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
망인 O는 피고 보험사들과 여러 상해보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들 계약 약관에는 상해를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정의하며,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 보험자의 면책 사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2021년 8월 10일, 망인 O는 지인의 주거지 옥상 난간에서 동거인 P과 말다툼을 하던 중 추락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망인의 상속인인 원고 A와 B는 망인의 사망이 고의가 아닌 우발적인 추락사고이거나, 설령 고의에 의한 것이었더라도 심한 우울증이나 주취로 인한 심신상실 상태에서 발생한 것이므로, 피고 보험사들은 이 사건 각 보험계약에 따른 사망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망인 O는 여러 보험사와 상해보험 계약을 맺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지인들과 술을 마시던 중 동거인 P과 말다툼을 벌였습니다. 이후 술에 취한 상태로 지인의 집 옥상 난간 밖에 누워있었는데, 동거인 P이 난간 안쪽으로 들어오라고 만류했음에도 불구하고 거친 말을 내뱉으며 스스로 몸을 굴려 추락하여 사망했습니다. 망인 O의 상속인들은 보험사들에게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보험사들은 망인의 사망이 고의적인 자살에 해당하여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며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이에 상속인들은 망인의 사망이 우발적인 사고이거나, 고의적인 행동이었더라도 술에 취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심신상실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망인 O의 추락 사망이 상해보험 계약에서 정한 '우연하고 외래적인 사고'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망인이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라 하더라도, 사고 당시 심한 우울증이나 주취 등으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이는 자살에 대한 보험사의 면책 예외 사유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원고 A와 B가 피고 보험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이에 따라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망인 O의 사망을 이 사건 각 보험계약에서 정한 상해사고, 즉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망인이 사고 당시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 역시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 첫째, 망인이 과거 알코올 의존 문제로 상담을 받고 달팽이 살충제를 마셔 자살을 시도한 전력이 있었으나, 이후 정신과 치료는 받지 않았습니다. 둘째, 사고 전날 동거인 P과 말다툼 후 옥상 난간(총 높이 142cm, 시멘트 외벽 높이 65cm) 밖에 누워있다가 P의 만류에도 "좆 까"라고 말하며 옆으로 굴러떨어진 사고 경위는 고의에 의하지 않은 추락이나 심신상실 상태에서의 갑작스러운 자살로 보기 부자연스러웠습니다. 셋째, 망인이 사고 직전인 2021년 8월 10일 02:01경 모친 E에게 전화하여 "엄마 미안해"라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넷째, 사고 직전까지 망인과 함께 있었던 지인 Q은 망인이 삶을 비관하거나 어려움을 토로한 적이 없으며, P과의 결혼 등 행복한 미래에 관해 이야기했다는 취지로 증언하여 망인이 사고 직전까지 의사결정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적 문제가 있지는 않았다고 볼 만한 사정으로 작용했습니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여 법원은 망인이 동거인과의 다툼과 술에 취한 상태에서 다소 우발적이었을 수는 있으나, 죽음의 의미를 알고 스스로의 의사로 생을 마감하기로 결심한 후 자살에 나아간 것으로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상법 제659조 제1항 (보험자의 면책사유) 이 조항은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또는 보험수익자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인해 손해가 발생한 경우 보험자가 보험금 지급 책임을 면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즉, 보험의 대상이 되는 사고가 고의적으로 유발된 경우에는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일반적인 원칙을 제시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망인의 사망이 고의적인 행위(자살)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2. 상법 제732조의2 (사망보험에 있어서 피보험자의 자살) 이 조항은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서 피보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사망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인 망인의 자살 여부와 심신상실 상태 여부를 판단하는 직접적인 근거가 되는 법률입니다.
3. 관련 대법원 법리 (판례 해석)
유사한 사고 상황에 직면했을 때 참고할 만한 사항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상해보험은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한 손해를 보상하므로, 보험금 청구를 위해서는 사고가 피보험자의 고의가 아니며 외부적 요인에 의해 발생했음을 증명해야 합니다. 둘째, 피보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사망한 경우(자살)에는 보험사가 일반적으로 보험금 지급 의무를 면책합니다. 그러나 피보험자가 자살 당시 심신상실 등으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면 예외적으로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습니다. 셋째, 이러한 '심신상실' 상태를 주장하는 측, 즉 보험금 청구자가 이를 명확하게 증명해야 합니다. 단순히 술에 취했거나 일시적인 감정 변화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자유로운 의사결정 능력이 없었다고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넷째, 사고 전후 피보험자의 행동, 발언, 평소 정신 건강 상태, 주변 사람들의 증언 등 다양한 증거를 통해 고의성 여부와 심신상실 상태였는지 판단하므로, 관련 증거들을 충분히 확보하고 입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