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산지역본부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반대 등을 주장하며 여러 차례 옥외 집회와 행진을 신고했습니다. 이에 부산지방경찰청장은 주요 도로 통행 방해 등을 이유로 집회 및 행진을 금지하는 통고 처분을 내렸고 부산남부경찰서장은 일부 조건부 허용 통고 처분을 내렸습니다. 원고는 이러한 금지 및 조건 통고 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집회 예정일이 지났더라도 금지 통고 처분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은 인정된다고 보면서도, 경찰청장의 금지 통고는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여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남부경찰서장의 조건 통고는 교통 소통을 위한 합리적인 제한으로 보아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원고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산지역본부는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에 반대하고 노동 기본권 보장을 촉구하며 여러 차례 옥외 집회와 행진을 계획하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첫 번째 신고에서는 시청 시민광장, 노동청, 서면1번가, 부전시장 입구에서의 집회 및 행진을, 두 번째 신고에서는 부산역 광장, 서면 쥬디스태화 인도, 현대백화점 맞은편에서의 집회 및 행진을 계획했습니다. 세 번째 신고에서는 한나라당 부산시당 앞 및 건너편 인도에서의 집회와 행진을 계획했습니다. 피고인 부산지방경찰청장은 주요 도로에서의 차량 소통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 명백하고, 일부 장소의 경우 도로가 협소하여 도로 점거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으며 인근 상인 및 시민의 불편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집회와 모든 행진에 대해 금지 통고 처분을 내렸습니다. 부산남부경찰서장은 주요 도로 교통 소통 우려를 이유로 집회에 대해서는 인도의 1/3을 보행 통로로 확보하고 행진은 인도를 이용하라는 조건을 붙여 허용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경찰의 이러한 금지 및 조건 통고 처분이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고 재량권을 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집회 예정일이 이미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옥외집회 금지 통고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의 이익이 여전히 인정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부산지방경찰청장이 내린 옥외집회 및 행진 금지 통고 처분이 헌법상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경찰의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한지 여부입니다. 셋째, 부산남부경찰서장이 내린 옥외집회 및 행진에 대한 조건 통고 처분이 교통질서 유지를 위한 합리적인 범위 내의 제한으로 적법한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부산지방경찰청장이 내린 두 차례의 집회 및 행진 금지 통고 처분(2010년 2월 12일 부분 제외)은 헌법상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위법한 처분이라고 판단하여 이를 취소했습니다. 하지만 부산남부경찰서장이 내린 조건 통고 처분은 교통 소통을 위한 합리적이고 필요한 조치로 보아 적법하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는 집회의 자유가 중요하게 보호되어야 하지만, 공공의 질서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합리적인 조건은 허용될 수 있다는 법원의 입장을 보여줍니다.
이 사건 판결은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들을 기반으로 합니다.
대한민국 헌법상 집회의 자유: 헌법 제21조는 모든 국민에게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민이 공동의 의견을 형성하고 이를 외부에 표출하는 중요한 기본권으로서, 국가의 공권력에 의한 자의적인 제한으로부터 보호되어야 합니다. 법원은 집회의 금지나 해산은 원칙적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명백하게 존재하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되는 최종적인 수단이며, 집회의 자유를 덜 제한하는 다른 수단, 즉 조건을 붙여 집회를 허용하는 가능성을 모두 소진한 후에 비로소 고려될 수 있다고 판시하여 집회의 자유 보장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8조 (집회 및 시위의 금지 통고): 이 조항은 관할 경찰관서장이 신고된 옥외 집회나 시위가 다른 사람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할 것이 명백한 경우 등에 한하여 금지를 통고할 수 있도록 규정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경찰청장이 단순히 교통 소통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집회를 금지한 것은 이 조항에 따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보았습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9조 제1항 (이의신청) 및 제3항 (시기 도과 시 재신고): 제9조 제1항은 집회 금지 통고에 대한 이의신청 절차를 규정합니다. 특히 제3항은 금지 통고 처분이 위법 또는 부당한 것으로 재결되거나 그 효력을 잃게 되는 경우, 시기를 놓친 주최자가 일시를 새로 정하여 다시 신고함으로써 집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 규정을 근거로 법원은 집회 예정일이 지났더라도 금지 통고 처분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이 원칙적으로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12조 (주요 도로에서의 집회 및 시위의 제한): 이 조항은 주요 도시의 주요 도로에서의 집회나 시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지만, 주최자가 질서유지인을 두고 도로를 행진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금지할 수 없도록 규정합니다. 또한 교통 소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교통질서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제한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이 조항을 적용하여, 원고가 질서유지인을 충분히 배치한 상황에서 단순히 주요 도로라는 이유로 행진을 금지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부산남부경찰서장이 교통 혼잡이 예상되는 구간에서 인도를 이용하도록 조건을 붙인 것은 교통 소통을 위한 합리적인 제한으로 보아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비례의 원칙 및 재량권 일탈·남용 금지: 공권력의 행사는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며(비례의 원칙), 행정청의 재량권 행사는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이를 벗어나서는 안 됩니다. 법원은 경찰의 집회 금지 처분이 이러한 비례의 원칙과 재량권 행사의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 보아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집회 및 시위를 신고하고 금지 통고를 받은 경우 다음과 같은 사항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집회 예정일이 지났어도 소송 제기 가능성: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9조 제3항에 따라 금지 통고가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설령 원래 예정된 집회 일시가 지났더라도 새로운 일시를 정하여 다시 집회를 개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집회 예정일이 지났다고 해서 금지 통고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의 이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므로, 이러한 상황에서도 법률적 대응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금지 통고의 위법성 판단 기준: 법원은 집회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므로, 경찰이 단순히 '주요 도로'라는 이유나 '교통 혼잡 우려'만으로 집회나 행진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제한으로 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질서유지인을 충분히 배치하거나, 인원 제한, 시간 조정 등 덜 제한적인 방법으로 교통 소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경찰은 이러한 대안들을 먼저 검토하고 활용해야 합니다.
조건 통고의 합법성: 교통 소통이나 공공 질서 유지를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의 합리적인 조건(예: 인도 일부 확보, 인도 이용 행진 등)은 법원에서 적법하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신고된 집회나 행진의 목적 달성을 크게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공익을 보호하는 수준의 조건이라면 이를 수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습니다.
경찰의 재량권 한계: 경찰의 집회 금지 또는 조건 통고는 재량 행위에 해당하지만, 이 재량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합니다. 명확한 근거 없이 추상적인 이유로 집회를 금지하거나, 집회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게 만드는 과도한 조건을 부과하는 것은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판단되어 위법하게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