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자의 부당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직원의 사망 사건

피고 공단의 직원 망인 L이 직장 동료와의 갈등 및 상급자인 피고 H로부터의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겪다가 자살을 시도하여 사망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피고 H가 망인에 대해 직무상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선 직장 내 괴롭힘을 가했으며, 이로 인해 망인의 기존 우울증세가 악화되어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고 공단 역시 피고 H의 사용자로서 민법상 사용자책임과 안전배려의무 위반에 대한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피고들이 공동으로 망인의 배우자와 아들, 그리고 다른 유가족들에게 총 1억 3천여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다만, 망인의 성격과 기질 등 내인적 요인도 복합적으로 작용한 점을 고려하여 피고들의 배상책임을 30%로 제한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사망한 직원 L의 배우자
• 원고 B: 사망한 직원 L의 아들
• 원고 C: 사망한 직원 L의 어머니
• 원고 D, E: 사망한 직원 L의 오빠 또는 남동생
• 피고 H: 사망한 직원 L의 직장 상급자 (책임연구원)
• 피고 V공단: 사망한 직원 L이 근무했던 특수법인 (피고 H의 사용자)

분쟁 상황

망인 L은 2017년부터 피고 공단에서 근무하며 동료 N과 업무 갈등을 겪었습니다. 상급자인 피고 H는 2019년 10월 4일 회식을 통해 망인과 N에게 강제로 화해와 포옹을 시켰고, 망인은 이에 수치심을 느꼈습니다. 2019년 12월 31일, N가 업무 분장 변경에 불만을 표시하며 휴직 의사를 밝히자, 피고 H는 망인을 보안실로 불러 망인에게 부서 분위기 악화와 N의 휴직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며 평판이 나빠질 것이라고 추궁했습니다. 이에 망인은 사직서를 제출하고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의사를 밝혔습니다. 피고 H는 다음 날 망인이 자신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하려 한다고 생각하여, 망인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으로 형사 고소 및 민사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협박성 문자메시지와 고소장 사진을 보내고 전화로도 고소 의사를 반복했습니다. 망인은 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사과했으나, 같은 날 정신과 진료를 받고 '기타 우울 에피소드' 진단을 받았습니다. 결국 망인은 2020년 1월 7일 자택에서 자살을 시도하여 같은 달 24일 사망했습니다. 이후 피고 공단의 심의위원회는 피고 H의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했고, 근로복지공단도 망인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상급자인 피고 H의 행위가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위법한 불법행위인지 여부.
2. 피고 H의 직장 내 괴롭힘 행위와 망인 L의 자살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
3. 피고 공단이 피고 H의 사용자로서 민법상 사용자책임을 지는지, 또는 근로계약상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
4. 망인 L의 사망으로 인한 손해배상액 산정 (일실수입, 위자료) 및 유족급여 공제, 과실상계 적용 방법.

법원의 판단

1.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 A에게 70,194,386원, 원고 B에게 64,600,524원, 원고 C에게 1,000,000원, 원고 D, E에게 각 500,000원을 지급해야 합니다.
2. 위 금액에 대해 2020년 1월 24일부터 2023년 7월 20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도 지급해야 합니다.
3.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4. 소송 비용의 1/2은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들이 부담합니다.
5.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습니다.

결론

법원은 직장 상급자의 부당한 괴롭힘 행위가 직원의 사망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음을 인정하고, 가해 상급자와 그가 소속된 회사 모두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과 피해자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판결입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근로기준법 제76조의2 (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이 법 조항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직장 내 괴롭힘)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 H가 망인에 대해 상급자로서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여 부당한 책임 전가, 인격 모독, 형사 고소 협박 등을 통해 망인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직장 내 괴롭힘은 피해 근로자에 대한 민사상 불법행위의 원인이 됩니다.
2. 민법 제756조 (사용자의 배상책임)​: 이 조항은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삼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명시합니다. 법원은 피고 H가 피고 공단의 직원으로서 그 사무집행과 관련하여 망인에게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불법행위를 저질렀으므로, 피고 공단이 피고 H와 공동하여 사용자로서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3. 근로계약상 안전배려의무: 법원은 고용계약의 성격상 사용자는 피용자의 생명, 건강 등을 보호하고 쾌적한 근로환경을 제공함으로써 피용자를 보호하고 조력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았습니다. 피고 공단은 망인이 상급자의 부당한 괴롭힘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을 알았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이러한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되었습니다.
4.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유족급여 및 손해배상액 공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근로자의 유족에게 지급되는 유족급여는 피해자가 제3자(가해자나 회사)를 상대로 청구하는 일실수입 상당 손해배상액에서 공제됩니다. 이때, 유족급여를 먼저 공제한 후 과실상계를 적용하는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이 사용됩니다. 본 사건에서도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 A가 수령한 유족보상일시금 90,688,000원이 원고 A의 일실수입 상속금액에서 먼저 공제된 후 과실상계가 적용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1.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관련 증거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보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메신저 대화, 이메일, 통화 녹음, 관련자 진술, 병원 진료 기록 등이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2. 괴롭힘 피해를 겪고 있다면 회사 내부 규정(직장 내 괴롭힘 예방 및 처리 지침 등)에 따라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신고하는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3. 정신적 고통이 심하다면 정신건강의학과 등 전문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고 기록을 남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피해 사실을 입증하고 향후 업무상 재해 인정이나 손해배상 청구 시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4. 회사는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발생 시 즉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를 소홀히 할 경우 사용자로서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5.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질 경우,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으며, 가해자와 회사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상 재해 인정 여부도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