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금전문제
F은 영천 토지구획정리사업 자금 마련을 위해 피고들로부터 총 37억 3,000만 원을 대여받았습니다. 이후 F과 피고들은 ‘투자약정서’를 작성하였고, F은 피고들에게 총 47억 3,000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원고는 F으로부터 피고들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양수받아, 이 ‘투자약정’의 실질이 금전소비대차이므로 이자제한법상 최고이자율을 초과하는 부분(총 10억여 원)은 무효이며 이를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해당 약정이 형식적으로는 투자약정처럼 보이나 실질은 금전소비대차라고 판단하면서도, 피고들에게 지급된 ‘확정이익금’(10억 원)은 F의 약속 불이행으로 인한 피고들의 손해를 보전하기 위한 ‘위약벌’ 또는 ‘손해배상금’의 성격이 강하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이자제한법이 적용되는 이자가 아니므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주식회사 F은 영천 토지구획정리사업의 시행대행사로서 사업 자금 마련이 필요했습니다. 피고들은 F에게 자금 부족분 37억 3,000만 원을 대여해 주면 F이 금융기관 대출 후 피고들에게 대여금을 상환하고, 피고들의 기존 고금리 차입금까지 낮은 금리로 대환해 주겠다고 제안받았습니다. 하지만 F은 약속한 변제기일인 2021년 7월 15일까지 대여금을 상환하지 못했으며, 피고들에 대한 자금대여 확약도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이로 인해 피고들은 송파구 공동주택 신축사업 부지 매매계약을 해지당하고 계약금 6억 원을 몰취당하는 등 상당한 재산상 손해를 입게 되었습니다. 이후 피고들과 F은 손해배상 협의를 진행했고, F은 피고들에게 대여원금 외에 손해배상금 명목으로 10억 원을 지급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다만, 조합의 반대를 피하기 위해 실제로는 손해배상 약정서 대신 ‘투자약정서’라는 이름으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이 10억 원을 ‘확정이익금’으로 표기하여 총 47억 3,000만 원을 피고들에게 지급했습니다. 나중에 F은 원고에게 피고들에 대한 부당이득반환 채권을 양도했고, 원고는 이 ‘확정이익금’이 이자제한법을 위반한 이자라고 주장하며 피고들에게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들과 F 사이의 ‘투자약정서’에 따른 약정이 실질적으로 금전소비대차 계약인지 아니면 투자 계약인지 여부입니다. 또한 만약 금전소비대차 계약이라면, ‘투자약정서’에 명시된 ‘확정이익금’이 이자제한법의 최고이자율 제한을 받는 ‘이자’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계약 위반에 대한 ‘위약벌’ 또는 ‘손해배상금’에 해당하는지의 여부가 주요 쟁점입니다.
제1심 판결 중 원고의 예비적 청구에 관한 피고들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이는 원고가 피고들에게 이자제한법상 최고이자율을 초과하는 금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라는 청구를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을 의미합니다.
법원은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실질적인 내용을 충분히 고려하여 이 사건 각 ‘투자약정서’에 따른 약정의 실질을 ‘금전소비대차 계약’으로 판단했습니다. 그 근거로는 약정 자체에서 확정된 수익금과 변제기가 정해져 있었고, 수익 발생 여부가 사업 성공과 무관하게 시간 경과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투자원금의 반환도 보장되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들에게 지급된 ‘확정이익금’이 금전소비대차계약 제8조에 정해진 F의 ‘자금대여 확약 위반’에 따른 위약벌 내지 손해배상금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F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피고들이 겪은 송파구 공동주택 신축사업 관련 계약 해지, 계약금 6억 원 몰취 등의 손해를 고려할 때, 이익금이 단순히 이자가 아니라 F의 채무 불이행에 대한 보상 성격이 강하다고 본 것입니다. 위약벌은 금전대차에 관한 계약상의 이자가 아니므로 이자제한법의 최고이자율 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법리를 적용하여,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이자제한법과 계약의 실질적인 법적 성격 판단에 관한 법리가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1. 이자제한법 제2조 제1항 이 조항은 “금전대차에 관한 계약상의 최고이자율은 연 25%를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돈을 빌려주고 빌리는 계약, 즉 ‘금전소비대차 계약’에만 적용되는 원칙입니다. 만약 약정된 이자가 법으로 정한 최고이자율(현재 연 20%)을 초과하면, 그 초과하는 부분은 법적으로 무효가 되어 채무자가 갚을 의무가 없습니다.
2. 투자 약정과 금전소비대차 약정의 구별 법원은 계약의 명칭(예: 투자약정서)에 구애받지 않고, 당사자들 사이의 약정의 실질적인 내용을 따져 계약의 성격을 판단합니다. ‘투자’는 이익을 얻기 위해 자본을 투입하지만, 사업의 성패에 따라 수익 발생이 불확실하고 원금 손실의 위험이 따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반면, ‘금전소비대차’는 차주가 금전을 사용하는 대가로 대주에게 확정된 이자를 지급하고, 일정 기간 후 원금을 반환하는 것을 본질로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F이 피고들에게 원금과 확정된 수익금을 특정 시기에 반환하기로 약정했고, 수익 발생이 F이 진행하던 사업의 성공 여부나 정도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형식상 ‘투자약정’이라도 그 실질은 ‘금전소비대차’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3. 위약벌의 성격과 이자제한법 적용 여부 ‘위약벌’은 계약을 위반한 사람에게 일종의 벌칙을 부과하여 계약의 이행을 간접적으로 강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정해지는 금액입니다. 이는 금전을 빌려준 대가로 받는 ‘이자’와는 그 성격이 다릅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라, 위약벌은 금전대차에 관한 계약상의 이자가 아니므로 이자제한법의 최고이자율 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F이 피고들과의 금전소비대차계약상 ‘자금대여 확약’을 위반하여 피고들이 큰 손해를 입게 되자, F이 이 손해를 배상하기 위해 약정한 금액(확정이익금)을 위약벌 내지 손해배상금으로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이 금액은 이자제한법의 적용을 받는 이자로 볼 수 없다고 결론지었습니다.
계약의 명칭이나 표면에 적힌 내용만으로는 계약의 법적 성격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투자약정’이라는 이름으로 체결했더라도, 만약 원금 반환이 보장되고 사업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확정된 수익 지급이 약정되어 있다면, 법적으로는 ‘금전소비대차’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금전소비대차로 판단되면 이자제한법이 적용되어 법정 최고이자율(현재 연 20%)을 초과하는 이자 부분은 무효가 됩니다. 따라서 약정한 이자가 아무리 높더라도 법정 최고이자율을 초과하는 부분은 돌려받을 수 없게 됩니다. 다만, 채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금이나 계약 위반에 대한 벌칙(위약벌)은 이자제한법의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계약 체결 시 약정된 금액이 단순히 돈을 빌려준 대가(이자)인지, 아니면 계약 위반 시의 손해에 대한 배상 성격인지 명확히 구분하여 약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계약 체결 전후의 구체적인 상황, 당사자 간의 실제 대화나 약속, 자금 사용 목적, 수익 발생의 불확실성 여부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계약의 법적 성격이 결정되므로, 단순히 형식적인 문구에만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