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고 현장에 가면 가끔 회사 로고가 가려져 있거나 흐릿해진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여의도 신안산선 공사장에서도 포스코 로고가 은색 접착지로 덮여 있었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바로 옆에서 벌어진 일인데, 이는 단순한 우연일까요? 아니면 사고 관련 이미지 손상을 막기 위한 의도적 조치일까요? 실제로 이 접착지는 사고 이전부터 붙어 있었지만, 사고 이후에는 더욱 미묘한 해석을 낳고 있습니다. 철근 구조물이 붕괴되었는데 포스코가 이를 '낙하'라는 표현으로 바꾸려는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현장 대책본부는 '붕괴' 대신 '철근 구조물 낙하'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하지만 아파트 5~6층 높이에서 철근 구조물이 와르르 무너진 광경은 흔히 말하는 낙하와는 전혀 다릅니다. 아래 있던 콘크리트 타설 트럭은 산산조각이 났고, 이로 인해 근로자 한 명이 사망하고, 다른 한 명은 중상을 입었습니다. 이처럼 심각한 사고를 단순한 낙하로 표현하는 것은 피해자와 가족을 고려할 때 너무 가볍게 보입니다.
사고 당일 회사 대표자가 현장을 방문해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발표 시간은 1분 30초 정도로 짧았으며, 질의응답은 없었습니다. 현장 대응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러한 태도가 진정한 책임감인지 의문입니다.
이번 사고만 문제가 아닙니다. 올해만 다섯 번의 중대재해가 포스코이앤씨 공사 현장에서 발생했습니다.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부터 서울, 대구, 함양~창녕 고속도로까지 여러 곳에서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사고가 잦아지자 전 대표가 중도 하차하고 새 대표는 안전 강화 약속을 했지만, 4개월 만에 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중대재해를 막겠다는 다짐이 계속되지만 현장은 변화하지 않고 있습니다. 가려진 로고처럼 회사의 책임도 은폐되고, 사고를 가벼운 '낙하'로 치부하려는 태도 속에서 근로자의 안전은 항상 뒷전입니다. 현장과 법적인 측면에서 안전관리 소홀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겠지만, 단순한 사고로 끝나지 않도록,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모두가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요즘 공사장 사고 뉴스를 보면 '이번에도 또?', '왜 이러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쯤 되면 철저한 안전대책과 함께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요구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