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금전문제 · 노동
이 사건은 베트남 D 대학 내 컨택트 센터 구축 사업과 관련하여 시작되었습니다. 원고 A 주식회사는 피고 C의 주도 아래 피고 B 주식회사와 용역계약을 체결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이 사건 프로그램 개발 업무를 수행했으나, 최종적으로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 B에게 용역대금 또는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피고 B와 피고 C에게는 계약 교섭의 부당 파기로 인한 불법행위 손해배상 및 사용자 책임을 물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제1심 판결의 절차상 위법을 이유로 이를 취소하고, 원고와 피고 B 사이에 용역계약이 성립되었다는 주위적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그러나 피고 C이 계약 체결에 대한 정당한 기대를 유발하고도 부당하게 교섭을 파기한 불법행위를 인정하고, 피고 B에게는 피고 C의 사용자로서 책임을 물어 공동으로 원고에게 50,000,000원을 배상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이 외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베트남 호치민의 D 대학 내에 콜센터 및 RFID 출입시스템 등 컨택트 센터를 구축하는 사업이 시작되었습니다. 베트남 현지 법인 E와 F가 계약을 체결했고, F는 다시 G 주식회사와 용역계약을 맺었습니다. G 주식회사는 I 주식회사와 사업협력확약을 맺고 콜센터 및 RFID 소프트웨어 개발 부분을 맡기기로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고 C은 사업을 소개하고 계약 체결을 주도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후 G 주식회사는 피고 B 주식회사에 용역계약을 양도했고, 피고 B는 피고 C을 총괄 프로젝트 매니저로 고용했습니다.
I 주식회사의 대표였던 K은 이 사업에 계속 참여하고자 2014년 9월 원고 A 주식회사를 설립했고, 이후 원고가 I의 업무를 이어받아 이 사건 프로그램 개발을 진행했습니다. 피고 C은 2년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원고 대표 K과 계약 교섭을 진행하며, '계약은 이번 달에 무조건 할 것이다', '돈 받는 절차만 남았다', '3월 중에 계약하고 자금을 받아 내리겠다'는 등의 말을 하며 원고에게 계약 체결에 대한 강한 기대를 안겨주었습니다. 특히, 사업 제안서나 승인 도서 작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 이 사건 프로그램의 개발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원고는 피고 C의 이러한 요구와 기대를 믿고 프로그램 개발 비용으로 상당한 금액을 지출했습니다. 그러나 2015년 말부터 피고 C은 사업 진행에 대한 문의에 명확한 답변을 피하고 연락이 두절되었으며, 2016년 3월에는 돌연 '본인 또는 피고 B의 승인 없이 진행된 부분에 대하여 어떠한 책임도 없다'고 통보하면서 계약 교섭은 최종적으로 파기되었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 B와 피고 C을 상대로 용역대금 및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제1심 판결의 절차상 위법 여부입니다. 변론에 관여하지 않은 판사가 판결서에 서명 날인하여 민사소송법상 절차를 위반했는지 여부가 문제 되었습니다. 둘째, 원고 A 주식회사와 피고 B 주식회사 사이에 이 사건 사업에 관한 용역계약이 성립되었는지 여부입니다. 원고는 계약이 성립되었다고 주장했으나 피고들은 부인했습니다. 셋째, 피고 C의 계약 교섭 부당 파기로 인한 불법행위와 이에 대한 피고 B 주식회사의 사용자 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입니다. 특히 피고 C이 원고에게 계약 체결에 대한 기대를 유발하고 프로그램 개발을 요청한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이에 따른 손해배상의 범위와 소멸시효 완성 여부가 중요한 쟁점이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먼저 제1심 판결에 절차적 위법이 있었다고 판단하여 이를 취소했습니다. 이는 변론 종결 시 관여하지 않은 판사가 제1심 판결서에 서명 날인했기 때문인데, 이는 민사소송법 제204조 제1항이 규정한 '기본이 되는 변론에 관여한 법관이 판결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위배한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항소심 법원이 사건을 다시 심리하게 되었습니다.
원고 A 주식회사가 피고 B 주식회사와의 용역계약 성립을 주장한 주위적 청구에 대해서는, 법원은 계약이 성립하기 위한 당사자의 객관적 의사 합치, 특히 계약 내용의 중요 사항에 대한 합치가 없었다고 보아 이를 기각했습니다. 피고 C이 용역대금 확인 이메일을 보낸 사실은 있으나, 이는 계약 체결을 위한 협의 과정 중이라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어 계약 성립을 인정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또한, 원고와 피고 B 사이에 용역계약 체결을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문서가 없다는 점도 고려되었습니다.
