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 노동
이 사건은 한 중학생이 동급생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학교에 신고했다가, 경찰 조사에서 혐의 없음으로 종결되자 오히려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학교폭력 징계 처분을 받은 사건입니다. 징계를 받은 학생 측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자치위원회)의 학부모위원 선출 절차가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징계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자치위원회 학부모위원의 선출 과정에 절차적 하자가 있음을 인정하여 학교장의 징계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원고 A는 2019년 7월 17일, 동급생 D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학교에 신고했습니다. 학교는 이 사실을 경찰에 알렸고, 경찰은 2019년 10월 15일 대립되는 진술 외에 범죄 증거가 없다며 내사 종결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후 D는 2019년 10월 22일 원고 A가 자신을 성추행범으로 지목하며 다른 학생들에게 이야기하고 학교에 신고하여 명예를 훼손했다며 학교폭력 신고를 했습니다. 이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2019년 10월 31일 회의를 열어, 경찰 조사에서 혐의가 없었음에도 원고 A가 성추행 사실을 유포하고 신고하여 D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원고 A에게 교내봉사 5일, 특별교육이수 2시간, 보호자특별교육이수 2시간 조치를 의결했고, 학교장(피고)은 같은 해 11월 5일 이를 처분했습니다. D의 아버지는 이 처분이 약하다고 주장하며 상위 기관인 부산광역시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했고, 지역위원회는 2020년 1월 16일 원고 A의 거짓 진술, 반성 태도 부족 등을 이유로 재심을 인용하여 원고 A에게 출석정지 5일 조치를 결정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의 재심사 결정이 학교장의 기존 징계 처분을 자동으로 변경하는 효력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학부모위원 선출 절차가 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이루어졌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주로 이 자치위원회의 절차적 하자를 중심으로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C중학교장이 원고 A에게 내린 '교내봉사 5일, 특별교육이수 2시간, 보호자특별교육이수 2시간'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먼저,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의 재심 결정이 학교장의 기존 처분을 당연히 변경하는 것은 아니며, 학교장에게 합당한 조치를 권유하는 사실상의 행위에 불과하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본안 전 항변을 기각했습니다. 이어서 법원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자치위원회)의 구성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구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자치위원회 위원의 과반수는 학부모 전체회의에서 직접 선출된 학부모대표여야 하는데, 이 사건 자치위원회의 학부모위원은 학부모 전체회의에 대한 사전 안내 없이 학급 대표 학부모들을 대상으로만 투표 없이 위촉되는 등 민주적 선출 절차를 지키지 않았습니다. 또한 '학부모 전체회의에서 학부모대표를 선출하기 곤란한 사유'가 있었다는 학교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자치위원회의 구성이 위법하므로, 그 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이루어진 징계 처분 또한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징계 처분의 실제 내용(실체적 하자)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구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구 학교폭력예방법) 제13조 제1항: 이 조항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자치위원회)의 구성에 대해 규정합니다. 자치위원회는 위원장 1인을 포함하여 5인 이상 10인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전체 위원의 과반수는 학부모 전체회의에서 직접 선출된 학부모대표로 위촉해야 합니다. 다만, 학부모 전체회의에서 학부모대표를 선출하기 곤란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학급별 대표로 구성된 학부모대표회의에서 선출된 학부모대표로 위촉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이 조항이 학부모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한 민주적 선출 절차를 담보하는 중요한 규정으로 보았습니다.
구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의2 및 구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4조 제6항: 이 조항들은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이하 지역위원회)의 재심 청구 및 결정에 대해 다룹니다. 피해 학생 또는 그 보호자는 학교장의 조치에 대해 지역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으며, 지역위원회는 재심사 결정을 한 경우 해당 학교의 장에게 구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1항 각 호의 조치를 할 것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이 규정 어디에도 지역위원회의 결정이 학교장을 구속한다는 내용이 없으므로, 지역위원회의 재심 결정은 학교장에게 합당한 조치를 권유하는 '사실상의 행위'에 불과하며, 학교장의 기존 처분을 자동으로 변경하는 효력은 없다고 해석했습니다.
자치위원회 구성 절차의 중요성: 법원은 구 학교폭력예방법령이 자치위원회의 구성원과 절차를 명시적으로 정하는 이유를, 청소년이 평화로운 교육환경에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분쟁 발생 시 교육적 방향의 조치를 취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학부모위원이 과반수를 차지하며 학부모들을 대표하는 역할을 해야 하므로, 이를 보장하기 위한 민주적 선출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자치위원회의 결의는 위법하다고 보았습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현재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징계 처분에 불복할 경우, 위원회 구성 절차가 법적 요건을 충족했는지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학부모위원의 선출 과정에서 민주적 절차, 즉 학부모 전체에 대한 사전 공지, 공정한 입후보 및 투표 기회 제공 등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면, 이는 징계 처분 자체를 위법하게 만드는 중대한 절차적 하자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또한,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현재는 시도학생징계조정위원회)의 재심 결정은 해당 학교장에게 권고적 효력만을 가지며, 기존 학교장의 징계 처분을 자동으로 변경하지 않으므로, 재심 결과와 별개로 기존 징계 처분의 위법성을 다툴 수 있습니다. 학교폭력 관련 징계는 학생의 학습권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징계 처분 과정 전반의 절차적 적법성을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