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교육부장관이 심각한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학교법인의 이사였던 A의 임원취임승인을 취소한 처분에 대해, 이사 A가 그 취소를 구한 사건입니다. 교육부장관은 학교법인의 재정 관리 부실과 자구책 미흡을 이유로 임원취임승인을 취소했으나, 법원은 이사 A가 이사로서 재정 악화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를 다하지 못한 점과 자구책이 미흡했던 점은 인정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사 A가 채무 발생 시점 이후에 이사로 선임되었고 주로 특정 역할을 수행한 점, 그리고 임원취임승인 취소가 매우 강력한 제재임을 고려할 때, 교육부장관의 처분은 비례의 원칙을 위반한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하여 위법하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교육부장관의 항소를 기각하고 이사 A에 대한 임원취임승인 취소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학교법인 B는 C대학교와 D전문대학을 운영하는 법인으로, 2007년경 산하 수익사업체인 Q 주식회사에 과도한 대여금을 제공하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P 유료 노인복지주택 사업을 인수하면서 심각한 재정적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이후에도 재산 평가 과다 계상으로 인한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 부족, 국세청으로부터 약 576억 원의 증여세 및 약 100억 원의 법인세 부과(2019년 5월 31일 기준 원금 및 이자 약 787억 원), AB병원 매입 계약 해지로 인한 200억 원 상당의 미지급금 채무, P 유료 노인복지주택 임대보증금 채무 등 문제가 끊이지 않아 2019년 5월 31일 기준 약 2,066억 원의 수익사업회계 부채를 안게 되었습니다. 이에 교육부장관은 2019년 6월 14일 학교법인 B에 재정 위기를 해결할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자구책 제출을 요구했습니다. 학교법인 B는 2019년 7월 1일 운영정상화 방안을 제출했으나, 교육부장관은 이를 미흡하다고 판단하여 2019년 9월 4일 '시정요구 및 임원취임승인 취소 계고'를 통지했습니다. 결국 교육부장관은 2020년 2월 3일 학교법인 B의 전·현직 임원인 원고 A를 포함한 여러 임원들의 임원취임승인을 2020년 2월 4일자로 취소하는 처분을 내렸습니다. 원고 A는 2013년 7월 17일 학교법인 B의 이사로 선임된 후 2018년 7월 17일 연임된 자로서, 이 처분에 불복하여 법원에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학교법인 B의 재정 악화에 대해 원고(이사 A)가 이사로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및 감독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학교법인 B가 피고(교육부장관)의 시정요구에 따라 제출한 자구책이 재정적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방안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피고(교육부장관)가 원고(이사 A)에 대해 내린 임원취임승인 취소 처분이 행정법상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입니다. 넷째, 피고(교육부장관)의 임원취임승인 취소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으로 위법한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피고(교육부장관)의 항소를 기각하고, 제1심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이에 따라 교육부장관이 2020년 2월 4일 원고 A에 대하여 한 임원취임승인 취소 처분은 취소됩니다.
법원은 학교법인 B의 이사였던 원고 A가 이사로서 수익용 기본재산 관리를 부적정하게 하고 재정 악화에 대한 적절한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및 감독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학교법인 B가 제출한 자구책 역시 교육부의 시정요구를 성실히 이행했다고 보기에는 미흡하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임원취임승인 취소 처분이 공무원의 '파면'에 준하는 매우 강력한 제재라는 점을 강조하며, 원고 A가 주요 채무 발생 시점보다 약 6년 뒤인 2013년 7월 17일에 이사로 선임되었고, 주로 학내 기독교 사업 및 종교 행사 참여 역할을 수행하는 등 의무 위반의 내용과 정도가 중대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했습니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비교·형량할 때, 이 사건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사립학교의 재정 건전성 확보 및 교육의 적정성)에 비해 원고 A가 입게 될 불이익이 매우 중대하므로, 교육부장관의 임원취임승인 취소 처분은 비례의 원칙을 위반한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하여 위법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 판결에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들이 주요하게 적용되었습니다.
