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15개 동으로 이루어진 다세대주택 ‘B건물’의 관리운영 주체인 피고가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에 따른 적법한 단지관리단인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입니다. 원고는 피고가 적법한 단지관리단이 아니므로 부과된 관리비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B건물 단지가 물리적으로 하나의 단지로 보이지만, 피고가 집합건물법상 단지관리단 설립 요건인 규약 제정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적법한 단지관리단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는 피고에 대한 관리비 628,000원 채무가 없음을 확인받았습니다.
1987년경 부산에 15개 동의 다세대주택 ‘B건물’이 건립되었고, 각 건물은 독립된 집합건물로 등기되었습니다. 입주자들은 ‘B건물 관리운영규정’을 제정하여 ‘B건물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하고 관리 업무를 수행해왔습니다. 원고 A는 2018년경 B건물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 선출되어 관리 업무를 하다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차기 임원 선출 공고를 냈습니다. 그러나 일부 입주자들은 원고의 선거 공고가 집합건물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2023년 4월 10일 임시 입주민 총회를 개최하여 C을 회장으로 선출했습니다. C은 이후 ‘단지관리단 관리인(직무대행)’으로 신고되었고, 관할 구청이 이를 수리했습니다. C의 임기가 만료되자 2024년 4월 15일 서면 결의를 통해 D가 단지관리단의 관리인으로 선임되었고, 관할 구청에 신고 수리되었습니다. 피고(B건물 단지관리단)는 2024년 6월 21일 원고에게 628,000원의 관리비 납부를 통지했고, 원고는 피고가 집합건물법상 적법한 단지관리단이 아니며 관리비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 주택 15개 건물의 소유자들이 ‘집합건물법’상 ‘단지관리단’을 구성할 수 있는지 여부, 피고 ‘B건물 단지관리단’이 ‘집합건물법’에 따른 적법한 단지관리단으로 설립되었는지 여부, 피고가 적법한 단지관리단이 아닌 경우 원고에게 피고가 부과한 관리비 채무가 존재하는지 여부입니다.
피고는 집합건물법에 따라 적법하게 구성된 단지관리단이 아님을 확인합니다.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628,000원의 관리비 등 채무가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합니다. 원고의 나머지 주위적 청구는 기각하며,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합니다.
법원은 이 사건 주택이 여러 동의 건물이 객관적으로 하나의 구획을 이루고 특정 토지 사용권 및 부속시설을 공유하여 집합건물법 제51조의 단지관리단을 설립할 요건은 갖추었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피고는 단지관리단 설립을 위한 집합건물법상의 규약 제정 절차, 즉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3/4 이상 찬성을 거치지 않았습니다. 기존의 운영규정은 임차인 등도 포함하는 입주자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것이며, 단지관리단의 규약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관리인 선임 결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단지관리단의 설립 자체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적법한 관리인 선임도 불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피고는 집합건물법상 적법한 단지관리단이 아니며, 원고는 피고가 부과한 628,000원의 관리비 채무가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집합건물법)’ 제51조는 한 단지에 여러 동의 건물이 있고 그 단지 내의 토지 또는 부속시설이 건물 소유자의 공동소유에 속하는 경우, 이들 소유자가 단체(단지관리단)를 구성하여 집회를 개최하고 규약을 정하며 관리인을 둘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본 사건에서는 이 사건 주택이 단지관리단 설립 요건인 ‘하나의 구획을 이루는 토지 위에 있으며 토지 사용권 등과 부속시설을 공유’하는지는 충족한다고 보았으나, 설립 절차 미비가 문제가 되었습니다. 집합건물법 제52조는 단지관리단에 동별관리단에 관한 규정들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으나, 동별관리단의 당연설립에 관한 제23조 제1항은 준용하지 않으므로 단지관리단은 반드시 설립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집합건물법 제29조 제1항은 규약의 설정, 변경 및 폐지는 관리단집회에서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3/4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고 명시합니다. 본 사건에서 피고는 이 규정에 따른 단지관리단 규약 제정 절차를 거치지 않아 적법한 단지관리단으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기존의 ‘B건물 관리운영규정’은 구분소유자 외 임차인도 포함하는 입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단지관리단 규약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또한 집합건물법 제24조 제4항은 구분소유자의 승낙을 받아 전유부분을 점유하는 자도 공용부분의 관리나 관리인 선임 및 해임을 위한 관리단 집회에 참석하여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지만, 법원은 단지관리단 ‘설립’을 위한 규약 제정에는 점유자가 의결권을 대신 행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규정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단지관리단 설립이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관리인 선임도 적법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여러 동의 건물이 하나의 단지를 이루고 있더라도 ‘집합건물법’상 ‘단지관리단’을 설립하려면 해당 법률이 정하는 엄격한 절차를 반드시 따라야 합니다. 특히 규약 제정 시에는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3/4 이상 찬성이 필요하며 기존의 운영 규정만으로는 단지관리단의 규약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단지관리단이 적법하게 설립되지 않았다면 관리인 선임 또한 무효가 될 수 있으며, 이 경우 관리비 부과 권한이 없음을 주장하여 채무 부존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관리 주체가 선임되거나 기존 관리 주체의 적법성에 의문이 제기될 경우, 해당 단체가 ‘집합건물법’에서 요구하는 절차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관리단 집회 소집 및 결의 절차, 특히 규약 제정이나 변경에 관한 절차를 명확히 준수하는 것이 분쟁 예방에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