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에 대한 부당한 계약 취소 및 변경 지시 서면 미발급에 대한 처분 사건

건축공사업을 영위하는 원사업자가 하청업체에 공사 내용을 변경 지시하면서도 이에 대한 서면을 발급하지 않고, 또한 하청업체의 책임으로 돌릴 만한 사유가 없음에도 일방적으로 공사 위탁을 취소한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을 내리자, 원사업자가 이에 불복하여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원사업자의 서면 미발급 및 부당한 위탁 취소 행위가 하도급법 위반임을 인정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처분이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원사업자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주식회사 A (원고): 건축공사업을 영위하는 원사업자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상 원사업자에 해당합니다.
• 주식회사 C (수급사업자): 원고로부터 기계설비 및 소방공사를 위탁받은 중소기업자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상 수급사업자에 해당합니다.
• 공정거래위원회 (피고): 원고의 하도급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을 부과한 기관입니다.

분쟁 상황

원고 주식회사 A는 2018년 6월 7일 수급사업자 주식회사 C에게 E 8차 기계설비 및 소방공사를 위탁했습니다. 이후 원고는 당초 계약내용에 없던 아일랜드 후드 덕트 각도를 90도에서 45도로 변경하는 공사를 구두로 지시하면서도 이에 대한 서면을 착공 전까지 C에게 발급하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 서면 미발급 행위) 또한, 2019년 3월 16일 원고 대표이사가 협력업체 공정회의 석상에서 C 대표이사에게 "나가"라고 발언하며 공사 위탁을 중지하고 철수하라는 지시를 했습니다. (이 사건 위탁취소 행위)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원고의 위 행위들이 하도급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여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억 6천만 원을 부과했습니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덕트 각도 변경 지시가 없었거나 하자 보수 성격이었고, 위탁 취소 사실이 없었거나 C의 귀책사유(공사 지연, 하자 발생)로 인한 정당한 취소였다고 주장하며, 과징금 부과는 재량권 일탈·남용이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원사업자가 하청업체에 공사 내용 변경을 지시하면서 서면을 발급하지 않은 행위가 하도급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와, 하청업체의 책임 없는 사유로 공사 위탁을 임의로 취소한 행위가 하도급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인지 여부도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1. 서면 미발급 행위 인정: 원고가 C에 아일랜드 후드 덕트 각도를 90도에서 45도로 변경하는 공사를 구두로 지시하고도 착공 전까지 서면을 발급하지 않은 행위는 하도급법 제3조 제1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2. 부당한 위탁취소 행위 인정: 원고 대표이사가 공정회의 석상에서 C 대표이사에게 "나가"라고 발언하며 공사를 중지하고 철수하라는 취지의 위탁취소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C의 기성금 재촉, 다른 현장 공사 지연, 휴일 인원 부재 등은 위탁취소의 정당한 사유로 볼 수 없으며, 원고가 주장하는 공사 지연 및 하자도 위탁취소의 정당한 사유가 아니라고 판단하여 하도급법 제8조 제1항을 위반했다고 보았습니다.
3. 재량권 일탈·남용 부정: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 산정 시 하도급법 제8조 위반을 중대한 위반행위로 판단하고, 총 위탁금액 중 절반에 가까운 기성금이 지급된 사정을 고려하여 10% 감경한 과징금 3억 6천만 원을 부과한 것은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원사업자인 주식회사 A가 하청업체인 주식회사 C에게 공사 변경 지시 시 서면을 미발급하고, 수급사업자의 귀책사유 없이 일방적으로 위탁을 취소한 행위 모두 하도급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했습니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린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은 적법하며,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에는 주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과 관련 시행령 및 심사지침이 적용되었습니다.

1. 하도급법 제3조 제1항 (서면 발급 의무)​: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제조 등의 위탁을 하거나 계약 내역을 변경하는 위탁을 할 경우, 하도급대금과 그 지급방법 등을 적은 서면을 수급사업자가 착공하기 전까지 발급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덕트 각도 변경 공사를 지시하면서도 이에 대한 서면을 발급하지 않아 이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인정되었습니다. 서면은 하도급 계약의 기본적인 내용을 명확히 하고 추후 분쟁을 예방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2. 하도급법 제8조 제1항 (부당한 위탁 취소 금지)​: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의 책임으로 돌릴 사유가 없는 한, 제조 등의 위탁을 임의로 취소하거나 변경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됩니다. 여기서 '수급사업자의 책임으로 돌릴 사유'는 수급사업자의 귀책사유로 인해 계약을 이행할 수 없거나 계약내용을 위반하여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 등을 의미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가 주장한 사유들이 C의 책임으로 볼 수 없거나 위탁 취소의 정당한 사유가 아니라고 판단하여 이 조항 위반을 인정했습니다. 즉, 원사업자의 일방적이고 감정적인 위탁 취소는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3. 구 「부당한 위탁취소, 수령거부 및 반품행위에 대한 심사지침」 Ⅲ. 나. (1), (2), (3)항: 이 심사지침은 부당한 위탁 취소의 위법성을 판단하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합니다. 위탁계약 체결 및 취소 경위, 계약 내용, 이행 상황, 취소 방법 및 절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하며, '임의로' 취소하는 행위는 실질적인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가 C와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감정적으로 위탁 취소 의사를 밝힌 점을 들어 이 조항 위반을 뒷받침했습니다.
4. 과징금 부과 관련 법리: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법 위반행위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할 재량권을 가지며, 과징금 부과 기준(재량준칙)이 법률에 합치되지 않거나 객관적으로 합리적이지 않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 아니라면 행정청의 의사가 존중되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공정위의 과징금 산정 기준과 감경 사유 적용이 합리적이라고 보아 재량권 일탈·남용 주장을 배척했습니다.

참고 사항

1. 서면 발급의 중요성: 하도급 계약에서 당초 계약내역에 없는 추가·변경 위탁을 할 때는 반드시 변경된 하도급대금과 그 지급방법 등을 명확히 기재한 서면을 수급사업자가 공사를 착공하기 전까지 발급해야 합니다. 구두 지시는 법적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고 추후 분쟁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2. 부당한 위탁 취소 금지: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의 책임으로 돌릴 만한 명확한 사유(계약 내용 위반으로 계약 목적 달성 불가 등)가 없는 한, 위탁을 임의로 취소하거나 변경할 수 없습니다. 수급사업자의 정당한 기성금 요구, 다른 현장의 문제, 주말 비상주 등은 위탁 취소의 정당한 사유가 아닙니다.
3. 절차의 적법성: 위탁 취소를 하는 경우에도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와 실질적인 협의를 거쳐야 하며, 위탁 취소 사유가 계약서에 규정되어 있고 그 내용 및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수급사업자가 입게 될 손실에 대한 충분한 협의와 정당한 보상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 감정적 언행 주의: 회의 석상 등 공개적인 장소에서 감정적인 언행으로 위탁 취소 의사를 밝히는 것은 '일방적인 위탁 취소'로 간주되어 하도급법 위반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5. 과징금 부과 기준: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법 위반 행위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할 재량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부당한 위탁 취소는 중대한 위반으로 보아 높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과징금 산정 시 위반행위의 중대성, 부당이득 규모, 피해 발생 범위 및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므로 위반행위 자체의 심각성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