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 협박/감금
술에 취한 피고인이 친구의 조롱과 여자친구의 행방에 대한 의심으로 격분하여 주방용 칼을 소지한 채 택시를 타고 친구의 집으로 향하며 살해 협박을 한 사건입니다. 피고인은 심신미약과 양형부당을, 검사는 살인예비죄 인정과 양형부당을 주장하며 항소했으나, 법원은 피고인에게 살해의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폭력행위처벌법상 우범자 규정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아 쌍방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의 특수협박죄 유죄 판결 및 징역 10개월 형량을 유지했습니다.
피고인 B는 친구 G, 여자친구 H과 술을 마신 후 헤어졌습니다. 이후 G와 카카오톡으로 말다툼을 하던 중, G로부터 "거지같은 X끼! 자살! 여자 뺏긴 Bㅋㅋ 누가 병X임?ㅋㅋ, 니 애미도 곧 죽을 거야 차사고로, 니 애비도 아파트에서 물건 떨어져서 대가리 맞고 뒤질거야, 니 동생은 부산 올라갈 때 졸음운전으로 뒤지고"라는 심한 조롱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또한 G와의 전화통화 중 G가 "H이(피고인의 여자친구) 왔지롱"이라고 말하고 옆에 있던 E이 여자 목소리로 "오빠"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격분했습니다. 피고인 B는 자신의 주거지 주방에 있던 총 길이 23cm, 날 길이 12cm의 과도 1개를 바지 주머니에 넣고 택시에 탑승했습니다. 택시기사 D에게는 '사람을 죽이러 간다'는 취지의 말을 하면서 과도를 보여주었고, G의 주거지 쪽으로 택시를 운행하도록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G에게도 전화하여 '찾아가서 죽이겠다'고 협박했습니다.
피고인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친구에게 살해 협박을 한 행위가 심신미약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인지, 살인을 예비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우범자)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원심의 형량(징역 10개월)이 적정한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의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또한, 피고인에게 살인죄를 범할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살인예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추가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우범자) 혐의에 대해서도 피고인이 폭력행위처벌법에 규정된 특정 범죄에 칼을 사용할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피고인과 검사 쌍방이 제기한 양형부당 주장은 모두 기각하고, 원심의 징역 10개월 형을 그대로 확정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피고인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친구에게 흉기를 들고 찾아가겠다고 위협한 특수협박죄에 대해서만 유죄가 인정되었으며, 형량도 원심과 동일하게 유지되었습니다. 법원은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살인예비나 폭력행위처벌법상 우범자 혐의는 특정 범죄 목적의 부족 등을 이유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주로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살인예비죄 (형법 제250조, 제255조): 살인예비죄는 살인을 할 목적으로 그 준비 행위를 했을 때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여기서는 '살인의 목적'이 매우 중요하며, 이는 단순히 분노나 위협을 넘어선 확고한 살해 의도를 의미합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죽이러 간다'고 알리거나 택시기사에게 말하는 등의 행동이 오히려 살해 목적 달성을 방해할 수 있으며, 술에 취한 감정적 표현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여 살인의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특수협박죄 (형법 제284조, 제283조 제1항): 특수협박죄는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사람을 협박하는 경우에 성립합니다. 피고인이 과도라는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고 '죽이러 간다'는 등의 말을 한 것은 특수협박에 해당하며, 법원은 이 부분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심신미약 (형법 제10조 제2항): 심신미약은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를 의미하며, 범죄를 저지를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면 형을 감경할 수 있습니다. 피고인은 술에 만취하여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범행의 경위와 내용, 범행 전후의 언동 등을 종합할 때 피고인이 당시 사물 변별 또는 의사 결정 능력이 미약한 상태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술에 의한 심신장애는 그 정도가 매우 심하여 심신상실에 준하는 상황이 아니면 쉽게 인정되지 않습니다.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우범자)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7조): 이 조항은 '정당한 이유 없이 이 법(폭력행위처벌법)에 규정된 범죄에 공용될 우려가 있는 흉기나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는 경우를 처벌합니다. 법원은 '이 법에 규정된 범죄'를 '폭력행위처벌법에 규정된 범죄'만을 의미한다고 엄격하게 해석했습니다. 피고인의 경우 특수협박죄는 형법에 규정된 범죄이므로, 비록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고 협박했더라도 폭력행위처벌법 자체에 규정된 범죄를 위해 흉기를 휴대했다고 볼 수 없어 이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로 판단되었습니다. 과거에는 흉기 휴대 협박죄를 폭력행위처벌법에서 규정했으나 해당 조항은 삭제되었습니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우발적인 감정으로 협박이나 위협을 가하더라도, 흉기를 사용했다면 이는 특수협박죄와 같은 중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법원은 술에 취했더라도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완전히 없었다고 보지 않는 한, 심신미약을 쉽게 인정하지 않습니다. 또한, 살인예비죄는 살인의 명확하고 확고한 목적이 있어야만 성립하므로, 단순히 감정적인 분노 표현에 그친 경우에는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정 법률 위반 여부를 판단할 때는 해당 법률이 규정하는 '범죄'의 범위가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폭력행위처벌법)상 우범자 조항은 '폭력행위처벌법에 규정된 범죄'에 공용될 우려가 있는 흉기 소지에만 적용되며, 일반 형법상의 범죄에는 적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