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원고는 고속도로 확장공사 현장에서 철주 낙하 사고로 발가락 절단 등 심각한 상해를 입었습니다. 원고는 근로복지공단과 사고 관련 업체들로부터 보상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공사를 재하도급한 피고 회사에 추가적인 손해배상금 5천만 원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피고가 공사의 전부를 재하도급하여 직접 공사를 담당하지 않았고, 안전관리 의무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 A는 2015년 10월 30일, 88고속도로 확장공사 현장에서 H 주식회사 직원으로 철주 조립 및 건식작업을 하던 중 철주가 발 위로 낙하하여 좌측 제1-4족지 개방성 골절, 좌측 제2중족골 골절, 좌측 발등동맥 손상, 좌측 1, 2족지 완전절단, 좌측 3족지 근위지부위 절단, 좌측 3족지 완전절단 등의 심각한 상해를 입었습니다. 원고는 이 사고로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2015년 10월 30일부터 2019년 1월 18일까지 휴업급여 53,208,450원, 요양급여 49,306,550원, 장해급여 43,405,360원 등 총 145,920,360원을 지급받았습니다. 또한 원도급사인 E 주식회사로부터 25,000,000원, 고용주인 H 주식회사로부터 50,000,000원을 추가로 지급받았습니다. 원고는 피고 J 주식회사가 공사를 재하도급하는 과정에서 안전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이미 받은 보상 외에 피고에게 추가적으로 5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 이자(2015년 10월 30일부터 2020년 10월 22일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를 지급할 것을 청구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도급받은 공사 전체를 다시 하도급 준 사업주가 재하도급받은 회사의 직원이 당한 산업재해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 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주요 쟁점입니다. 특히 피고 회사가 공사의 일부를 직접 담당하지 않고 다른 회사에 일괄 재하도급한 경우에도 안전 관리·감독 의무를 부담하는지가 핵심적으로 다루어졌습니다.
법원은 원고 A가 피고 J 주식회사에 대해 제기한 5천만 원 및 지연 이자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소송 비용은 원고 A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도급계약에서 도급인이 원칙적으로 수급인 업무 관련 안전조치 의무가 없으며, 법령에 구체적 관리·감독 의무가 부여된 경우에만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2항에 따라 동일 장소에서 행해지는 사업의 '전부'를 도급에 의해 맡긴 사업주는 해당 의무를 부담하지 않고, '일부'를 직접 담당하는 사업주만 의무를 부담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 J 주식회사는 E 주식회사로부터 하도급받은 공사를 H 주식회사에 '일괄' 재하도급했고 공사의 일부를 직접 담당하지 않았습니다. 현장 안전관리는 E 주식회사가 총괄했습니다.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H 주식회사나 원고에게 구체적으로 작업 내용을 지시하거나 공사를 관리감독했다고 보기 어렵고, 사고 당시 안전관리 담당자가 피고 직원이라는 증거도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피고에게 산업안전보건법상 주의의무 위반 책임이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은 도급계약에서의 도급인의 안전조치 의무와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의 책임을 다루고 있습니다.
도급인의 안전조치 의무에 관한 일반 원칙: 도급계약 관계에서는 원칙적으로 도급인에게 수급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사고 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의무가 없습니다. 그러나 법령에 의해 도급인에게 수급인의 업무에 대한 구체적인 관리·감독 의무 등이 부여되어 있는 특별한 경우에는 도급인도 수급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사고 방지에 필요한 주의 의무를 부담하게 됩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2항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 관련 법리): 이 조항은 동일한 장소에서 행해지는 사업에서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 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동일한 장소에서 행해지는 사업의 '전부'를 도급에 의해 행하는 사업의 사업주는 위 규정상의 안전조치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사업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즉, 공사 전체를 외부에 맡긴 경우에는 해당 법령에 따른 직접적인 안전조치 의무를 부담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동일한 장소에서 행해지는 공사나 공정의 '일부'를 직접 담당하여 시행하는 사업주는 위 규정에 정해진 사업주로서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습니다. 본 판례에서는 피고가 공사를 H 주식회사에 일괄하여 재하도급하고 공사의 일부를 직접 담당하여 시행하지 않았으므로, 산업안전보건법상 주의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산업현장에서 재해가 발생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사고 책임이 있는 사업주의 범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여러 업체가 참여하는 복잡한 공사의 경우, 원도급사, 하도급사, 재하도급사 등 각 회사의 역할과 책임 관계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본 사례와 같이 도급인이 공사 전체를 다른 업체에 일괄하여 재하도급하고 직접 공사를 담당하지 않은 경우에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직접적인 안전조치 의무가 없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고 현장의 안전관리를 누가 총괄했는지, 각 업체 간의 계약 내용이 어떠했는지, 실제 작업 지시 및 관리·감독을 누가 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유사 사례에서 책임 소재를 밝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