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후 임금지급률을 조정하자, 한 직원이 이를 다투며 과거 임금의 소급 삭감 무효와 통상임금 증액에 따른 피크임금 재산정을 요구했습니다. 직원은 이전 소송에서 임금피크제 무효 주장이 기각된 바 있으며, 별도의 소송에서는 통상임금이 증액되어 시간외근무수당이 추가 지급되었습니다. 대법원은 임금의 소급 삭정 무효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통상임금 증액에 따른 피크임금 재산정 주장에 대해서는 이전 소송의 기판력 범위 내에 있는 2017년 7월부터 2018년 6월까지의 청구 부분은 기각하고, 기판력이 미치지 않는 2018년 7월 이후의 청구 부분은 원심 판결이 타당하다고 보아 재심리를 위해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6년 1월 1일부터 임금피크제를 시행했습니다. 처음에는 임금지급률이 80.5%였으나, 2017년 7월 5일 노사합의를 통해 임금피크제 운영규정을 개정하여 원고와 같은 직원에 대한 임금지급률을 75%로 조정했습니다. 특히 2017년 상반기 지급액을 고려하여 2017년 7월부터 12월까지의 임금지급률을 69.5%로 정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이 조치가 소급 임금 삭감에 해당하므로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별도의 소송(제2관련소송)에서 통상임금이 증액되어 시간외근무수당이 추가 지급되는 판결이 확정되자, 원고는 이를 근거로 피크임금 역시 재산정하여 추가 임금과 추가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원고는 이전에 임금피크제 자체가 무효임을 주장하며 임금 차액을 요구하는 소송(제1관련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하여 판결이 확정된 바 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임금지급률을 69.5%로 조정한 것이 구체적으로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임금에 대한 소급 삭감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통상임금 증액에 따라 피크임금을 재산정해야 하는지 여부와 이로 인한 추가 임금 및 퇴직금 청구가 이전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피크임금 재산정에 따른 중간정산퇴직금 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는지 여부입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원고의 상고 이유 중 2017년 7월부터 2017년 12월까지의 임금지급률 69.5% 조정이 소급 삭감에 해당한다는 주장은 원심의 판단이 옳다고 보아 기각했습니다. 피크임금 재산정에 따른 중간정산퇴직금 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원심의 판단 역시 옳다고 보아 기각했습니다. 피고의 상고 이유 중 2017년 7월부터 2018년 6월까지의 피크임금 재산정에 따른 추가 임금 청구 부분은 제1관련소송의 확정판결 기판력에 저촉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 부분에 대한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원심법원으로 환송했습니다. 반면, 2018년 7월부터 2019년 12월까지의 피크임금 재산정에 따른 추가 임금 청구 및 추가 퇴직금 청구 부분에 대해서는 제1관련소송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보아 피고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또한, 통상임금 증액에 따라 피크임금을 재산정해야 한다는 원심의 판단이 타당하다고 보아 피고의 해당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원심판결의 피고 패소 부분 중 피크임금 재산정에 따른 추가 임금 부분과 이에 해당하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춘천지방법원에 환송하며, 원고의 상고 및 피고의 나머지 상고는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대법원은 피크임금 재산정 주장에 대해 이전 소송의 기판력이 미치는 기간(2017. 7.~2018. 6.)에 대한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고 이 부분을 파기 환송했으며, 기판력이 미치지 않는 이후 기간(2018. 7.~2019. 12.)에 대한 청구는 유효하다고 보아 원심의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나머지 쟁점들에 대한 양측의 상고는 기각되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주로 확정판결의 ‘기판력’ 원칙이 중요하게 적용되었습니다. 기판력이란 확정된 판결의 내용에 모순되는 주장을 이후의 소송에서 다시 할 수 없도록 하는 법원의 구속력입니다. 이는 동일한 당사자 간의 소송에서 이전 소송의 ‘소송물’과 동일한 ‘소송물’에 대해 다시 소를 제기하는 것을 막고, 이전 소송의 ‘변론 종결 이전에 존재했던 공격방어방법’을 새로운 소송에서 주장하여 이전 판결과 모순되는 판단을 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첫 번째 소송에서 임금피크제 무효를 전제로 임금 차액을 청구했다가 패소했는데, 두 번째 소송에서 통상임금 증액을 이유로 임금피크제가 유효함을 전제로 피크임금을 재산정하여 달라고 주장한 부분이 2017년 7월부터 2018년 6월까지의 기간에 대해서는 첫 번째 소송의 기판력에 저촉된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임금을 어떤 규정에 따라 산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주장은 결국 근로계약에 따른 임금 청구라는 동일한 소송물에 대한 '공격방어방법'만을 달리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전 소송의 청구 기간(2016년 1월~2018년 6월)을 벗어나는 2018년 7월 이후의 임금 청구와 추가 퇴직금 청구에 대해서는 첫 번째 소송의 기판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 제2호는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경우 상고를 허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이러한 법리 오해는 파기환송 사유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유사한 임금피크제 관련 분쟁에서 이전 소송의 결과가 새로운 소송에 미치는 영향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기판력’이라는 법률 원칙에 따라 이전 소송에서 다루어졌던 동일한 소송물이나 공격방어방법은 새로운 소송에서 다시 주장할 수 없습니다. 만약 이전 소송에서 임금피크제 무효를 전제로 임금을 청구했다면, 그 이후 새로운 사유(예: 통상임금 증액)가 발생하여 임금피크제가 유효함을 전제로 피크임금 재산정을 요구하는 것은 소송물이 다르다고 볼 수 있지만, 법원은 이를 단순한 공격방어방법의 변경으로 보아 이전 소송의 기판력에 저촉된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전 소송의 청구 기간을 벗어나는 새로운 기간에 대한 임금 청구나, 이전 소송에서 전혀 다루지 않았던 새로운 청구(예: 이전 소송의 변론 종결 이후 발생한 임금 관련 청구)에 대해서는 기판력이 미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소송을 제기할 때 청구하는 기간과 내용이 이전 소송과 어떻게 다른지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통상임금이 증액되면 이를 반영하여 피크임금을 재산정해야 할 수 있으나, 이 역시 소멸시효 기간 내에 청구해야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