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박/감금 · 압류/처분/집행
피고인 A과 B는 전화금융사기 조직의 자금을 환전해주어 사기 및 공갈 범죄에 가담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이들은 중국 위챗 대화명 'K' 또는 'O'을 통해 범죄 수익금을 환전하는 이른바 '환치기' 수법으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다고 공소되었으나, 법원은 피고인들이 보이스피싱 조직과 공동가공의 의사가 있었다거나 기능적 행위 지배를 통한 범죄 실행 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해자들의 배상신청 또한 모두 각하되었습니다.
전화금융사기 조직은 '데이톡', '카카오톡', '중년천국' 등 앱을 이용해 피해자들을 유인하여 음란 영상 유포 협박(몸캠피싱)이나 조건만남 빙자(보이스피싱)로 돈을 갈취하거나 편취했습니다. 피고인들은 이 조직의 'K' 또는 'O'이라는 인물로부터 환치기를 제안받아, 자신들의 중국 계좌에서 선불금 위안화를 송금하고 이후 한국 계좌로 원화를 받아 이를 인출하여 다른 유학생이나 물류 사업자에게 환전해 주는 방식으로 환율 차익을 얻었습니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이러한 환전 행위가 보이스피싱 및 몸캠피싱의 일부분임을 알면서도 가담했다고 보아 사기 및 공갈죄의 공동정범으로 기소했습니다. 피해자 G에게는 2023년 3월 2일부터 3일까지 15회에 걸쳐 총 52,002,000원이 갈취되었으며 총 7명의 피해자로부터 40회에 걸쳐 총 78,361,000원이 갈취되었습니다. 또한 피해자 F에게는 2023년 3월 3일 5회에 걸쳐 총 1,732,000원이 편취되었으며 총 11명의 피해자로부터 68회에 걸쳐 총 52,037,600원이 편취되었습니다. 피고인들은 이 피해금 중 일부를 환전 과정에서 송금받았습니다.
피고인들이 전화금융사기 조직의 사기 및 공갈 범행에 대해 '공동가공의 의사'를 가지고 '기능적 행위 지배'를 통해 범죄를 실행했는지 여부 즉, 형법상 공동정범이 성립하는지 여부입니다.
피고인 A과 B는 각 무죄를 선고받았고 배상신청인들의 배상신청은 모두 각하되었습니다.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이 전화금융사기 조직의 범행에 대해 공동가공의 의사를 가지고 범죄를 실행했다고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인들의 환전 방식이 이례적이고 환전 당시 범죄 수익임을 알았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며 환전 동기나 신분 등을 고려할 때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법률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형법 제30조 (공동정범):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에는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합니다.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요건으로 '공동가공의 의사'가 필요하며 이는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 이를 제지하지 않고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공동의 의사로 특정 범죄행위를 하기 위해 일체가 되어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해야 합니다. 객관적 요건으로는 '공동의사에 기한 기능적 행위 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사실'이 필요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들이 보이스피싱·몸캠피싱 조직의 범행을 인식했더라도 그들의 환전 행위가 이러한 범죄의 '공동가공의 의사'에 기반한 '기능적 행위 지배'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들의 환전 방식이 일반적인 '환전책'과는 다르며 범죄 수익임을 알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공동정범 성립을 부정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25조 (무죄판결): '피고인의 사실이 범죄로 되지 않거나 범죄 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판결로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해야 합니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의 유죄를 증명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될 때 이 조항에 따라 무죄가 선고됩니다. 이 판례에서는 검사의 증거가 피고인들의 공동정범 성립을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형법 제58조 제2항 (무죄판결 공시): 무죄 판결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피고인의 청구가 있거나 피고인의 동의가 있는 때에 피고인의 신청 또는 동의가 없는 경우에는 법원의 직권으로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할 수 있습니다. 다만 단서 조항에 따라 피고인이 공시를 원치 않으면 공시하지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들이 무죄 판결 공시 취지에 동의하지 않아 판결 요지를 공시하지 않았습니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2조 제1항 (배상명령): 형사사건의 피고인에게 유죄 판결이 선고될 때 피해자에 대한 배상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된 경우에는 배상 명령을 내릴 이유가 없으므로 배상신청은 각하됩니다. 이 사건에서도 피고인들에게 무죄가 선고되었으므로 배상신청인들의 배상신청은 모두 각하되었습니다.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높은 수익을 약속하는 환전 요청이나 투자 제안에는 특별히 신중해야 합니다. 불법적인 환전(환치기) 자체가 외환거래법 위반의 소지가 있으며 자금의 출처가 범죄 수익인 경우 해당 범죄의 공범으로 엮일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 특히 본인 명의의 계좌가 범죄에 이용될 경우, 설령 직접적인 범행 가담 의도가 없었더라도 금융 계좌가 정지되거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범죄 조직은 다양한 형태로 역할을 분담하며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므로 자신도 모르게 범죄의 일부가 되는 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단지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고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공동정범이 되지 않지만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해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에 해당하면 공동정범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