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
이 사건은 농업회사법인 A가 농업회사법인 D에 대해 제기한 물품대금 청구(본소)와 D가 A에 대해 제기한 선급금 반환 및 외상매출금 청구(반소)가 결합된 사건입니다. 원심은 A의 선급금 변제충당이 유효하다고 보아 D의 선급금 반환 청구를 기각하고, A의 대표이사 F의 협박으로 외상매출금 채권 정산 약정이 이루어졌음에도 외상매출금 채권이 소멸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원고 B, C가 D에게 설정한 근저당권에 대해 선급금 채무가 상환 완료되었으므로 말소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D는 상고했고 대법원은 외상매출금 채권 정산 약정 부분이 강박 또는 대표권 남용으로 취소되거나 무효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아 해당 부분을 파기하고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했습니다. 나머지 선급금 변제충당 및 근저당권 말소, 양파대금 채무불이행 손해배상 부분에 대한 상고는 모두 기각했습니다.
농업회사법인 A와 농업회사법인 D는 물품 거래 등으로 채권과 채무 관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2018년 6월 26일, A는 D에게 1억 5천만 원을 지급했고, D는 이를 선급금 반환채무에 충당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A의 대표이사 F은 D의 전 대표이사 L이 불법선거자금을 조성한 사실을 알게 되자 이를 빌미로 L을 협박했습니다. F의 협박에 못 이긴 L은 2018년 7월경 A의 D에 대한 2017년도 외상매출금 채무를 면제해 주는 정산 약정을 체결했고, 그 결과 A가 D에게 19,521,360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외상매출금 채무가 정산 완료된 것으로 처리되었습니다. 또한 A는 피고 D 소유의 양파 301톤을 무단으로 반출하여 D에게 손해를 입혔습니다. 이에 A는 D에게 물품대금을 청구하고 D는 A에게 선급금 반환과 외상매출금 지급을 요구하는 반소를 제기했으며, B, C는 근저당권 말소를 요구하는 등 복잡한 법적 분쟁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농업회사법인 A가 피고 D에게 지급한 1억 5천만 원이 선급금 반환채무에 변제충당된 것이 유효한지, 그리고 이에 따라 원고 B, C가 설정한 근저당권이 말소되어야 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A의 대표이사 F의 강박에 의해 D의 전 대표이사 L이 체결한 2017년도 외상매출금 채권 정산 약정이 민법 제110조 제1항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에 해당하여 취소될 수 있는지, 또는 D의 전 대표이사 L의 대표권 남용 행위로 보아 회사에 대해 무효가 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A의 양파대금 채무불이행에 따른 피고 D의 손해배상 범위가 적절하게 산정되었는지 여부입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 중 피고 D의 원고 A에 대한 반소 중 외상매출금채권 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창원지방법원에 다시 심리 판단하도록 환송했습니다. 이는 원고 A의 대표이사 F의 협박으로 인한 외상매출금 채권 정산 약정이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 또는 대표권 남용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원심이 이를 제대로 심리하지 않았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피고 D의 원고 A에 대한 나머지 상고(선급금 반환채권 및 양파대금 채무불이행 손해배상 청구 부분)와 원고 B, C에 대한 상고(근저당권 말소 청구 부분)는 모두 기각했습니다. 따라서 원고 B, C와 피고 D 사이에 발생한 상고비용은 피고 D가 부담하도록 결정했습니다.
대법원은 원고 A과 피고 D 사이의 2017년도 외상매출금 채권 정산 약정이 강박 또는 대표권 남용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여 해당 부분에 대해 다시 재판을 진행하도록 환송했습니다. 이는 부당한 압력에 의한 계약 체결이나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대표자의 행위에 대해 법원이 엄격하게 심리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입니다. 그러나 선급금 변제충당의 유효성과 그에 따른 근저당권 말소 결정, 그리고 양파대금 손해배상액 산정 부분은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여 확정되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이 중요하게 다룬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민법 제110조 제1항(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입니다. 이 조항은 상대방이 불법적인 해악을 고지하여 공포를 느끼게 하고 그로 인해 의사표시를 한 경우, 해당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협박 행위가 위법하기 위해서는 협박으로 추구하는 이익이 정당하지 않거나, 협박의 수단으로 고지하는 해악의 내용이 법질서에 위배되거나, 해악의 고지가 이익 달성을 위한 부적절한 수단인 경우 등에 해당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 A의 대표이사 F이 피고 D의 전 대표이사 L의 불법행위를 빌미로 협박하여 외상매출금 채무를 정산한 약정은 이러한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로 취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둘째, 대표권 남용에 관한 법리입니다.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회사의 영리 목적과 무관하게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권한을 행사했다면 이는 대표권 남용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상대방이 대표이사의 진의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 그 거래 행위는 회사에 대하여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D의 전 대표이사 L이 자신의 불법행위 폭로를 막기 위해 합리적인 이유 없이 A의 외상매출금 채무를 면제해 준 것이 D 회사에 대한 배임행위이며, F이 이를 알고 요구했다면 대표권 남용으로 무효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회사의 대표이사가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회사의 채무를 면제하거나 불리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이는 대표권을 남용한 행위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만약 상대방이 이러한 대표권 남용 사실을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다면 해당 계약은 회사에 대해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누군가의 위법한 협박으로 인해 공포심을 느끼고 의사표시를 했다면, 이는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로 취소할 수 있습니다. 거래 시에는 상대방 대표이사의 행동이 회사의 정당한 이익을 위한 것인지, 개인적인 문제와 엮여 있는 것은 아닌지 주의 깊게 살펴야 합니다. 특히 과거의 불법행위를 빌미로 한 협박에 의한 계약은 추후 취소되거나 무효가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채무 관계에서는 변제충당이 어느 채무에 이루어지는지 명확히 하고 증거를 남겨야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담보 설정 시에는 피담보채무의 범위와 존속 기간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며, 채무가 모두 변제되면 담보권 말소 절차를 지체 없이 진행하여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