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이 사건은 의료 과실로 인해 식물인간 상태가 된 환자 A가 병원 B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항소심 판결입니다. A는 B병원의 패혈증 진단 및 치료 지연으로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었고, 이미 두 차례의 이전 소송에서 B병원의 80%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 바 있습니다. 이번 소송에서 A는 2013년부터의 생계비, 이전 기대여명을 초과하여 생존함에 따라 발생한 향후 치료비 및 보조구 구입비, 그리고 물가 상승을 이유로 이전 확정판결에서 정기금으로 지급받던 간병비(개호비)의 증액을 청구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A의 생계비 청구는 재소금지 원칙이나 기판력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보아 제1심 판결을 유지했으나, 향후 치료비 및 보조구 구입비 청구는 이전 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어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여 각하했습니다. 또한 간병비(개호비)의 정기금 변경 청구에 대해서는 보통인부 일당의 약 1.5배 상승만으로는 확정된 판결을 변경할 만큼의 '현저한 사정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기각했습니다.
원고 A는 1998년 4월 29일 피고 B병원에서 치료 중 패혈증에 대한 적절한 진단과 응급 치료 시기를 놓쳐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식물인간 상태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원고는 과거 두 차례의 소송을 통해 병원의 의료 과실과 80%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원고가 이전에 예상했던 기대여명보다 더 오래 생존하면서 추가적인 생계비와 치료비가 발생했고, 물가 상승으로 인해 이전 판결로 지급받던 간병비가 현실과 맞지 않게 되자 원고는 이를 보충하기 위해 새로운 손해배상 청구 및 정기금 변경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환자 A가 이전에 취하했던 소송과 동일한 내용의 생계비 청구가 재소금지 원칙에 저촉되는지 여부, 이전 확정판결의 효력(기판력)이 현재 청구하는 적극적 손해(향후 치료비 및 보조구 구입비)에 미치는지 여부, 그리고 정기금으로 지급받던 간병비(개호비) 액수 산정의 기초가 된 사정(보통인부 1일 노임 상승)이 확정된 판결을 변경할 만큼 '현저하게 바뀐' 특별한 사정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1. 원고의 적극적 손해배상청구(향후 치료비 및 보조구 구입비) 부분에 대한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소를 각하했습니다. 이는 이전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2. 원고의 정기금 판결 변경 청구(개호비) 부분에 대한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당심에서 확장된 부분 포함)를 기각했습니다. 보통인부의 1일 노임 상승이 확정 판결을 변경할 정도의 현저한 사정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3. 피고의 소극적 손해배상청구(생계비) 부분에 관한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이는 원고의 생계비 청구가 재소금지 원칙이나 기판력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보아 제1심에서 인정된 생계비 지급을 유지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피고는 원고에게 2013년 1월 1일부터 2014년 7월 9일까지의 생계비 1,985,094원과 지연손해금을 일시금으로 지급하고, 2014년 8월 9일부터 2016년 1월 28일까지는 생존을 조건으로 매월 9일에 정기금 195,494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소송 총비용은 원고가 70%, 피고가 30%를 부담합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의료 과실로 인한 환자의 생계비 청구는 일부 인정하여 병원의 지급 의무를 확인했지만, 새로운 적극적 손해(향후 치료비 등) 청구는 이전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막혀 부적법하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확정된 간병비(개호비) 정기금의 변경은 단순히 보통인부 일당이 약 1.5배 상승한 것만으로는 '현저한 사정 변경'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기각했습니다.
의료 사고로 인해 장기간 손해를 입는 경우, 과거 확정된 판결이 있더라도 다음과 같은 점들을 고려해야 합니다. 첫째, 생존 여명 예측이 불확실한 식물인간 상태와 같은 경우, 법원은 피해자가 확실히 생존하고 있다고 인정되는 기간에 대해서는 일시금으로, 그 이후 가동연한까지의 기간에 대해서는 생존을 조건으로 하는 정기금으로 손해배상을 명할 수 있습니다. 이는 피해자가 예상보다 오래 생존할 경우에도 일정 부분 보호받을 수 있는 법리입니다. 둘째, 이전에 소송을 통해 다루어졌던 손해에 대해서는 다시 소송을 제기할 때 '재소금지원칙'이나 '기판력'의 적용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새로운 청구가 이전 소송에서 예견할 수 없었던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면,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셋째, 정기금 지급을 명하는 판결은 한 번 확정되면 쉽게 변경되지 않습니다. 물가 상승이나 임금 인상과 같은 일반적인 경제 상황의 변화만으로는 확정된 판결의 정기금 액수를 변경할 '현저한 사정 변경'으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판결 변경을 위해서는 당사자 간의 형평을 심각하게 침해할 정도의 매우 특별한 사정이 요구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