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개발 사업 포기 후 계약금 반환 시점 분쟁 사건

이 사건은 한 회사(원고)가 토지 소유자(피고)에게 지급했던 토지 매매 계약금 2억 5천만 원을 돌려받기 위해 제기한 소송입니다. 원고와 피고는 구두 합의를 통해 원고가 2차 사업 부지 매매 계약에서 탈퇴하고 피고는 새로운 사업자와 계약을 체결하면 1개월 뒤 계약금을 반환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피고가 수년간 새로운 사업자를 찾지 않자, 원고는 이 합의에서 정한 반환 시기(불확정기한)가 도래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피고가 약 3년 이상 새로운 사업자를 물색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불확정기한이 도래했다고 판단하여, 피고에게 계약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주식회사 (원고는 시공사이자 2차 부지 매매 계약의 매수인 중 한 명으로 참여함)
• 피고: B (1차 및 2차 사업 부지 토지 소유자)
• 관련 회사: C 주식회사 (초기 토지 매매 계약 체결 및 2차 부지 사업 관련), D 주식회사 (초기 토지 매매 계약 계약금 지급 후 매수인 권리 포기), R 주식회사 (원고 대표이사가 설립한 1차 주택 사업 시행사)

분쟁 상황

이 사건은 다음과 같은 일련의 상황에서 발생했습니다. 피고는 2015년경 C 주식회사와 D 주식회사가 매수하려던 토지의 잔금을 대신 지급하고 매수인 지위를 인수하여 소유권을 취득했습니다. 이 토지들은 이후 '2차 부지'가 되었습니다. 피고는 이전에 소유하고 있던 '1차 부지'에 공동주택을 신축하는 사업을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원고의 대표이사가 설립한 R 주식회사가 시공사로 참여했습니다. 이후 원고와 C은 피고로부터 2차 부지를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원고는 계약금으로 2억 5천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그러나 2017년 9월 8일, 원고와 피고, C은 1차 계약 정산 및 원고의 2차 부지 매매 계약 탈퇴 등에 관해 구두 합의를 했습니다. 이 합의에 따라 원고는 2차 부지 매매 계약의 매수인에서 탈퇴하고, 피고는 '새로운 사업자와 다시 2차 부지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고 약정서를 작성한 날로부터 1개월 뒤'에 원고에게 계약금 2억 5천만 원을 반환하기로 약정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피고는 새로운 사업자를 찾지 않았고, 계약금 반환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에 원고는 계약금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이전 소송에서는 '새로운 사업자 계약'이라는 조건이 아직 성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각되었습니다. 원고는 이후에도 피고가 새로운 사업자 물색이나 계약금 반환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자, 해당 조건이 불확정기한으로 이미 도래했다고 주장하며 다시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원고와 피고 사이에 2차 사업 부지 매매 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을 반환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는지. 둘째, 만약 합의가 있었다면, 계약금 반환 시기인 '피고가 새로운 사업자와 계약을 체결하고 약정서를 작성한 날로부터 1개월 뒤'가 정지조건인지 아니면 불확정기한인지. 셋째, 불확정기한이라면, 그 기한이 도래했다고 볼 수 있는 합리적인 기간이 경과했는지. 넷째, 이전 소송의 확정 판결(기판력)이 이번 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여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1. 피고는 원고에게 2억 5천만 원을 지급하라.
2. 위 금액에 대해 2020년 10월 28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이자를 지급하라.
3. 소송 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라.
4. 위 판결은 가집행할 수 있다.

