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재물손괴
피고인이 토지 경계분쟁 중 자신의 소유지를 침범한 피해자의 석축에 빨간색 락카로 화살표를 표시한 행위가 재물손괴죄에 해당하는지 쟁점이 된 사건입니다. 대법원은 석축의 주요 용도와 기능, 미관 훼손 정도, 피해자의 불쾌감 여부, 원상회복 난이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 사건 낙서가 재물손괴죄의 '효용 침해'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습니다.
피고인은 피해자와 토지 경계에 대한 분쟁이 있었고, 경계측량 결과 피해자의 주택 뒤에 설치된 석축 중 일부가 피고인 소유 토지를 침범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에 피고인은 2020년 4월 25일 오후 2시경, 침범 사실을 표시하기 위해 해당 석축 중 돌 3개에 빨간색 락카로 화살표 모양을 그렸습니다. 원심은 이 행위가 석축의 미관을 훼손하여 그 효용을 해했다고 보아 재물손괴죄로 유죄를 인정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달리 판단했습니다.
타인의 석축에 락카로 경계 표시를 한 행위가 형법상 재물손괴죄에서 말하는 '재물의 효용을 해하는 정도'에 해당하는지 여부.
대법원은 피고인의 낙서 행위가 재물손괴죄의 '효용 침해'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해당 구조물의 용도와 기능, 낙서가 본래 사용 목적에 미치는 영향, 미관 훼손 정도, 이용자들의 불쾌감, 원상회복의 난이도와 비용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낙서된 석축의 주요 용도가 미관 조성이 아니며, 낙서로 인해 석축의 본래 기능이 저해되지 않았고, 피해자가 불쾌감을 느꼈다고 보기 어려우며, 원상회복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들어 낙서가 석축의 효용을 해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대구지방법원에 환송했습니다.
대법원은 토지 경계분쟁 중 자신의 토지를 침범한 석축에 경계 표시를 위해 빨간색 락카로 화살표를 그은 행위가 재물손괴죄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하며, 재물손괴죄의 '재물의 효용을 해함'이라는 법리 적용의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형법 제366조(재물손괴): "타인의 재물을 손괴 또는 은닉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여기서 '재물의 효용을 해한다'는 것은 사실상으로나 감정상으로 재물을 본래의 사용 목적에 제공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을 말하며, 일시적으로 이용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도 포함됩니다. 단순히 물리적 손상뿐 아니라, 재산의 가치나 사용 목적을 저해하는 모든 행위를 의미합니다. 특히 건조물이나 구조물에 낙서를 한 경우, 재물의 효용을 해했는지 여부는 다음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해야 합니다: 해당 구조물의 용도와 기능: 예를 들어, 미관이 주된 목적이 아닌 석축에 한 낙서와, 예술 작품이나 장식용 조형물에 한 낙서는 다르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낙서 행위가 구조물의 본래 사용 목적이나 기능에 미치는 영향: 흙막이 기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낙서는 효용 침해가 아닐 수 있습니다. 구조물의 미관을 해치는 정도: 전체 구조물에서 낙서가 차지하는 범위나 위치, 내용 등이 미관에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지. 구조물 이용자들이 느끼는 불쾌감과 저항감: 피해자의 진술이나 태도 등이 중요합니다. 원상회복의 난이도와 거기에 드는 비용: 적은 노력과 비용으로 원상회복이 가능하다면 효용 침해가 덜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낙서 행위의 목적과 시간적 계속성, 행위 당시의 상황 등 제반 사정.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볼 때, 단순한 물리적 변화가 아닌, 재물의 본질적인 가치나 사용 목적에 대한 실질적인 저해가 있었는지가 중요합니다.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재물을 손상시키거나 그 본래의 용도로 사용할 수 없게 만드는 경우 성립합니다. 단순한 낙서라도 그 대상물의 용도, 기능, 미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 재물손괴죄가 될 수 있습니다. 건물 벽면이나 구조물 등에 낙서하는 행위가 재물손괴죄가 되는지는 해당 구조물의 주된 용도와 기능, 낙서가 본래 목적에 미치는 영향, 미관을 해치는 정도, 이용자들이 느끼는 불쾌감, 원상회복의 난이도와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이 사건의 경우처럼, 구조물의 주된 기능이 미관이 아닌 경우 (예: 흙막이용 석축), 단순한 경계 표시 목적의 낙서는 그 효용을 크게 해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 분쟁 상황에서 자신의 권리를 표시하기 위해 타인의 재물에 표시를 하는 경우에도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행위의 목적과 방법에 대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재산권 분쟁 상황에서는 법적 절차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피해자가 낙서에 대해 특별한 불쾌감을 표시하지 않았거나 원상회복 요구를 하지 않은 점 또한 판단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원상회복에 드는 비용과 난이도가 크지 않은 경우도 재물손괴죄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