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무국적 해외동포인 원고가 국내 학술 심포지엄 참석을 위해 일본 오사카총영사관에 여행증명서 발급을 신청했으나 거부당했습니다. 원고는 이 거부 처분이 부당하다며 취소 소송을 제기하여 1심에서는 승소했으나, 항소심 법원인 이 사건 재판부에서는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무국적 해외동포의 여행증명서 발급이 사실상 입국 허가에 해당하므로 외교 당국에 넓은 재량권이 있으며, 원고의 과거 친북 활동 경력과 반국가단체 관련 인사와의 접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거부 처분은 재량권 남용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원고는 일본에 거주하는 무국적 대한민국 동포로서 2009년 6월 5일 민족문제연구소 주최로 개최되는 한일공동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2009년 6월 3일부터 6월 7일까지의 체류 기간으로 여행증명서 발급을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 오사카총영사관총영사는 원고에 대하여 경찰청에서 신원증명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2009년 5월 25일 여행증명서 발급을 거부했습니다. 원고는 이 거부 처분이 여권법과 무국적자의 지위에 관한 협약을 위반하고,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는 헌법에 위반하며,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처분이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원고의 방한 예정 기간이 이미 종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지 여부. 둘째, 무국적 해외동포가 남한 왕래를 위해 신청하는 여행증명서의 법적 성격과 이에 대한 외교 당국의 재량권 범위. 셋째, 피고가 원고의 여행증명서 발급을 거부한 사유가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위법한 처분인지 여부입니다.
항소심 법원인 이 재판부는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먼저 원고의 방한 예정 기간이 이미 종료되었더라도, 원고가 향후에도 학술활동 등을 위해 한국을 방문할 의사가 있고 유사한 거부 처분이 반복될 위험성이 있으므로 이 사건 소송의 법률상 이익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본안 판단에서는,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에 따른 무국적 해외동포용 여행증명서는 일반적인 여권법상 여행증명서와 달리 실질적으로는 대한민국 입국을 허가하는 증명서에 해당하므로, 외교 당국인 피고에게 입국 허가 여부에 대한 광범위한 재량권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피고가 원고의 과거 친북 활동 경력(재일본조선청년동맹 대표단으로 방북, 반국가단체로 판시된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 부의장과의 회합 등)과 방한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여행증명서 발급을 거부한 것은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위법한 처분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에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남북교류법) 제10조: 무국적 외국 거주 동포가 남한을 왕래하기 위해 여권법 제14조 제1항에 따른 여행증명서를 소지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법원은 이 조항에 따라 발급되는 여행증명서가 남북 교류와 협력 증진이라는 목적 하에 무국적 동포의 남한 출입 근거를 마련한 것이지만, 그 실질은 단순한 여권 대체가 아닌 '입국 허가'의 의미를 가지며, 주권국가의 영토 고권에 관한 행사이므로 외교 당국에 광범위한 재량권이 부여된다고 해석했습니다.
여권법 제14조 제1항 및 구 여권법 시행령 제16조 제5호: 여권법 제14조는 여권에 갈음하는 여행증명서 발급에 관하여 규정하고, 구 여권법 시행령 제16조는 여행증명서 발급 대상을 열거하면서 제5호에서 '그 밖에 외교통상부장관이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람'을 포함했습니다. 법원은 남북교류법상 무국적 동포에 대한 여행증명서 발급은 이 제5호 규정을 유추 적용하여 '발급의 필요성'을 별도로 심사할 수 있다고 보았고, 이 경우 다른 여행증명서 발급보다 넓은 재량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참고로, 2009년 12월 30일 개정된 현행 여권법 시행령 제16조 제5호에서는 '남북교류법 제10조에 따라 여행증명서를 소지하여야 하는 사람으로서 여행증명서를 발급할 필요가 있다고 외교통상부장관이 인정하는 사람'을 명시적으로 규정하여 법원의 해석과 같은 취지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행정소송법상 소의 이익: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은 처분 취소를 통해 원상회복이 불가능한 경우 원칙적으로 소의 이익이 없습니다. 그러나 동일한 당사자 사이에서 유사한 위법 처분이 반복될 위험성이 있거나 불분명한 법률문제에 대한 해명이 필요한 경우, 행정의 적법성 확보와 국민의 권리 구제 확대를 위해 예외적으로 소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가 향후에도 학술 활동 등을 위해 한국을 방문할 의사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소의 이익을 인정했습니다.
재량권 일탈·남용 금지 원칙: 행정청이 법령에 따라 재량권을 행사할 때, 그 한계를 벗어나거나 재량권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입니다. 법원은 무국적 해외동포의 여행증명서 발급에 대한 외교 당국의 넓은 재량권을 인정하면서, 원고의 과거 친북 활동 경력(반국가단체 관련 인사와의 회합, 친북단체 대표단으로 방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발급을 거부한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외교 당국의 이러한 판단은 남북 분단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안보와 국익을 보호하려는 정당한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았습니다.
무국적 해외동포가 한국 방문을 위해 여행증명서를 신청할 경우, 해당 증명서는 단순한 신분증명서가 아니라 사실상의 '입국 허가'와 유사하게 취급되어 발급 여부에 대해 외교 당국의 넓은 재량권이 인정됩니다. 따라서 신청인의 과거 활동 내역, 특히 대한민국 안보 및 질서 유지에 저촉될 수 있는 활동(예: 북한 방문, 반국가단체 구성원과의 교류 등)이 있다면 여행증명서 발급이 거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신청자는 자신의 활동이 이러한 재량권 행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리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설령 과거 활동이 오래되었다 하더라도 관련 기록은 심사에 활용될 수 있으므로, 과거 활동이 현재 한국 방문 목적과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 명확히 소명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여행 목적으로 신청한 행사 기일이 지나더라도, 유사한 목적의 방문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면 행정소송상 법률상 이익이 인정될 수 있으므로 처분의 위법성을 다툴 기회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