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 노동
정보통신 연구기관의 연구직 근로자인 원고가 성추행 사건으로 벌금 800만원을 선고받아 약식명령이 확정되자, 피고 연구원은 원고에 대한 당연면직 처분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 연구원의 인사규정 해석에 문제가 있고, 단체협약이 근로자에게 더 유리하게 적용되어야 하므로 이 사건 당연면직 처분은 무효이며, 피고 연구원은 원고에게 해고 기간 동안의 임금과 복직 시까지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원고 A는 대전의 한 노래방에서 피해자 C에게 성적인 말을 하고 신체 접촉을 하는 등 강제추행한 혐의로 벌금 800만원의 약식명령을 선고받았고, 이 약식명령은 2023년 12월 9일 확정되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민원이 접수되자 피고 연구원은 원고 A에 대해 2024년 1월 29일자 당연면직 처분을 내렸습니다. 원고 A는 이 당연면직 처분이 부당하다며 무효 확인과 미지급 임금의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 연구원의 인사규정에 따른 당연면직 사유(국가공무원법 제33조에 해당하는 결격사유)가 발생했을 때, 벌금형의 유죄 확정판결도 당연면직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 그리고 인사규정과 단체협약 간에 면직 사유에 대한 내용이 다를 경우 어느 규정이 우선하여 적용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피고 연구원이 원고 A에게 내린 2024년 1월 29일자 당연면직 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피고 연구원은 원고에게 미지급 임금 15,985,338원과 2024년 4월 1일부터 2024년 11월 30일까지 월 7,992,669원의 비율로 계산한 63,941,352원, 그리고 2024년 12월 1일부터 원고가 복직되는 날까지 월 7,992,669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각 지급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며,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연구원의 단체협약 제51조가 '형사상 금고 이상의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았을 시'를 면직 사유로 규정하고 있으며, 벌금형은 금고형보다 형이 가볍기 때문에 단체협약에 따르면 벌금형은 면직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인사규정을 벌금형까지 당연면직 사유로 보는 경우 단체협약보다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적용되므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3조 제1항에 따라 단체협약이 우선하여 적용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원고에 대한 당연면직 처분은 사유가 없거나 효력이 없는 인사규정에 근거한 것이므로 무효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당연면직이 무효이므로 원고는 근로를 제공하지 못했더라도 피고의 귀책사유로 인해 임금을 지급받을 권리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주로 다음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3조 제1항: 이 조항은 단체협약의 규범적 효력을 명시하며, 단체협약에서 정한 근로조건이나 근로자 대우에 관한 기준이 취업규칙이나 다른 근로계약보다 근로자에게 유리한 경우에는 단체협약이 우선적으로 적용된다는 원칙을 규정합니다. 본 사건에서 피고 연구원의 인사규정과 단체협약의 면직 사유가 달랐기 때문에, 법원은 단체협약이 근로자에게 더 유리하므로 단체협약이 우선 적용되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민법 제538조 제1항: 이 조항은 채권자의 귀책사유로 인해 채무자가 채무의 이행을 하지 못하게 된 경우에도 채무자가 급부를 할 수 있었을 때와 동일한 이익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법원은 피고 연구원의 부당한 당연면직 처분으로 인해 원고가 근로를 제공하지 못했으므로, 이는 사용자의 귀책사유에 해당하며 원고가 해고되지 않았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전부를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형법 제41조 및 제50조 (형의 종류와 경중): 형법에서는 형벌의 종류를 정하고 그 경중을 정하는데, 벌금형은 금고형이나 징역형보다 가벼운 형벌로 분류됩니다. 법원은 단체협약에서 '금고 이상의 유죄 확정판결'을 면직 사유로 정한 점과 형벌의 경중을 고려하여, 벌금형이 단체협약상 면직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했습니다.
국가공무원법 제33조 (결격사유): 피고 연구원은 정부출연기관으로서 국가공무원법상 결격사유를 인사규정에 준용했지만, 법원은 이 조항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해석하는 것이 단체협약의 정신과 맞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단체협약 및 인사규정 해석의 원칙: 단체협약은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지위를 향상시킬 목적으로 체결되므로, 그 명문 규정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회사의 징계나 면직 처분에 직면했을 때는 회사 내부의 인사규정뿐만 아니라 노동조합과 회사 간에 체결된 단체협약의 내용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인사규정과 단체협약의 내용이 상충될 경우 근로자에게 더 유리한 단체협약이 우선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에도 벌금형인지, 아니면 금고 이상의 형인지에 따라 회사 규정이나 단체협약에 명시된 면직 또는 징계 사유의 해당 여부가 달라질 수 있으니 처벌의 종류와 경중을 면밀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또한, '당연면직'이라는 명칭에도 불구하고 이는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하므로, 정당한 사유와 적법한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꼼꼼히 따져보고 부당하다고 판단될 경우 법적 대응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