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근로자가 물류센터에서 제품 포장지에 잘못 날인된 유통기한을 아세톤으로 지우는 작업을 하던 중 뇌내출혈 등의 상병이 발생하여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이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업무와 상병 간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 A는 2017년 5월 10일부터 물류센터에서 제품의 소분, 소포장, 유통기한 날인 및 라벨 부착 등의 업무를 수행해왔습니다. 2018년 2월 1일 오전 9시경부터 약 40~50분간 제품 포장지에 잘못 날인된 유통기한을 공업용 아세톤(순도 99.9%)을 화장지에 묻혀 지우고 재날인하는 작업을 하다가 같은 날 오전 10시 30분경 갑자기 두통과 구토 등의 이상 증상을 보였습니다. 이후 여러 병원을 거쳐 '우측 소뇌의 뇌내출혈, 출혈 후 수두증, 폐렴' 진단을 받고 2018년 6월 26일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2018년 11월 27일 '업무상 부담 요인이 미미하고 아세톤 노출 수준이 높지 않으며, 뇌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요인에 해당하지 않는 유기용제'라는 이유로 요양 불승인 처분을 내렸습니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재심사청구를 했으나 기각되자,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원고의 뇌내출혈 등 상병(이하 '이 사건 상병')이 업무상 과로, 스트레스, 또는 아세톤 노출과 같은 업무수행 과정의 유해 요인으로 인해 발생한 것인지 여부, 즉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법률적으로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근로복지공단의 요양불승인처분(업무상 재해 불인정)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1심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첫째, 유통기한 수정 작업은 비정기적이고 간헐적으로 수행되는 업무였고, 아세톤 노출 방식(화장지에 묻혀 지우는 방식)이 짧은 시간에 고농도 아세톤에 노출되는 작업으로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작업 장소가 밀폐된 공간이었다고 인정하기도 어려웠으며, 의학적 소견도 고농도 아세톤 노출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둘째, 원고의 업무 내용이나 업무량, 근무 시간에 급격한 변화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설 명절 연휴를 앞두고 작업량이 증가했다는 원고의 주장도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셋째, 대부분의 진료기록감정의는 이 사건 상병이 아세톤 노출이나 업무상 과로, 스트레스로 인해 발병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학적 소견을 제출했습니다. 넷째, 이 사건 상병의 가장 흔한 원인은 고혈압으로 추정되는데, 원고가 발병 이전에 고혈압으로 진단받거나 치료받은 내역은 없지만, 건강검진 이력도 없어 구체적인 혈압 수치를 알 수 없고, 발병 직후 높은 혈압(220/110mmHg)이 측정된 점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이미 고혈압 증상이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할 때,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업무로 인해 상병이 발병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19. 1. 15. 법률 제1627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 따라 판단되었습니다.
1. 업무상의 재해 인정 기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 제37조)
2. 인과관계 증명 책임 및 판단 기준
유사한 상황에서 업무상 질병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다음 사항들을 꼼꼼히 준비하고 입증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