고가 초과 사납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하여 피고 E 주식회사는 원고 A, B, C, D에게 미지급 최저임금, 야간근로수당 및 퇴직금을 지급하고, 이에 대한 연 20%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2017년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최저임금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탈법 행위로서 무효이며, 이에 따라 이전의 유효했던 2015년 소정근로시간(월 172.22시간)을 기준으로 임금을 재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퇴직 시의 '부제소 합의'는 구체적인 분쟁을 예상하지 못한 불분명한 합의로 무효이고, 피고의 '신의칙 위반' 주장과 '추가 사납금 반환' 주장 역시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결론

피고 택시회사의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 단축한 합의는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임을 확인하고, 이로 인해 발생한 최저임금 미달액, 야간근로수당, 퇴직금 등은 회사가 택시 운전 근로자들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최종 판단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최저임금법 제6조 제5항: 일반택시 운전업무 종사 근로자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합니다. 이는 택시 운전 근로자의 안정적인 생활 보장을 목적으로 하는 강행규정입니다.
2. 구 근로기준법 제50조 및 제2조 제1항 제7호: 휴게시간을 제외한 1주간 근로시간은 40시간, 1일은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기준근로시간을 정하고 있으며, 이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한 근로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규정합니다.
3. 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 정액사납금제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실제 근무 형태나 운행 시간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 단축하는 합의는 최저임금법상 특례조항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 행위로서 무효입니다. 이러한 경우 변경된 소정근로시간이 아닌 기존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에 상응하는 근로의무를 여전히 부담한다고 해석하며, 이를 기준으로 임금을 산정해야 합니다.
4. 최저임금법 제6조 제3항 및 근로기준법 제15조: 최저임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임금으로 정하거나, 이 법에서 정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부분은 무효로 하며, 그 무효로 된 부분은 이 법에서 정한 최저임금 또는 기준으로 보충됩니다. 이는 민법 제137조(일부 무효)에 대한 특별 규정으로, 법률행위의 일부가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가 되더라도 법률행위 전체를 무효로 하지 않고 무효 부분만 보충합니다.
5. 민법 제137조 (일부 무효)​: 법률행위의 일부분이 무효인 경우 그 전부를 무효로 함이 원칙이나, 무효 부분이 없었더라도 법률행위를 하였을 것이라고 인정될 때에는 나머지 부분은 유효합니다. 다만,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의 특칙이 우선 적용됩니다.
6. 대법원 2019. 8. 14. 선고 2017다217151 판결의 부제소 합의 법리: 부제소 합의는 헌법상 재판청구권 포기와 같은 중대한 소송법상 효과를 발생시키므로, 합의의 존부 판단에 있어 문언이 불분명하고 당사자의 의사 해석이 대립할 경우 가급적 소극적으로 합의의 존재를 부정해야 합니다. 합의 당시 각 당사자가 예상할 수 있는 특정된 법률관계에 관한 것이어야 유효합니다.
7. 신의성실의 원칙 (신의칙) 관련 대법원 판례 (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 노사 합의 내용이 강행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인 경우, 그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배된다는 주장은 강행규정의 입법 취지를 몰각시키므로, 신의칙을 우선 적용하는 것을 수긍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인정됩니다.
8. 최저임금법 시행령 제5조: 2019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규정으로, 1개월의 최저임금 적용 기준 시간 수를 계산할 때 주휴시간을 포함하도록 합니다.
9.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 제11조의 2: 택시운수종사자의 소정근로시간을 1주간 40시간 이상으로 정하도록 법률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참고 사항

1. 최저임금 회피 목적의 형식적 근로시간 단축은 무효: 사용자가 최저임금법 등 강행법규의 적용을 회피할 목적으로 실제 근무 형태나 운행 시간의 변경 없이 형식적으로 소정근로시간만 단축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탈법 행위로 무효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특히 택시 운전업과 같이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최저임금 산정에서 제외하는 특례조항이 적용되는 경우,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피하기 위한 형식적 단축 합의는 법원에서 인정되지 않습니다.
2. 무효 합의 시 이전 유효 근로조건 적용: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로 판정되면, 노사 간 무협약 상태와 동일하게 간주되어 그 이전에 유효하게 적용되던 단체협약상의 소정근로시간 조항이 개별 근로자의 근로관계를 규율한다고 보게 됩니다. 따라서 이를 기준으로 임금 및 수당이 재산정됩니다.
3. 퇴직 시 '부제소 합의'의 유효성 판단 기준: 근로자가 퇴직 시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치 아니할 것을 확약한다'는 등의 문구가 포함된 서류에 서명했더라도, 해당 합의의 효력은 엄격하게 판단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분쟁에 대해 권리 포기 의사가 명확히 특정되었는지, 당사자가 합의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했는지, 그리고 합의 당시 예측 불가능했던 분쟁(예: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유무효 다툼)까지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무효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재판청구권 포기와 같은 중대한 효과는 소극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큽니다.
4. 강행법규 위반 시 '신의성실의 원칙' 적용의 예외성: 단체협약 등 노사 합의 내용이 근로기준법 등 강행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인 경우, 그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배된다는 주장은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만 인정됩니다. 단순히 회사의 경영 악화 우려만으로는 강행규정의 입법 취지를 몰각시키면서까지 신의칙을 우선 적용할 만한 특별한 사정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5. 일부 무효 법률행위의 범위: 근로기준법(제15조)과 최저임금법(제6조 제3항)은 최저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부분은 무효로 하고 그 부분만 해당 법률이 정한 기준으로 보충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로 판단되더라도, 임금협정 내의 다른 내용(예: 사납금 액수)까지 자동으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며, 각 조항의 성격과 입법 취지에 따라 개별적으로 효력을 판단합니다.
6. 평균임금 및 퇴직금 산정 시 미지급 임금 포함: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지급받은 근로자의 퇴직금을 산정할 때, 평균임금은 실제로 지급된 임금뿐만 아니라, 최저임금법에 따라 당연히 지급되었어야 할 임금(최저임금에 맞춰 증액된 금액)을 포함하여 계산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