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원고는 피고와 공동주택 개발 사업에 대한 신탁계약 및 컨설팅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사업 종료 후 피고는 컨설팅 용역이 완료되었음을 주장하며 미지급 컨설팅 비용을 원고의 신탁수익금에서 상계 통지했습니다. 원고는 컨설팅 계약이 무효이거나 피고가 용역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으므로 신탁수익금 전액과 이미 지급한 컨설팅 계약금의 반환을 요구했으나 법원은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원고인 주식회사 A는 2012년 6월 26일 피고인 B 주식회사와 포항시 북구 일원에서 공동주택을 건설 및 분양하는 사업에 대해 두 가지 계약을 맺었습니다. 하나는 원고가 피고에게 사업 부지를 신탁하고 피고는 공동주택을 건설 및 분양하는 '분양형 토지신탁계약'입니다. 다른 하나는 원고가 피고에게 5억 원의 컨설팅 용역을 의뢰하는 '컨설팅계약'으로, 피고는 개발구도 설정, 시공사 선정, 사업 타당성 분석 등의 업무를 수행하기로 했습니다. 원고는 이 컨설팅 계약의 계약금 일부로 1,000만 원을 피고에게 지급했습니다. 사업 종료 후 2017년 3월 15일, 피고는 원고에게 상계 통지를 했습니다. 피고는 컨설팅 계약상 업무를 마쳤으므로 미지급 용역대금 4억 9,000만 원(5억 원에서 이미 받은 계약금 1,000만 원 제외)을 원고에게 청구할 권리가 있고, 이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원고가 피고에게 받아야 할 신탁수익금 반환채권과 상계하겠다고 통지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컨설팅 계약이 무효이거나 피고가 컨설팅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신탁수익금 전액과 이미 지급한 계약금 1,000만 원의 반환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고와 원고가 체결한 컨설팅 계약이 신탁법상 수탁자의 의무 위반으로 무효인지 여부입니다. 둘째, 피고가 컨설팅 계약에 명시된 업무를 실제로 수행했는지 여부입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아 원고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원심은 컨설팅 계약상 피고의 업무가 신탁계약상 업무와 상당 부분 다르며 신탁계약 체결 전에 수행되어야 할 내용이 대부분이라는 점, 그리고 실제 피고가 컨설팅 업무를 상당 부분 수행했다는 점을 인정하여 컨설팅 계약이 유효하고 업무가 완료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의 용역대금 채권을 인정하고 원고의 신탁수익금 반환 채권과 상계 처리한 것은 정당하다고 보았습니다.
원고는 피고가 컨설팅 용역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고 컨설팅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신탁수익금 전액과 이미 지급한 계약금 1,000만 원의 반환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최종적으로 원고의 청구는 기각되었으며, 원고는 상고비용을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피고가 주장한 컨설팅 용역대금 4억 9,000만 원이 정당하게 인정되어 원고의 신탁수익금과 상계 처리된 결과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신탁법 제36조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신탁법 제36조는 수탁자의 충실의무와 이익향수 금지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신탁재산을 관리하는 수탁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거나 신탁재산으로부터 부당한 이익을 취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담고 있습니다. 원고는 피고가 신탁계약의 수탁자임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컨설팅 계약을 통해 추가적인 용역대금을 받는 것이 신탁법 제36조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컨설팅 계약상의 피고 업무가 신탁계약상의 업무와는 상당 부분 구별되며, 컨설팅 업무가 신탁계약 체결 이전에 주로 수행되었고 신탁업무에 당연히 수반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피고가 별도로 컨설팅 용역을 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는 것이 신탁법 제36조에서 금지하는 수탁자의 이익향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신탁계약과 별개의 용역계약으로, 그 내용과 수행 범위가 명확히 구분될 경우 수탁자라 할지라도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법리입니다.
유사한 사업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다음 사항들을 유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계약 명확화: 여러 유형의 계약을 동시에 체결할 때 각 계약의 목적, 범위, 그리고 수행할 업무 내용을 명확하게 구분하여 문서화해야 합니다. 특히 신탁계약과 같이 수탁자에게 높은 수준의 의무가 부과되는 계약과 별도의 용역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각 계약의 업무 내용이 중복되거나 혼동되지 않도록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합니다. 업무 수행 기록: 컨설팅 용역과 같이 서비스 제공에 기반한 계약의 경우, 용역 수행 내용, 진행 상황, 결과물 등을 상세하게 기록하고 관련 증빙 자료(보고서, 회의록, 이메일 등)를 철저히 보관해야 합니다. 이는 향후 업무 수행 여부에 대한 분쟁이 발생했을 때 중요한 증거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계약금 및 잔금 처리: 계약금 지급 후 남은 잔금이 다른 채권과 상계 처리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각 채권과 채무 관계를 명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상계 통지를 받았다면 그 정당성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필요시 이의를 제기해야 합니다. 계약 기간 설정: 용역 제공 기간을 계약 체결 이전으로 소급하여 명시하는 경우, 해당 기간 동안 실제로 어떤 업무가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그 업무가 계약 목적에 부합하는지 명확히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용역이 계약 체결 이전에 대부분 수행되었다고 판단될 경우, 서면 자료의 부족만으로 업무 수행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