결론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2차 부지 매매 계약을 해제하고 원고에게 계약금 2억 5천만 원을 반환하기로 하는 합의가 성립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계약금 반환 시기를 '피고가 새로운 사업자와 다시 2차 부지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고 약정서를 작성한 날로부터 1개월 뒤'로 정한 것은 정지조건이 아니라 불확정기한이라고 보았습니다. 즉, 피고가 새로운 사업자와 계약을 체결하지 않더라도 합리적인 기간이 지나면 계약금 반환 의무의 변제기가 도래한다는 의미로 해석했습니다. 피고가 17. 9. 8.자 구두 합의 이후 약 3년 이상 새로운 사업자와 계약을 체결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점, 이전 소송의 확정 판결 이후에도 아무런 답변 없이 반환 의무를 부정하고 다툰 점 등을 미루어 볼 때, 불확정기한이 도래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전 소송의 확정 판결은 당시 불확정기한이 도래하지 않았음을 근거로 기각되었으므로, 이후 불확정기한이 도래했다는 것은 새로운 사유에 해당하여 이전 판결의 기판력이 이번 소송에 미치지 않는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계약의 합의해제: 계약 당사자들이 서로 계약을 해제하기로 합의하면 그 계약은 효력을 잃습니다.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2. 1. 25. 선고 2001다63575 판결 등)는 계약 해제 합의도 계약의 청약과 승낙이라는 의사표시가 일치할 것을 요건으로 하며, 당사자 쌍방의 계약 실현 의사 결여 또는 포기가 객관적으로 일치하는 경우 계약이 해제되었다고 봅니다. 이 사건에서는 17. 9. 8.자 구두 합의를 통해 원고의 매수인 탈퇴 및 계약금 반환에 대한 의사 합치가 이루어졌다고 판단했습니다.
2. 불확정기한과 정지조건: 이는 채무 이행 시기에 대한 중요한 구분입니다.
   • 정지조건: 어떤 사실이 발생해야만 채무가 발생하고, 그 사실이 발생하지 않으면 채무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 경우를 말합니다.
   • 불확정기한: 채무가 반드시 발생하지만, 그 이행 시기가 불확실한 미래의 사실 발생에 달려 있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 경우, 그 사실이 발생하는 때뿐만 아니라 그 사실이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확정된 때 또는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기간 내에 발생하지 않을 때에도 기한은 도래한 것으로 봅니다. 특히 기존 채무의 변제에 관하여 특정 사실이 부관으로 붙은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변제기를 유예한 것으로 보아 그 사실이 발생하거나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확정될 때 기한이 도래합니다(대법원 2020. 12. 24. 선고 2019다293098 판결, 대법원 2020. 2. 13. 선고 2016다12595 판결 등). 이 사건에서 법원은 '새로운 사업자와 계약 체결 시'를 불확정기한으로 판단했습니다.
3.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상 지연손해금: 민사 소송에서 금전 지급 의무가 인정될 경우, 소장 부본이 피고에게 송달된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연 12%의 높은 이율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이 법률에 따른 지연이자가 부과되었습니다.
4. 기판력의 범위: 확정 판결의 기판력은 사실심 변론종결 시를 기준으로 발생하며, 그 이후에 발생한 새로운 사유에 대해서는 기판력이 미치지 않습니다(대법원 1998. 7. 10. 선고 98다7001 판결, 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0다50909 판결). 따라서 이전 소송에서 불확정기한이 도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청구가 기각되었더라도, 이후 그 불확정기한이 도래했다면 이는 새로운 사유에 해당하여 다시 소를 제기할 수 있으며, 이는 이전 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지 않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하세요.

1. 계약 조항을 명확히 하세요: 돈의 지급이나 계약 해제 등 중요한 약정을 할 때에는 '정지조건'인지 '불확정기한'인지 그 의미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정지조건은 특정 사건이 발생해야만 의무가 발생하는 것이지만, 불확정기한은 특정 사건 발생 여부가 확정되거나 합리적인 기간이 지나면 의무가 발생하는 시점이 됩니다. 본 판례에서는 '새로운 사업자와 계약 체결 시'가 불확정기한으로 해석되어, 상당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피고가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자 기한이 도래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2. 모든 합의 내용을 서면으로 남기세요: 구두 합의도 효력이 있지만, 분쟁 발생 시 합의 내용과 조건을 증명하기 어렵습니다. 중요한 약정은 반드시 계약서, 약정서, 확인서 등 서면으로 작성하고, 내용을 명확히 기재하여 서명 날인해 두어야 합니다.
3. 이행 지연 시 적극적으로 대응하세요: 불확정기한으로 정해진 의무 이행이 지연될 경우, 내용증명 발송 등을 통해 이행을 독촉하고 상대방의 이행 의사 및 노력을 확인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합리적인 기간 내에 의무 이행을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다면, 기한 도래를 주장하여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4. 이전 판결의 효력(기판력)을 이해하세요: 이전 소송에서 패소했더라도, 이전 판결의 변론 종결일 이후에 발생한 새로운 사실이나 상황 변화가 있다면 다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본 판례에서는 불확정기한의 도래가 이전 판결 이후의 새로운 사실로 인정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