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학교법인 C에 재직했던 외국인 교수 A와 B가 자신들이 한국인 교수들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음에도 국적을 이유로 차별적인 임금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미지급 임금과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외국인 교원의 채용 목적, 임용 조건, 업무 내용, 채용 절차 등이 한국인 교원과 달라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으로 보기 어렵고, 임금 차등 지급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 사례입니다.
원고 A는 학부대학 소속 외국인 교수로서 2016년 1월부터 2021년 2월까지 한국인 교육집중교수 또는 강의전담교수보다 임금을 적게 지급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구체적으로 한국인 교육집중교수와 비교하여 157,511,040원, 한국인 강의전담교수와 비교하여 122,338,815원의 임금 차액이 발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원고 B는 자연과학대학 소속 외국인 교수로서 2016년 1월부터 2023년 2월까지 한국인 일반교수보다 215,814,840원의 임금을 적게 지급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원고들은 이러한 임금 차등이 국적을 이유로 한 근로기준법 제6조의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며 피고 학교법인을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 임금 지급 및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원고 A는 최종적으로 144,755,927원의 임금 차액과 지연손해금, 원고 B는 132,402,340원의 임금 차액과 지연손해금을 청구했습니다.
피고 학교법인이 외국인 전임교원인 원고들에게 한국인 전임교원보다 낮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한 것이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금지하는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주요 쟁점입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항소와 확장 및 추가 청구를 모두 기각하며, 피고 학교법인의 외국인 교원에 대한 임금 차등 지급이 근로기준법상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비교대상으로 삼은 한국인 교수들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구체적으로, 피고 학교법인은 외국인 교원에 대해 별도의 임용 규정을 두어 한국인 교원보다 완화된 재임용 및 승진 조건을 적용했으며, 채용 절차도 분리하여 운영했습니다. 또한 원고 A의 담당 강의는 한국인 교수들의 강의와 목표 및 내용에서 큰 차이가 있었고, 원고 B의 경우에도 전공 또는 전문분야를 달리하는 한국인 교수들과 비교대상이 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피고의 교원 채용 목적 또한 외국인 교원의 경우 외국어 담당 교원 확보 및 대학순위 평가 대비와 같은 추가적인 목적이 있어 한국인 교원과 차이가 인정되었습니다. 설령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한다고 보더라도, 위와 같은 업무 내용, 전공 분야, 재임용·승진 조건, 채용 목적 및 절차상의 차이들을 고려할 때 임금 차등 지급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아 근로기준법 제6조 위반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관련 법령은 근로기준법 제6조 (균등한 처우)입니다. 이 조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남녀의 성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며, 국적, 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근로기준법에서 말하는 차별적 처우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다르게, 다른 것을 같게 취급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차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먼저 차별을 주장하는 사람과 비교대상이 되는 사람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들과 한국인 교수들 사이에 외국인 교원에 관한 별도 규정, 완화된 재임용·승진 조건, 채용 절차 분리, 강의 내용 및 채용 목적의 차이 등이 존재하므로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나아가, 설령 비교집단이 본질적으로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처우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리하게 이루어져야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합니다. 여기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는 근로자를 달리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달리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더라도 그 방법이나 정도가 적정하지 않은 경우를 의미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외국인 교원의 임용 및 채용에 있어 나타난 여러 차이점들이 합리적인 이유로 인정되어, 피고 학교법인의 임금 차등 지급이 근로기준법 제6조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임금 등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비교대상으로 삼는 상대방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하는지 명확히 해야 합니다. 단순히 같은 직급이거나 일부 유사한 업무를 수행한다는 이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고용 형태, 채용 절차, 임용 조건, 담당 업무의 구체적인 내용과 난이도, 고용 목적의 특수성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비교 집단의 동일성 여부가 판단됩니다. 고용주가 근로자들을 달리 처우하더라도, 그러한 처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면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습니다. 여기서 합리적인 이유는 달리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거나, 그 방법과 정도가 적정한 경우를 의미합니다. 대학교원의 경우 학술 논문 발표 기준, 재임용 및 승진 심사 조건, 특정 언어 강의 등 세부적인 직무 내용과 고용의 특수성이 비교 집단의 동일성 및 차등 처우의 합리성 판단에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의 채용이 특정 목적(예: 국제화 전략, 특정 외국어 강의 담당 등)을 가지고 이루어진 경우, 이러한 특수성이 임금 차등의 합리적인 이유로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