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복산약품을 포함한 의약품 도매상들은 울산대학교병원 의약품 구매 입찰에 참여하였습니다. 2006년 입찰 이후, 낙찰받지 못한 도매상들도 낙찰 도매상으로부터 마진 없이 의약품을 구매하여 병원에 납품하는 방식에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행위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 제9호(기타 사업활동 방해)를 위반한 부당한 공동행위로 보아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 명령을 내렸습니다. 복산약품은 이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하며 절차적 하자, 합의 부존재, 경쟁제한성 부존재, 과징금 산정의 하자를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절차적 하자는 없다고 보았으나, 2006년 입찰 이후의 합의는 경쟁제한성이 인정되면서도 과징금 산정 시 2006년 입찰 관련 매출액을 포함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과징금 납부 명령 중 2006년도 입찰 관련 부분을 취소하고 나머지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분은 유지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울산대학교병원은 2004년부터 매년 56월경 약 1,3001,600여 종의 의약품을 경쟁 입찰 방식으로 구매했습니다. 복산약품을 포함한 7개 의약품 도매상들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이 입찰에 참여했습니다. 2006년 울산대학교병원 입찰이 종료된 다음 날인 6월 13일, 이들 도매상 중 삼원약품의 한 임원 등은 다른 도매상들과 전화 통화를 통해 '낙찰받은 도매상은 기존 제약사와 거래하던 탈락 도매상으로부터 낙찰 단가대로 의약품을 구매하고, 병원으로부터 받은 대금을 해당 도매상에게 낙찰 단가대로 송금하는' 방식에 합의했습니다. 이 합의는 약 1년간 실행되었고, 2007년 및 2008년 입찰에서도 큰 변동 없이 이어졌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행위가 경쟁 질서를 저해하고 다른 사업 활동을 방해하는 부당한 공동행위라고 판단하여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고, 이에 복산약품이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에 절차적 하자가 있었는지, 의약품 도매상들 간에 '마진 없는 도도매거래' 합의가 실제로 존재했는지(특히 2007~2008년 입찰에서도), 해당 합의가 관련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하는 효과가 있었는지(관련 시장 획정 및 경쟁제한성 여부), 공동행위의 효율성 증대 효과가 경쟁제한 효과를 상회하는지, 그리고 과징금 산정 시 2006년도 입찰 관련 매출액을 포함한 것이 적법한지 등이 주요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공정거래위원회)가 원고(복산약품)에게 2012년 3월 26일 내린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 중 과징금 납부 명령의 일부(2006년도 입찰 관련 부분)를 취소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시정명령 취소 및 2007년, 2008년 입찰 관련 과징금 유지)는 기각되었습니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3분의 2를, 피고가 나머지를 부담하도록 결정되었습니다.
법원은 의약품 도매상들 간의 '마진 없는 도도매거래' 합의가 2006년 입찰 종료 후 이루어졌지만 2007년과 2008년 입찰 시장에서는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시정명령의 적법성은 인정되었고, 2007년 및 2008년 입찰 관련 과징금도 정당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2006년 입찰은 합의가 입찰 종료 후 이루어졌으므로 해당 입찰의 경쟁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며, 2006년도 입찰 관련 매출액을 포함하여 산정된 과징금 납부 명령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여 그 부분을 취소했습니다. 이는 공동행위로 인한 경쟁제한 효과가 실제로 발생한 시점의 매출액만을 과징금 산정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입니다.
이 사건은 주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9호가 적용되었습니다. 이 조항은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 또는 사업내용을 방해하거나 제한함으로써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를 합의하거나 이를 행하도록 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여기서 '합의'는 반드시 명시적인 계약이나 협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묵시적인 합의나 암묵적인 양해에 그치는 경우도 포함됩니다. 또한, 모든 사업자 사이에 직접적인 합의 과정이 없었더라도 여러 사업자 사이에 순차적으로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전체 사업자 사이의 합의가 성립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경쟁제한성'을 판단할 때는 해당 상품의 특성, 소비자의 제품 선택 기준, 해당 행위가 시장 및 사업자들의 경쟁에 미치는 영향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해당 공동행위로 인해 일정한 거래 분야에서의 경쟁이 감소하여 가격, 수량, 품질 또는 기타 거래 조건 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지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도매상들 간의 '마진 없는 도도매거래' 합의가 사실상 낙찰 도매상뿐만 아니라 다른 가담 도매상들까지 낙찰자로서의 지위를 가지게 하여 가격 경쟁을 무색하게 하고 입찰 시장의 경쟁을 제한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과징금 산정과 관련하여, 위반 행위에 대한 과징금은 해당 공동행위로 인해 경쟁제한 효과가 실제로 발생한 시점과 관련된 매출액을 기준으로 산정해야 합니다. 2006년 입찰의 경우, 합의가 입찰 종료 후 이루어졌으므로 그 입찰 자체에는 경쟁제한 효과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보아 관련 매출액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사업자들은 입찰 경쟁 시 가격 경쟁을 회피하거나 공동으로 사업 활동을 제한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됩니다. 합의는 명시적이지 않더라도 묵시적 또는 암묵적인 양해만으로도 인정될 수 있으므로, 경쟁사와 연락하거나 특정 방식으로 행동할 때는 항상 주의해야 합니다. 공동행위가 시장 경쟁에 미치는 영향(경쟁제한성)은 해당 상품의 특성, 소비자의 선택 기준, 시장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되며, 사업자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시장 경쟁에 미칠 잠재적 영향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설령 공동행위로 인한 효율성 증대 효과를 주장하더라도, 그것이 경쟁 제한 효과를 상회한다고 인정되기는 매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공정거래법 위반 시 부과되는 과징금은 위반 행위로 인해 경쟁제한 효과가 실제로 발생한 시점과 관련된 매출액을 기준으로 산정되므로, 합의 시점과 경쟁제한 효과 발생 시점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