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
A 회계법인은 코스닥 상장법인 C 회사의 제19기(2008년)와 제20기(2009년) 사업연도 재무제표 감사에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의 허위 계상을 발견하지 못하고 '적정의견' 감사보고서를 각각 공시했습니다. 이로 인해 C 회사의 주주들이 A 회계법인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하자, A 회계법인은 전문인 배상책임 보험을 체결한 B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B 보험회사는 연도별 감사 오류를 각각 별개의 '클레임'으로 보고 자기부담금 2회(총 1억 8천만 원)를 공제한 금액을 지급했고, A 회계법인은 이에 불복하여 감사 오류는 '동일하거나 관련된' 하나의 클레임으로 보아야 한다며 추가 보험금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사안입니다.
A 회계법인은 C 회사의 제19기(2008년)와 제20기(2009년) 사업연도 재무제표 감사에서 각각 92억 5,100만 원, 126억 6,500만 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허위 계상된 사실을 발견하지 못하고 '적정의견' 감사보고서를 공시했습니다. 이후 C 회사의 주주 38명은 A 회계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여 모두 원고의 책임을 일부 인정하는 내용의 판결 등이 확정되었고, A 회계법인은 합계 1억 9,464만 2,739원의 손해배상액과 1억 4,440만 1,200원의 방어비용을 지출하게 되었습니다. A 회계법인은 전문인 배상책임 보험 계약에 따라 B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B 보험회사는 2개의 클레임(연도별 감사 오류)이 있다고 판단하여 클레임당 9천만 원씩 총 1억 8천만 원의 자기부담금을 공제한 1억 5,904만 3,939원을 지급했습니다. 이에 A 회계법인은 감사 오류가 '동일하거나 관련된' 하나의 클레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자기부담금 1회 공제를 전제로 한 추가 보험금 지급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전문인 배상책임 보험 계약에서 '동일하거나 관련된 행위, 오류 또는 탈루(acts, errors or omissions)'에 해당하는 '클레임'의 개수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가 쟁점입니다. 특히, 여러 사업연도에 걸쳐 발생한 유사한 종류의 회계 감사 오류를 하나의 클레임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각 사업연도별로 별개의 클레임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보험금 산정 시 공제되는 자기부담금의 횟수가 달라지기 때문에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아 원고 A 회계법인의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즉, 연도별 감사 오류는 별개의 클레임으로 보아야 한다는 피고 B 보험회사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이 판결은 회계법인의 전문인 배상책임 보험 계약에서 감사 대상 기업의 사업연도가 다르면, 비록 오류의 유형이 유사하더라도 각 사업연도별 감사 오류를 '동일하거나 관련된 행위, 오류 또는 탈루'로 보지 않고 각각 독립적인 '클레임'으로 취급해야 함을 명확히 했습니다. 이는 보험금 산정 시 각 클레임에 해당하는 자기부담금이 각각 공제된다는 의미이며, 피보험자인 회계법인에게는 더 많은 자기부담금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피고와 원고가 체결한 공인회계사 전문인 배상책임 보험계약의 약관에는 '각각의 클레임에 적용되는 보상한도는 동일하거나 관련된(same or related) 행위, 오류 또는 탈루로부터 발생하는 모든 손해배상금 및 손해사고처리비용에 대한 보험자의 배상책임한도액'이며, 자기부담금도 각각의 클레임에 적용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법원은 이 약관 조항을 해석함에 있어 다음 법령들을 관련 근거로 삼았습니다.
상법 제447조 (재무제표의 작성): 주식회사는 매 결산기마다 대차대조표 등 재무제표를 작성하여 이사회의 승인을 받고 이에 관한 감사의 감사를 받은 뒤 그 보고서를 첨부하여 비치‧공시하며 이를 정기 주주총회에 제출하여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이는 기업의 재무 상태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외부 이해관계자를 보호하기 위한 의무입니다. 이 조항은 각 사업연도별 재무제표 작성이 독립적인 의무임을 보여주어, 각 연도별 감사 행위가 별개의 클레임으로 인정되는 근거 중 하나가 됩니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외부감사법) 제2조 (외부감사의 대상 등): 주권이 상장된 주식회사는 매 사업연도마다 재무제표에 관하여 주식회사로부터 독립된 외부의 감사인에 의하여 회계감사를 받아야 합니다. 이 역시 각 사업연도별 회계감사가 독립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며, 각 감사의 독립적인 오류 발생 가능성을 뒷받침합니다.
법원은 위 법령과 약관을 종합하여, 원고 A 회계법인이 C 회사의 제19기와 제20기 사업연도 재무제표에 대해 회계감사를 수행하면서 발생한 오류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동일하거나 관련된 오류'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각 사업연도의 재무제표 내용이 다르고, 허위 계상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의 규모도 사업연도별로 다르며, 이에 대한 회계감사 과정 또한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각 감사 행위 사이에 약 1년의 시간적 차이가 존재하므로, 비록 오류의 유형이 유사하더라도 그 발생 시점과 대상, 구체적인 내용이 독립적이라면 별개의 클레임으로 간주되어 각각 자기부담금이 공제되는 것이 타당하다는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주주들이 여러 사업연도의 감사 오류를 묶어 하나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더라도, 보험 계약상 '클레임'의 개수는 소송의 개수나 청구권자의 수와는 관계없이 원인 행위의 독립성을 기준으로 판단된다는 점도 명확히 했습니다.
회계법인 등 전문직 배상책임 보험 가입자는 보험 계약 시 '클레임'의 정의와 '동일하거나 관련된 행위, 오류 또는 탈루'에 대한 약관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특히 여러 회계연도에 걸쳐 유사한 종류의 감사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각 연도별 오류가 별개의 클레임으로 간주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자기부담금 공제 방식에 따른 보험금 지급액을 예측해야 합니다. 매 사업연도마다 독립적인 회계감사가 이루어지고 재무제표 내용과 오류의 규모가 달라지며 시간적 차이가 존재한다면, 이는 별개의 '행위, 오류 또는 탈루'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주들이 여러 사업연도의 감사 오류를 묶어 하나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더라도, 보험 계약상 '클레임'의 개수는 소송의 개수나 청구권자의 수와는 관계없이 원인 행위의 독립성을 기준으로 판단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