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 기타 형사사건
F 주식회사가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과 J 발전설비 4대에 대한 물품구매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 조건 중 하나는 168시간 연속 운전 시험 통과였습니다. 2019년 12월, 두 번째 연속 운전 시험 중 엔진이 여러 차례 정지하여 사실상 시험에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F회사의 부사장 B, 글로벌본부장 C, 고속발전팀장 D, 고속발전팀 차장 E는 이 사실을 한수원에 숨기고 허위 시험성적서를 제출하여 총 66억 원이 넘는 잔금을 편취했습니다. 이에 대해 A 대표이사를 포함한 5명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원심에서는 A 대표이사는 무죄, 나머지 피고인들은 유죄 판결을 받았고, B, C, D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E는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피고인 B, C, D, E 및 검사(A, B, C, D에 대하여) 모두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 B, C, D, E의 항소와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며 원심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F 주식회사는 한수원에 발전설비 J를 납품하기로 계약하면서, 설비의 핵심 성능인 '168시간 연속 운전'이 가능한지 증명하기 위한 시험성적서 제출을 필수 조건으로 약정했습니다. 그러나 2019년 12월 진행된 두 번째 연속 운전 시험 중 설비 엔진이 6차례나 정지하여 시험에 실패했습니다. 이에 F 회사 내부에서는 실패 사실을 한수원에 알리고 재시험을 진행하는 대신, 2019년도 매출 목표 달성을 위해 시험 실패를 은폐하고 허위로 시험성적서를 작성하여 한수원에 제출하자는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이로 인해 한수원은 발전설비가 정상적으로 시험을 통과한 것으로 오인하여 잔금을 지급하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사기 범행이 발생하여 법적 분쟁으로 이어졌습니다.
재판부는 다음 세 가지 주요 쟁점을 심리했습니다. 첫째, 피고인 C이 자신의 지위와 상하관계 등을 고려할 때 범행을 구체적으로 인식했는지 혹은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할 영향력이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C은 범행을 만류하기도 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그의 근무 경력, 직위, 시험 실패 인식 및 시험성적서 제출 개입 등을 통해 공모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둘째, 피고인 A 대표이사가 사기 범행을 공모했는지 혹은 최소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검사는 A가 제2차 연속 운전 시험 실패 보고를 받고 은폐를 승인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증인들의 진술 신빙성 부족, 객관적 증거와의 불일치, A의 전문 분야 및 회사 내 지위 등을 고려하여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만큼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유지했습니다. 셋째, 유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 B, C, D, E 및 검사의 양형 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입니다. 재판부는 원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보아 피고인들과 검사의 주장을 모두 기각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 B, C, D, E의 항소와 검사의 피고인 A, B, C, D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이는 원심의 판결이 정당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피고인 B, C, D는 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피고인 E는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고, 피고인 A는 원심과 같이 무죄가 확정되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F 주식회사의 임직원들이 한수원과의 계약에서 중요한 168시간 연속 운전 시험에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숨기고 허위 시험성적서를 제출하여 거액을 편취한 사기 범행에 대해 B, C, D, E의 유죄를 인정하고 원심의 형량을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A 대표이사에 대해서는 범행 공모 및 미필적 고의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아 무죄를 확정했습니다. 이 판결은 기업의 중대 계약 위반 및 기망 행위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물으면서도, 최고 경영진의 직접적인 개입이나 명확한 인식이 없는 경우 무죄로 판단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본 판례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들이 중요하게 적용되었습니다. 1.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이 법률은 사기죄 중에서도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일 경우 가중 처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한수원으로부터 편취한 금액이 66억 원을 넘어 이 법률이 적용되었습니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기망행위(속이는 행위)', '착오', '재산상 처분행위', '재산상 이득'이 있어야 하며, 행위자에게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F 회사의 임직원들이 허위 시험성적서를 제출하고 시험 실패를 은폐한 것이 기망행위에 해당하여 한수원이 착오에 빠져 대금을 지급함으로써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보았습니다. 2. 형법상 공동정범(제30조):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 적용됩니다. 본 사건에서 B, C, D, E는 각자의 역할 분담과 상호 협력 하에 사기 범행을 저질렀으므로 공동정범으로 인정되었습니다. 공동정범은 반드시 모든 가담자가 동일한 시기에 동일한 장소에서 범행에 가담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범죄의 실행에 대한 '의사의 결합'이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이루어진 사실이 인정되면 성립할 수 있습니다. 3. 사기죄의 고의(미필적 고의):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행위자가 기망행위를 통해 상대방이 착오에 빠져 재산상 손해를 입고 자신 또는 제3자가 이득을 얻을 수 있음을 인식하는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특히 '미필적 고의'는 범죄 사실의 발생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용인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A 대표이사의 경우, 검사는 미필적 고의를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A가 시험 실패를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은폐를 승인했다고 단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아 고의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4. 증거의 신빙성 판단 및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항소심은 1심 법원이 직접 증인을 신문하고 그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한 결과가 명백히 잘못된 경우에 한하여 1심의 판단을 뒤집을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사건에서는 C, D, B의 진술이 시간에 따라 변하거나 객관적인 기록(비서일지, 출입카드 기록, 통화내역)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많아 진술의 신빙성 판단이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기업 활동에서 계약 이행 시 발생하는 문제는 투명하게 공개하고 해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국가 기간 시설이나 안전에 직결되는 제품의 경우, 사소한 문제라도 은폐하려 할 경우 더 큰 법적, 사회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내부 고발이나 외부 보고 체계를 통해 사실을 정확히 전달하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해결해야 합니다. 매출 목표나 성과 달성 압박이 있더라도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하는 것은 결국 회사와 개인에게 막대한 피해를 초래합니다. 조직 내에서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모든 임직원은 자신의 직위와 역할에 따른 책임을 명확히 인지해야 합니다. 직속 상급자의 지시라고 해도 불법적인 행위에 가담할 경우 형사처벌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중요한 의사소통이나 보고 내용은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구두 보고나 지시만으로는 나중에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리기 어려울 수 있으며, 객관적인 증거(업무일지, 출입기록, 통화기록 등)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