1. 구 사립학교법 제16조 (이사회의 심의·의결 사항) 이 조항은 학교법인의 예산·결산, 재산의 취득·처분 및 관리, 수익사업 등 학교 운영의 주요 사항을 이사회의 심의·의결을 거치도록 규정하여, 학교법인의 재정 관리 전반에 대한 이사회의 책임과 역할을 명확히 합니다. 이 사건에서 학교법인 B 이사회는 재정 악화 상황에서 수익용 기본재산 관리 및 부채 상환을 위한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방안을 논의하는 데 미흡했던 것으로 지적되었습니다.
2. 구 사립학교법 제27조 및 민법 제61조 (이사의 선량한 관리자 주의의무 및 감독의무) 학교법인의 이사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그 직무를 수행해야 하며, 이는 자신의 직무를 처리할 때 보통인이 가지는 주의 의무를 다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또한 다른 임원의 업무집행이 위법하다고 의심될 만한 사유가 있다면 이를 감시할 의무도 포함됩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 A는 학교법인 B의 이사로서 재정 악화 상황에서 적절한 관리·감독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판단되었습니다.
3. 구 사립학교법 제20조의2 (임원취임승인 취소) 이 조항에 따르면 관할청은 사립학교 임원이 법령을 위반하거나 학교 운영에 중대한 장애를 야기한 경우, 시정 요구 후에도 이에 응하지 않으면 임원 취임승인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이는 사립학교의 공공성 유지를 위해 임원의 책임을 묻는 근거가 되지만, 사학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취지도 고려해야 하므로 취소 처분은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4. 구 사립학교법 제28조 제1항 및 동법 시행령 제11조 제1항 (기본재산 처분 허가 및 절차) 학교법인이 기본재산을 매도, 증여, 교환, 용도변경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때 또는 의무를 부담하거나 권리를 포기할 때에는 관할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허가 신청 시 이사회 회의록을 첨부해야 합니다. 이는 학교법인의 핵심 자산인 기본재산의 관리에 대한 엄격한 절차와 감독을 규정하여 재정 건전성을 보호하려는 취지입니다. 이 사건에서 학교법인 B가 P 유료 노인복지주택 처분 허가 신청을 하면서 이사회 논의가 미흡했던 점이 지적되었습니다.
5. 행정법상 재량권 일탈·남용 금지 원칙 (비례의 원칙) 행정청의 재량행위는 법이 정한 재량권의 범위를 넘어서거나 재량권 남용에 해당하여서는 안 됩니다. 특히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과 그로 인해 개인이 입게 될 불이익을 비교·형량하여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아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임원취임승인 취소 처분이 원고 A의 의무 위반 정도에 비해 지나치게 가혹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임원취임승인 취소는 공무원의 '파면'에 준하는 강력한 제재로서 신중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습니다.
학교법인의 임원으로서 재정 관련 문제에 직면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학교법인의 이사는 재직 기간 동안 법인의 재정 상태를 상시적으로 점검하고 건전한 재정 운영을 위한 관리 및 감독 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특히 학교법인의 재정은 공공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므로 개인적인 친분이나 특수 관계를 넘어선 객관적인 판단과 철저한 관리가 요구됩니다. 수익용 기본재산의 처분, 취득, 또는 용도 변경 등은 학교법인의 안정적인 운영에 핵심적인 사항이므로, 관련 법령에 따른 관할청의 허가 절차를 엄격히 준수하고, 이사회에서 충분하고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대체재산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관할청으로부터 재정 위기 극복을 위한 시정요구를 받은 경우, 제출하는 자구책은 단순히 계획을 나열하는 것을 넘어 실현 가능하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포함해야 합니다. 특히 재정 기여자 영입이나 채권 회수 방안 등은 명확하고 신뢰성 있는 근거를 제시해야 합니다. 임원 개개인의 책임은 단순히 이사회 참석 여부를 넘어, 자신의 직무 범위 내에서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와 다른 임원의 업무집행에 대한 감독의무를 얼마나 충실히 이행했는지에 따라 판단됩니다. 따라서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인지하고 법인 운영 전반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행정처분에 대한 불복을 고려할 때는 처분 사유의 위법성 여부뿐만 아니라, 처분의 강도(예: 파면에 준하는 강력한 제재인지 여부), 본인의 의무 위반 정도, 처분으로 인한 불이익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은 아닌지 검토해야 합니다. 특히 본인의 기여도나 직접적인 위법 행위 관여 정도가 낮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