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 노동
원고는 약 25년간 근무한 기존 직장을 그만두고 피고 조합의 전무로 이직하려 했으나, 피고 조합이 근로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다며 노무 수령을 거부한 사건입니다. 원고는 피고 조합 이사회에서 외부 영입이 결의되고 이사장 서명이 담긴 '채용 및 임용 확인서' 사본까지 받았기에 자신과 피고 조합 사이에 근로계약이 성립되었다고 주장하며 전무 지위 확인과 임금 지급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정식 채용 절차가 없었으므로 근로계약 성립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피고 조합이 원고에게 채용에 대한 정당한 신뢰를 주었음에도 이를 부당하게 파기하여 원고가 기존 직장을 그만두게 만든 불법행위 책임은 인정하여, 피고는 원고에게 약 1억 1,500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피고 B조합의 전무 F가 징계 면직으로 공석이 생기자, 상임감사 D은 원고 A를 적임자로 추천하여 2022년 9월 28일 원고에게 이직을 제안했습니다. 원고는 이직 의사를 밝히며 이력서를 제출하고 10월 18일 부이사장과 면담을 가졌습니다. 2022년 10월 20일 열린 B조합 이사회에서 '실무책임자 지정의 건'이 논의되었고, 무기명 투표를 거쳐 외부인사 영입 안건이 가결되었습니다. 이사회 폐회 후 부이사장 G는 외부영입 예정자가 원고임을 밝히며 이사장 K에게 '채용 및 임용 확인서'에 서명을 요청했고, K은 서명했습니다. 이후 이사회에 참석한 임원들은 원고의 전무 및 실무책임자 임명에 동의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D은 이사회 당일 저녁 원고에게 전화로 이사회 결의와 이사장 결재 사실을 알리고, 만나서 '채용 및 임용 확인서' 사본을 교부했습니다. 원고는 당일 이사장을 포함한 이사회 참석 임원들 전원과 통화했습니다. 이를 믿은 원고는 다음날인 2022년 10월 21일 약 25년간 근무한 C조합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퇴사했습니다. 그러나 피고 B조합은 원고와의 근로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다며 10월 26일 출근한 원고의 노무 수령을 거부했고, 이사장 K은 이사회 다음날 P 상무를 실무책임자 직무대행으로 인사발령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실직 상태가 되었고,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했으나 근로계약 관계 성립을 인정받지 못해 모두 기각되자, 최종적으로 피고 B조합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첫째, 피고 B조합의 이사회 결의와 이사장 서명, 확인서 교부 등이 원고와의 유효한 근로계약을 성립시켰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만약 근로계약이 성립되지 않았다면, 피고 B조합이 원고에게 근로계약이 확실히 체결될 것이라는 신뢰를 부여하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 체결을 거부한 것이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불법행위가 인정될 경우, 피고 B조합이 원고에게 배상해야 할 손해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입니다.
원고는 피고 조합의 전무로서의 지위 확인 및 미지급 임금을 구하는 주위적 청구에서는 패소했습니다. 그러나 피고 조합이 원고에게 채용될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약을 부당하게 파기하여 원고가 기존 직장을 잃게 된 불법행위에 대한 예비적 손해배상 청구는 일부 승소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피고 조합은 원고에게 일실수입, 일실퇴직금, 위자료를 포함하여 약 1억 1,500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게 되었습니다. 이 판결은 채용 내정 단계에서 명확한 합의와 정식 절차의 중요성, 그리고 신의칙상 계약 교섭 파기의 위법성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본 판결에는 근로계약의 성립 요건과 계약 교섭의 부당 파기로 인한 불법행위 책임에 대한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근로계약의 성립 요건: 근로계약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가 이에 대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입니다. 채용 내정 역시 사용자의 채용 의사가 외부적이고 객관적으로 명확하게 표명되어야만 근로관계가 성립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대법원 2000. 11. 28. 선고 2000다51476 판결 등 참조). 단순히 내부적인 의사결정이나 권한 없는 자의 통보는 채용의사 표명으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계약 교섭의 부당 파기로 인한 불법행위 책임: 어느 일방이 계약 교섭 단계에서 상대방에게 계약이 확실하게 체결되리라는 정당한 기대나 신뢰를 부여했고, 상대방이 그 신뢰에 따라 행동하여 손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이유 없이 계약 체결을 거부했다면, 이는 신의성실의 원칙(민법 제2조)에 비추어 계약자유의 원칙 한계를 넘는 위법한 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합니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1다53059 판결 등 참조). 이 경우 가해자는 피해자가 계약이 유효하게 체결될 것이라고 믿었던 것에 의해 입었던 손해, 즉 '신뢰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 피고 B조합은 원고에게 채용에 대한 정당한 신뢰를 주었음에도 부당하게 이를 파기했으므로, 원고가 기존 직장을 퇴사하면서 입은 손해에 대해 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되었습니다.
민법 제103조(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및 제104조(불공정한 법률행위): 피고 B조합은 이사회 결의가 인사규정에 위배되거나 민법 제103조, 제104조를 위반하여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민법 제103조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정하고, 제104조는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불공정한 법률행위)는 무효로 정합니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사회 결의가 무효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채용 내정이나 이직 제안을 받은 경우, 다음과 같은 점들을 참고하여 신중하게 판단하고 대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