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자 김상욱 교수와 천문학자 심채경 박사는 6개월간 편지를 주고받으며 단순한 과학적 설명을 넘어서 인간 존재와 사회 현상에 대한 깊은 사유를 엮어냈습니다. 이들의 대화는 국수 한 가닥, 빨래방 소리 같은 일상적 현상에서 시작해 기억과 죽음, 미신과 민주주의까지 주제를 확장하며 과학적 관찰과 인간적 통찰의 경계를 아우릅니다.
두 과학자는 편지라는 형식을 통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사고를 확장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혼자 글을 쓸 때보다 상대방 생각에 직접 답하면서 글이 즉흥적이고 생생해졌으며 독자를 배려하는 가운데 상대와 소통하는 독특한 균형을 유지했습니다.
김 교수는 원자 수준조차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토정비결이나 MBTI 같은 운명 예측을 신뢰하기 힘들다는 비판적 입장을 밝혔습니다. 반면 심 박사는 점술 같은 비과학적 행위가 불확실한 현실에서 자신을 믿게 하는 도구로서 심리적 안정과 자기 확신을 주는 역할을 한다고 해석했습니다. 이는 불확실성 시대에 현대인이 확실성을 갈구하는 인간 심리의 반영입니다.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사소한 현상을 하나의 과학적 주제로 파고드는 과정에서 두 과학자가 보여준 시선은 인상적입니다. 예를 들어 국수의 1차원 구조에서 출발한 논의는 차원에 따른 소통 능력까지 확장하며 인간적인 관점으로 자연을 이해하려는 노력임을 시사합니다.
물리학과 천문학은 각각 미시적·거시적 관점을 가진 듯 보이나 연구의 본질과 호기심이라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실제로 두 학문 영역에서는 공동 연구와 협업이 활발합니다. 이는 학문 간 경계가 예상보다 얕고 연구자의 태도와 접근법이 중요함을 보여 줍니다.
김상욱 교수는 과학적 무신론을 표방하면서도 신의 존재 부재를 무조건 즐기기보다 인간 상호 간 사랑과 구원에 무게를 두는 ‘다정한 물리학자’를 지향합니다. 인간 삶의 의미와 가치가 과학을 넘어 인간의 책임임을 강조하여 인간 중심 미래지향적 태도를 제시합니다.
심 박사는 ‘사람과의 대화에서 말의 폭력성’에 대해 고민하며 사회적 인간으로서 대화법을 조정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는 단순 과학자를 넘어 사회적 존재로서 책임과 배려를 가진 모습으로, 법률적 분쟁에서 요구되는 태도와도 연결됩니다.
김 교수는 물리학 이론뿐 아니라 그 뒤 인간 연구자의 인간적 측면을 아는 것이 과학 이해의 핵심이라고 주장합니다. 학문을 배우는 데 ‘왜’라는 질문을 중요시하며, 교육 현장에서 역사적 맥락과 연구자의 인간적 측면 강조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심 박사는 자신을 깊이 사랑할 줄 아는 태도를 ‘균형 잡힌 나르시시즘’이라 표현하며, 건강한 자기 긍정임을 강조합니다. 자신에 대한 이해와 사랑은 과학자 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삶의 중요한 축임을 보여줍니다.
이 인터뷰는 현대 사회에서 과학 지식뿐 아니라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총체적 시각이 중요함을 시사합니다. 과학자의 사고방식과 소통방법, 불확실한 현실 속에서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자세를 다양한 시각에서 심층 성찰할 수 있게 합니다. 과학적 사고가 단순 사실 판단을 넘어 인간 존재의 복합적 이해에 기여함을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