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
이 사건은 건설 현장 소장이었던 피고인이 하청업체로부터 토사 반출을 묵인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고, 허가 없이 하천수를 사용했다는 두 가지 혐의로 기소된 사건입니다. 1심에서는 두 혐의 모두 유죄로 인정되었으나, 항소심에서는 배임수재 혐의는 유죄로 유지하면서도 하천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하천법 관련 규정의 해석이 명확하지 않아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인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피고인 B는 D항 국제여객부두 축조공사의 현장소장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하도급업체인 I건설의 현장소장 G와 C건설의 대표 H 등은 공사 현장에 남은 토사를 외부로 반출하고 싶었지만, 피고인은 토사가 부족하다며 이를 거절해왔습니다. 그러나 G는 2020년 1월경 피고인에게 500만 원을 전달했고, 이후 약 한 달간 21,060㎥에 달하는 막대한 양의 토사가 공사 현장 외부로 반출되었음에도 피고인 측에서 별다른 제지가 없었습니다. 한편, 피고인은 2018년 1월 2일부터 2020년 10월 27일까지 약 2년 10개월간 총 2,318회에 걸쳐 1천4백만 킬로그램이 넘는 하천수를 D항 공사 현장의 비산먼지 제거를 위해 사용했으나, 하천수 사용에 대한 허가를 받지 않아 하천법 위반 혐의도 받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고인이 하도급업체 현장소장 G로부터 받은 500만 원이 토사 반출 묵인에 대한 대가성 있는 부정한 청탁의 대가인지 여부입니다. 둘째, 피고인이 공사 현장에서 비산먼지 제거를 위해 하천수를 사용한 것이 하천법상 '사용허가' 대상인지 아니면 '사용신고' 대상인지, 그리고 사용신고 대상이라면 신고를 하지 않은 행위가 처벌 대상이 되는지 여부입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징역 8개월에 처하고,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형의 집행을 유예하며, 500만 원을 추징한다고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하천법 위반의 점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은 하청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아 공사의 공정성을 해친 배임수재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가 인정되었으나, 하천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관련 법규의 불명확성과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라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결국,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추징금을 선고받았습니다.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형법 제357조 제1항 (배임수재):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이러한 재물 또는 이익을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경우에 성립하는 죄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하청업체로부터 토사 반출 묵인이라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500만 원을 수수한 행위에 이 법조항이 적용되었습니다. 법원은 '부정한 청탁'이 반드시 명시적일 필요는 없고, 사회상규나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면 충분하다고 보았습니다.
하천법 제50조 제1항 (하천수의 사용허가): 생활, 공업, 농업 등 특정 용도로 하천수를 사용하려는 자는 환경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과거에는 모든 하천수 사용이 허가 대상이었습니다.
하천법 제50조의2 제1항 (일시적 하천수의 사용신고): 제50조의 허가 대상 중 소방, 청소, 비산먼지 제거, 가뭄 시 농업용수 공급 등 '일시적 작업용도'로 하천수를 사용하려는 자는 미리 환경부장관에게 신고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존 허가 절차의 복잡성을 해소하고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2016년에 신설된 조항입니다. 하천수사용허가 세부기준(환경부고시) 제12조 제1항에 따르면, 평균 100㎥/일 이하의 허가량과 일시적 작업용도라는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할 때 신고 대상으로 봅니다.
하천법 제95조 제9호 (벌칙): 제50조 제1항을 위반하여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하천수를 사용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제50조의2(사용신고)를 위반한 경우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 규정은 별도로 없다는 것입니다.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 및 확장해석 금지 원칙: 헌법에 따라 형벌법규는 무엇을 처벌하는지 명확해야 하고, 법률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확장하거나 유추하여 해석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 사건 하천법 위반 혐의에서 재판부는 하천법 제50조의2의 '일시적'이라는 용어의 불명확성을 지적하며, 제50조의2 위반 행위를 제50조 제1항 위반으로 보아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건설 공사 현장과 같이 여러 업체가 얽혀있는 곳에서는 금품 수수가 업무상 부정한 청탁으로 오해될 소지가 매우 높습니다. 특히 공사 현장의 원청과 하청업체 간의 관계에서는 업무상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금품을 주고받는 행위가 배임수재죄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어떠한 명목으로든 돈을 주고받는 행위는 삼가야 합니다. 또한 하천수와 같은 공공자원을 사용할 때는 반드시 관련 법규를 미리 확인하고 필요한 허가나 신고 절차를 철저히 이행해야 합니다. 법규의 내용이 다소 복잡하거나 불명확하게 느껴질지라도, 가능한 범위 내에서 관련 기관에 문의하여 정확한 절차를 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장기간에 걸쳐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물품이나 자원이라면 '일시적' 사용으로 보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