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건설 현장에서 천공기 스크류 조립 작업을 하던 근로자가 굴삭기 버킷 위 3.5m 높이에서 작업 중, 감리업체 직원의 실수로 굴삭기가 움직여 추락하여 목 척수 손상 등 중증 상해를 입었습니다. 이에 근로자는 가해 감리업체 직원과 그 소속 회사, 소속 근로자였던 천공기 임대 회사, 그리고 공사 전체를 도급받은 원도급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피고들의 과실과 안전 의무 위반을 인정하면서도 원고의 과실을 고려하여 피고들의 책임을 60%로 제한하고, 총 5억 4천여만 원의 손해배상을 판결했습니다.
이 사건은 부산 기장군의 한 신축 공사현장에서 발생했습니다. 원고는 피고 D 소속 근로자로,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천공기 스크류를 조립하는 작업을 위해 약 3.5m 높이의 굴삭기 버킷 위에 올라가 있었습니다. 이때 현장 감리 업무를 맡은 피고 C의 직원인 피고 B이 굴삭기의 후방카메라 화면을 점검한다는 이유로 운전석에 들어갔다가 버킷 조작 레버를 건드렸고, 버킷이 갑자기 회전하면서 원고가 추락하여 중상을 입게 되었습니다. 원고는 사고 이후 목 척수 손상으로 인한 심한 사지마비의 영구장해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 사건 사고 발생에 있어 감리업체 직원(B), 그 소속 회사(C), 원고의 소속 회사(D), 그리고 원도급사(E) 각자의 과실 및 안전 의무 위반이 있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또한 각 피고들의 손해배상 책임 범위와 원고의 과실 여부, 그리고 산재보험 간병급여 등 다른 보상금액이 손해배상액에서 공제되어야 하는지 여부가 핵심적으로 다루어졌습니다.
법원은 피고 B, C, D, E 모두가 이 사건 사고 발생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있음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원고의 과실도 일부 인정하여 피고들의 책임을 60%로 제한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540,771,273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 B이 굴삭기 조작 레버를 건드려 사고를 유발한 과실, 피고 C는 B의 사용자로서의 책임, 피고 D는 원고의 고용주로서 안전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책임, 피고 E는 공사 전체의 원도급인으로서 산업재해 예방 조치를 소홀히 한 책임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원고 또한 고소작업 시 안전장치를 요청하거나 사용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여 피고들의 손해배상 책임 비율을 60%로 제한했습니다. 손해배상금액은 향후치료비, 보조구비, 기왕 및 향후 개호비(간병비) 등을 종합적으로 산정했으며, 이미 지급된 간병급여는 공제했으나 장래의 간병급여나 다른 보험급여는 공제하지 않았습니다. 위자료는 68,000,000원으로 산정되었습니다.
이 사건 판결은 여러 법률과 법리적 원칙에 근거하여 판단되었습니다.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의 내용): 피고 B은 원고가 작업 중임을 알면서도 굴삭기 조작 레버를 건드린 과실로 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되었습니다. 피고 E 또한 공사 전체를 관리하는 원도급인으로서 안전 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아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되었습니다.
민법 제756조 (사용자의 배상책임): 피고 B의 사용자였던 피고 C는 피고 B의 과실에 대해 사용자로서의 배상 책임을 부담합니다.
사용자의 보호의무 (대법원 판례 2001. 7. 27. 선고 99다56734 판결 등): 피고 D는 원고의 소속 회사로서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인 보호의무를 부담합니다. 원고가 위험한 고소작업을 수행함에도 안전교육, 고소작업대, 안전대 등을 제공하지 않는 등 보호의무를 위반하여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었습니다.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및 관련 시행규칙 (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등): 원도급인인 피고 E는 하도급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습니다. 특히 건설기계 정비, 수리 및 조정 작업 시 근로자의 위험 방지를 위해 운전을 정지하고, 차량계 건설기계를 주된 용도에만 사용하며, 작업 지휘자를 지정하여 안전하게 작업하도록 지휘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피고 E는 이러한 의무를 다하지 않아 책임이 인정되었습니다.
과실상계 (민법 원칙): 원고 또한 안전장치가 없는 굴삭기 버킷에서 작업하고 고소작업대를 요청하지 않는 등 스스로의 안전을 소홀히 한 과실이 인정되어, 피고들의 책임이 60%로 제한되었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0조 제2항 (대법원 판례 2004. 7. 9. 선고 2004다12752 판결 등): 산재보험 급여가 손해배상의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보험급여가 현실적으로 지급되어 손해 전보가 된 경우에 한합니다. 따라서 원고가 향후 지급받을 장래의 간병급여는 실제 지급되지 않은 이상 손해배상액에서 미리 공제할 수 없다는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또한, 원고가 청구하지 않은 일실수익과 상호 보완관계에 있는 휴업급여, 장해급여, 상병보상연금, 장애연금 등은 손해배상액에서 공제되지 않았습니다.
건설 현장 등 위험한 작업 환경에서는 고용주나 원도급사뿐만 아니라 감리업체, 장비 임대업체 등 관련 모든 주체가 근로자의 안전을 위한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야 합니다. 특히 고소작업의 경우 작업 전 안전교육 실시, 고소작업대·안전대 등 필요한 안전장비 지급 및 착용 여부 확인이 필수적입니다. 또한 사고 발생 시에는 사고 경위, 부상 정도, 의료 기록, 안전 조치 여부 등에 대한 철저한 기록과 증거 확보가 중요하며, 각 주체의 책임 범위와 과실 비율에 따라 손해배상액이 달라질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피해 근로자 본인도 안전 수칙을 준수하고, 위험 상황 시 필요한 안전 장비나 조치를 적극적으로 요청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산재보험 급여는 현실적으로 지급된 금액에 한하여 손해배상액에서 공제되는 것이 원칙이며, 청구하지 않은 손해 항목과 보완관계에 있는 다른 급여는 공제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