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금전문제
원고 C는 2022년 3월 22일 피고 주식회사 E건설(이하 피고)로부터 임대차보증금 2억 2천만 원에 아파트(이하 이 사건 아파트)를 임차했습니다. 원고는 이 사건 아파트에 전입신고를 마치고 전세권설정등기를 경료했습니다. 임대차 계약기간이 만료되었으나 피고로부터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자, 원고는 2024년 6월 19일 전세권에 기하여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한 임의경매를 신청했습니다. 경매 절차에서 원고가 직접 이 사건 아파트를 9천만 원에 낙찰받아 2025년 5월 22일 매각대금을 완납하고 소유권을 취득했습니다. 원고는 이미 지급한 경락대금 9천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임대차보증금 1억 3천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피고에게 반환해달라고 청구했습니다.
임대차 계약 기간 만료 후 임대인인 피고가 임차인인 원고에게 임대차보증금 2억 2천만 원을 반환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원고는 전세권설정등기를 바탕으로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한 임의경매를 신청했고, 경매 과정에서 원고 스스로 9천만 원에 해당 아파트를 낙찰받아 소유권을 취득했습니다. 원고는 낙찰대금으로 보증금의 일부를 회수했다고 보고, 나머지 보증금 1억 3천만 원에 대해 피고에게 반환을 청구했으나 피고는 원고가 임차인이자 새로운 소유자가 되었으므로 보증금 채권이 혼동으로 소멸했다고 주장하여 소송이 발생했습니다.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이 임대차 목적물을 경매 절차를 통해 직접 낙찰받아 소유권을 취득했을 때, 임대인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가 '혼동'이라는 법률적 원인으로 소멸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입니다. 또한 임차인이 임의경매를 신청한 것이 임대차 관계의 승계를 거절하려는 의사로 볼 수 있는지도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임대차보증금 반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다만 소송의 원인이 피고의 채무불이행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고려하여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결정했습니다.
법원은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임대차 목적물을 경락받아 소유권을 취득하면, 임차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게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임대인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는 소멸하고,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채권은 채권과 채무가 동일인에게 귀속되어 '혼동'으로 소멸한다고 보았습니다. 원고가 제기한 혼동 소멸을 부정하는 주장(민법 제191조 제1항 단서 유추적용, 승계 거절 의사표시 등)은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또한 원고가 이 사건 아파트를 낙찰받으면서 임대차보증금 액수를 감안하여 매각대금을 산정했을 것이므로, 임대차보증금 잔액을 반환받지 못한다고 해도 원고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피고가 임대차보증금 반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원고가 소송을 제기하게 된 점을 고려하여, 민사소송법 제99조에 따라 소송비용은 패소자인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이 사건 판결은 '혼동'이라는 민법상의 원리를 중심으로 판단되었습니다.
민법 제191조 제1항(혼동): 물권과 그 물권에 대한 다른 물권이 동일한 사람에게 귀속된 경우 그 다른 물권은 소멸합니다. 다만 그 물권이 제3자의 권리의 목적이 된 때에는 그러하지 않습니다. 이 법리는 채권에도 유추 적용되어 채권과 채무가 동일한 주체에 귀속될 때 채권이 소멸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법원은 '임차주택의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주택임차인이 당해 임차주택을 경락받아 그 대금을 납부함으로써 임차주택의 소유권을 취득한 때에는, 그 주택임차인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는 결과, 그 임대차계약에 기한 채권이 혼동으로 인하여 소멸하게 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1998. 9. 25. 선고 97다28650 판결, 대법원 1996. 11. 22. 선고 96다38216 판결 등). 즉,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이 임차 목적물을 경매로 낙찰받아 소유자가 되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게 되어 자신이 임대인으로서 자신에게 보증금을 반환해야 하는 상황이 되므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은 혼동으로 소멸하게 됩니다.
민사소송법 제99조(패소자에 대한 예외적 소송비용 부담):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승소한 당사자로 하여금 상대방의 권리를 늘리거나 지키는 데 필요한 행위로 말미암아 발생한 소송비용의 전부나 일부를 부담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가 임대차보증금 반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 소송의 원인이 되었으므로, 승소한 피고가 소송비용을 부담하도록 결정했습니다.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임대차 목적물인 주택을 경매를 통해 직접 낙찰받아 소유권을 취득하는 경우, 임차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게 됩니다. 이때 임차인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은 채권과 채무가 동일인에게 귀속되는 '혼동'이라는 법률 원인에 의해 소멸합니다. 따라서 임차인이 낙찰자가 된 경우, 이전 임대인에게 미반환된 보증금 잔액을 청구할 수 없으므로 경매 입찰 시 이러한 점을 충분히 고려하여 낙찰 금액을 정해야 합니다. 전세권자와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 있는 임차인의 지위를 동시에 가졌다 하더라도 이 원칙은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임차인이 직접 임의경매를 신청한 것은 보증금 채권을 회수하려는 정당한 행위로 해석되며, 임대차 관계의 승계를 거부하겠다는 의사표시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소송을 유발한 원인이 상대방의 채무불이행에 있었다면, 민사소송법 제99조에 따라 예외적으로 소송비용을 상대방이 부담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