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역사관장 채용 절차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 판결

피고 재단법인이 역사관장 채용 과정에서 내부 규정을 위반하여 이사장이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함으로써 채용 절차에 하자가 발생했습니다. 불합격 처분을 받은 원고는 피고에게 채용 의사표시 및 임금 지급, 혹은 불합격 처분 무효 확인과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채용 절차의 하자를 인정했으나, 피고에게 원고를 채용할 의무가 발생한다고 보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공정한 평가 기회를 침해한 위법 행위로 인해 원고가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여, 피고는 원고에게 5,0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불합격 처분 무효 확인 청구와 채용 관련 임금 지급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피고가 운영하는 역사관의 역사관장 채용 절차에 지원했다가 불합격 처분을 받은 지원자입니다.
• 피고 재단법인 B: 일제강제동원 피해 관련 사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역사관장 채용 절차를 진행한 기관입니다.
• D: 원고 A와 함께 역사관장 채용 절차의 서류전형에 합격하여 면접을 본 후 최종 합격하여 역사관장으로 임용된 사람입니다.
• H: 피고 재단법인 B의 이사장으로, 2차 경험면접에 심사위원 자격 없이 참여한 인물입니다.

분쟁 상황

피고 재단법인은 역사관장 1명을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공고했습니다. 이 채용 계획에는 면접 심사위원을 내부 '직원'으로 구성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원고 A는 이 채용 절차에 지원하여 서류전형에 합격했고, D와 함께 면접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2차 경험면접에서는 채용 계획과 달리 피고 재단법인의 '임원'인 이사장 H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습니다. 면접 결과 D가 최종 합격자로 선정되어 역사관장으로 임용되었고, 원고 A는 불합격했습니다. 이에 원고 A는 이사장 H이 자격 없는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것은 채용 절차의 중대한 하자이며, 이로 인해 자신이 불합격하게 되었다고 주장하며 피고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는 주위적으로 피고에게 자신을 역사관장으로 채용하라는 의사표시와 채용 예정일인 2019년 9월 2일부터 채용일까지의 급여를 지급할 것을 청구했습니다. 예비적으로는 불합격 처분의 무효 확인과 채용되었을 경우 받을 수 있었던 임금 159,999,840원에 해당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핵심 쟁점

재단법인이 역사관장 채용 과정에서 내부 규정을 위반하여 이사장을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시킨 것이 채용 절차의 하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이로 인해 불합격한 지원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하는지 여부입니다. 또한 채용 절차의 하자가 있었을 경우에도 최종 합격자로서의 지위나 채용 의사표시를 강제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1. 1. 1. 26.자 불합격 처분 무효 확인 청구는 확인의 이익이 없으므로 각하되었습니다.
2. 피고 재단법인은 원고에게 5,0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이자는 2019. 9. 2.부터 2022. 1. 20.까지 연 5%의 비율로,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됩니다.
3. 원고의 주위적 청구(채용 의사표시 및 임금 지급) 및 나머지 예비적 청구(채용되었을 경우의 임금 상당액 지급)는 기각되었습니다.
4. 소송비용은 원고가 70%, 피고가 30%를 부담합니다.

결론

법원은 피고 재단법인이 채용 계획에서 정한 심사 절차를 위반하여 이사장을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시킨 행위가 채용 절차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위법한 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절차상 하자가 있었더라도 피고에게 원고를 채용할 의무가 발생하거나 원고가 당연히 합격했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여 채용 강제 및 임금 지급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원고가 공정한 평가를 받을 기회를 침해당하고 채용 절차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게 된 정신적 고통에 대해 피고의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여, 원고에게 5,0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최종 판결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 재단법인이 채용계획에서 정한 심사 절차를 위반하여 이사장을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시킨 행위를 위법한 행위로 판단했습니다. 이는 채용 절차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여 원고의 공정한 평가 기회와 합리적인 기대, 직업 선택을 통한 인격권 실현 가능성 등 인격적 법익을 침해한 것으로 보아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습니다.
2. 민법 제35조 제1항 (법인의 불법행위능력)​: '법인은 이사 기타 대표자가 그 직무에 관하여 타인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이사 기타 대표자는 이로 인하여 자기의 손해배상책임을 면하지 못한다.' 이 조항에 따라 피고 재단법인의 이사장 H이 심사위원 자격 없이 채용 절차에 참여하여 발생한 불법행위에 대해 법인인 피고가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됩니다.
3. 확인의 이익의 법리: 무효 확인 소송에서 확인의 이익은 그 대상인 법률관계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분쟁이 있고, 그로 인하여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불안·위험이 있어 판결로써 그 법률관계의 존부를 확정하는 것이 위 불안·위험을 제거하는 데 필요하고도 적절한 경우에 인정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불합격 처분 무효를 확인하더라도 원고가 최종 합격자의 지위에 놓이거나 채용과 관련한 구체적인 법률관계가 당연히 형성되는 것이 아니며, 근로계약 기간이 이미 만료되었으므로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보아 불합격 처분 무효 확인 청구를 각하했습니다.
4. 채용의 자유 및 재량의 한계: 피고의 채용 행위는 사법상의 고용계약으로 누구를 채용할지는 원칙적으로 피고의 자유의사에 달려 있으나, 이러한 자유와 재량성은 관련 법규는 물론 내부 규정 등을 통해 마련된 객관적인 절차에 따라야 한다는 내재적 한계를 가집니다. 법원은 채용 절차에 하자가 있었다고 해도 원고가 당연히 합격했으리라 단정하기 어렵고, 피고에게 채용을 강제할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5. 민법 제537조 (채무자위험부담주의) 및 제538조 제1항 (채권자귀책사유로 인한 이행불능)​: 이 조항들은 유효하게 성립하여 존재하는 계약을 전제로 하는 위험부담의 문제입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와 피고 사이에 유효하게 성립한 근로계약이 존재한다는 점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 조항들을 적용하여 원고가 채용되었을 경우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의 지급을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참고 사항

1. 채용 절차 공정성 확인의 중요성: 공개 채용 절차에 지원할 때는 채용 공고에 명시된 내용뿐만 아니라 해당 기관의 인사관리규정 등 내부 규정에 명시된 심사위원 구성, 평가 방식 등을 미리 확인하여 절차의 공정성이 보장되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2. 절차상 하자 발생 시 대응: 만약 채용 절차가 공고된 내용이나 내부 규정을 중대하게 위반하여 진행되었다고 판단될 경우, 불이익을 받은 응시자는 해당 기관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그 위법성이 심각하다면 소송을 통해 권리 구제를 모색할 수 있습니다.
3.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가능성: 채용 절차의 위법성이 응시자의 공정한 평가 기회를 침해하고 채용 절차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는 정도에 이른다면, 최종 합격 여부와 관계없이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공공성이 강한 기관의 채용에서는 더욱 높은 수준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요구됩니다.
4. 채용 강제는 어려울 수 있음: 채용 절차에 하자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법원이 해당 기관에 채용을 강제하거나 채용되었을 경우의 임금 상당액을 모두 지급하라고 명령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채용은 기본적으로 당사자 간의 고용 계약에 해당하며, 기관의 자유로운 의사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법원은 절차상 하자가 없었더라도 응시자가 당연히 합격했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5. 소송 시 '확인의 이익' 고려: 불합격 처분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때는 해당 확인을 통해 본인의 법적 지위가 명확히 해결되고 실질적인 이익이 발생하는지 여부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이미 채용될 수 있는 기간이 지났거나, 무효 확인만으로는 구체적인 법률관계가 형성되지 않는 경우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판단되어 소송이 각하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