하지만 피고들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예비적 청구)에 대해서는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법원은 피고 C이 베트남 사업 총괄 프로젝트 매니저로서 원고에게 장기간에 걸쳐 계약이 곧 체결될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를 하게 했고, 이 사건 프로그램 개발을 적극적으로 요청했으며, 원고의 용역대금 조정 요구를 수용하는 태도를 보이다가 돌연 태도를 바꾸어 계약 교섭을 파기했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피고 C의 행위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불법행위로 인정되었습니다.
피고 B 주식회사에 대해서는 민법 제756조에 따른 사용자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피고 B가 피고 C을 프로젝트 매니저로 고용하고 이 사건 사업 관련 권한을 부여했으므로, 피고 B는 피고 C을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할 관계에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들의 소멸시효 항변은 기각되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손해 및 가해행위가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는 사실을 인지한 시점을 피고 C이 계약 교섭을 완전히 종료한 2016년 3월경으로 보았고, 그로부터 3년 이내인 2018년 9월 28일에 소송이 제기되었으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손해배상액은 50,000,000원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원고가 주장하는 프로그램 개발 완료와 달리 실제 기능 동작율이 64.8%에 그쳤고, 원고 역시 계약이 확실히 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소 섣불리 비용을 투입한 측면이 있다는 점, 그리고 지출한 비용 중 이 사건 사업 관련 금액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법원이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에 따라 증거조사 결과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으로 산정한 것입니다.
이 판결에서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들이 적용되어 판단이 이루어졌습니다.
민사소송법 제204조 제1항 (판결 법관 관여), 제158조 (변론 방식 조서 증명), 제417조 (판결 절차 위법시 취소): 이 조항들은 판결이 기본이 되는 변론에 참여한 법관에 의해 이루어져야 하며, 변론 과정이 조서로 증명되어야 한다는 절차적 원칙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만약 변론에 관여하지 않은 판사가 판결에 참여했다면, 그 판결 절차는 위법하며 민사소송법 제417조에 따라 취소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제1심 판결에 이러한 절차적 위법이 인정되어 항소심 법원이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다시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계약 성립의 법리: 계약이 유효하게 성립하려면 당사자들의 의사표시가 객관적으로 일치해야 합니다. 이는 계약의 '중요한 사항', 즉 계약 내용을 결정할 수 있을 정도의 본질적인 요소들에 대해 당사자들이 합의했음을 의미합니다. 단순한 협의 과정이나 제안만으로는 계약이 성립했다고 보기 어려우며, 특히 대금, 용역 범위 등 핵심 요소가 명확하게 확정되지 않았다면 계약은 성립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와 피고 B 사이에 용역대금 및 프로그램 내용 등 핵심적인 사항에 대한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용역계약 성립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계약 교섭의 부당 파기로 인한 불법행위 (대법원 2013다65757 판결 등): 계약 교섭 단계에서도 당사자들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서로의 정당한 기대와 신뢰를 보호하고 배려할 의무를 부담합니다. 만약 어느 일방이 상대방에게 계약이 체결될 것이라는 보호가치 있는 기대를 유발하고, 그 기대를 믿고 상대방이 비용을 지출하게 한 후, 상당한 이유 없이 계약 교섭을 파기하여 손해를 입혔다면, 이는 불법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 C이 원고에게 장기간에 걸쳐 계약 체결에 대한 기대를 유발하고 프로그램 개발을 요청한 행위가 불법행위로 인정되었습니다.
민법 제756조 (사용자 책임):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 집행에 관하여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때 '사용관계'는 실질적인 지휘·감독 관계가 객관적으로 존재했는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 B는 피고 C을 프로젝트 매니저로 고용하고 사업 관련 권한을 부여했으므로, 피고 C의 불법행위에 대해 사용자로서 공동 책임을 지게 되었습니다.
민법 제766조 제1항 (불법행위 소멸시효):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이내에 행사해야 시효로 소멸하지 않습니다.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은 단순히 손해가 발생했음을 아는 것을 넘어, 가해행위가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는 사실, 즉 불법행위의 요건 사실(가해행위, 손해 발생, 인과관계 등)을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인식한 날을 의미합니다. 소멸시효 완성에 대한 증명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피고에게 있습니다.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 (손해액 산정의 재량): 재산적 손해의 발생 사실은 인정되지만, 사안의 성질상 구체적인 손해액을 증명하기 매우 어려운 경우,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 결과를 종합하여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을 손해배상액으로 정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의 프로그램 개발 미완성도, 섣부른 비용 투입, 객관적 자료 부족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최종 손해배상액을 50,000,000원으로 결정했습니다.
유사한 사업을 진행할 경우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참고하여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