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 기타 형사사건
주식회사 H의 대표이사를 포함한 임직원들이 전동 킥보드 배터리의 국내 인증 문제로 세관 적발을 우려하여, 전동 킥보드와 함께 배터리를 수입하면서 배터리는 신고하지 않고 몰래 숨겨 반입하는 방식으로 수억 원 상당의 배터리를 밀수입하거나 밀수입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입니다. 이 과정에서 운송주선업체인 I 주식회사와 그 직원들은 H 주식회사의 밀수입 범행을 방조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법원은 밀수입의 주범들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 및 벌금을, 방조범들에게 벌금을 선고했으며, 관련 법인들에도 양벌규정을 적용하여 벌금형을 선고했습니다. 다만, 일부 직원에 대해서는 혐의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은 주식회사 H가 전동 킥보드 대여 사업을 운영하면서 발생했습니다. 주식회사 H는 전동 킥보드와 별도로 교체용 배터리를 수입해야 할 필요가 있었는데, 이 배터리가 별도의 국내 인증(KC인증)을 받아야 하는지 여부가 불분명했습니다. 당시 주식회사 H는 수입하려던 전동 킥보드에 대한 KC인증을 받지 않은 상태였고, 배터리만 별도로 사전 통관 허가를 받은 사실도 없어서 정상적인 통관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H 주식회사의 대표 A와 본부장 B, 담당자 C, 그리고 운송주선업자 E 등은 공모하여 전동 킥보드와 배터리를 함께 수입하면서 배터리는 마치 전동 킥보드의 일부인 것처럼 신고하지 않고 몰래 숨겨 반입하는 이른바 '커튼치기' 방식으로 배터리를 밀수입하기로 계획했습니다. 실제로 2019년 4월부터 7월까지 수회에 걸쳐 총 범칙시가 2억 6천만 원이 넘는 배터리팩 및 배터리세트를 밀수입하거나 밀수입하려다 세관에 적발되어 미수에 그쳤습니다. 이 과정에서 운송주선 업무를 맡았던 I 주식회사의 대표 F와 영업 담당 G는 H 주식회사 측으로부터 이러한 밀수입 방식을 전해 듣고도 운송주선에 나서는 등 범행을 도왔습니다. 결국 이러한 행위들이 세관에 적발되어 피고인들은 관세법 위반 및 관세법 위반 방조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전동 킥보드 배터리가 전동 킥보드의 부품으로서 별도의 수입 신고 의무가 없는지, 아니면 독립적인 수입 물품으로서 신고가 필요한지에 대한 판단이었습니다. 둘째, 피고인들의 행위가 관세법상 '밀수입죄'(수입 사실 자체를 은폐)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관세포탈죄'(세액 결정 사항 허위 신고)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법리 적용 문제였습니다. 셋째, 운송주선업체인 I 주식회사 및 그 직원들이 H 주식회사의 밀수입 행위를 알고도 이를 방조했는지 여부, 즉 방조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였습니다. 넷째, 법인인 H 주식회사와 I 주식회사에 대해 직원들의 위법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양벌규정 적용의 적법성이었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H 주식회사 측이 배터리의 국내 인증 문제로 정상적인 통관이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은폐하고 몰래 반입하려 했다는 점을 인정하여 '밀수입죄'를 적용했습니다. 특히 이 사건 배터리가 전동 킥보드의 교체용(스패어) 배터리였으므로 전동 킥보드와 일체를 이루는 부품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운송주선업체인 I 주식회사와 그 직원들 또한 H 주식회사로부터 밀수입 방식에 대해 사전에 고지받았고, 심지어 관세법인으로부터 해당 방식이 위법하다는 내용을 전달받았음에도 범행에 가담한 사실이 인정되어 방조죄가 성립된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D 직원은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업무 전반을 이해하기 어려웠고, 범행 모의에 가담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관세법 제269조 제2항 (밀수입죄): 수입 신고를 하지 않고 물품을 수입한 자는 처벌받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 배터리가 전동 킥보드의 교체용 부품으로서 별도의 인증이 필요했음에도 불구하고 신고를 누락하고 숨겨 반입하려 한 행위를, 수입 사실 자체를 은폐할 목적으로 신고를 하지 않은 '밀수입'으로 보았습니다.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 물품이라 할지라도 적법한 수입신고 절차 없이 통관하는 경우에도 무신고수입(밀수입)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관세법 제271조 제1항 (밀수입 방조죄): 타인의 밀수입 행위를 돕는 자는 방조죄로 처벌받습니다. 운송주선업체인 I 주식회사와 그 직원들은 H 주식회사의 밀수입 사실을 알면서도 운송주선을 통해 범행을 용이하게 하여 방조범으로 인정되었습니다.
형법 제30조 (공동정범): 2명 이상이 공동으로 범죄를 실행한 경우 각자를 정범으로 처벌합니다. H 주식회사의 대표 A, 본부장 B, 담당자 C, 그리고 운송주선업자 E는 전동 킥보드 배터리의 밀수입을 공동으로 모의하고 실행한 공동정범으로 인정되었습니다.
관세법 제279조 제1항 (양벌규정):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관세법 위반 행위를 하면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벌금형을 부과합니다. 이 규정에 따라 주식회사 H와 I 주식회사는 각각 소속 직원들의 밀수입 및 밀수입 방조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어 벌금형이 선고되었습니다.
형법 제59조 제1항 (선고유예):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2년이 경과하면 면소된 것으로 간주합니다. 피고인 C는 상급자의 지시를 따랐고 다른 범죄전력이 많지 않은 점 등이 참작되어 형의 선고를 유예받았습니다.
형법 제62조 제1항 (집행유예): 징역형이나 금고형을 선고할 때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경우 일정 기간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습니다. 피고인 A는 뒤늦게나마 범행을 인정하고 동종 전력이 없는 점 등이 참작되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구 관세법 제282조 제2항 및 제3항 (몰수 및 추징): 밀수입한 물품은 몰수하고, 몰수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물품의 범칙시가에 상당하는 금액을 추징합니다. 피고인 A에게는 밀수입한 배터리에 대한 몰수와 그에 상당하는 금액이 추징되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 (무죄 판결):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않거나 범죄 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판결로 무죄를 선고합니다. 피고인 D는 밀수입 공모의 고의가 있었다는 증거가 부족하여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참고할 만한 사항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수입 물품의 정확한 분류 및 신고: 수입하려는 물품이 완제품에 포함된 부품인지 아니면 독립적으로 신고해야 하는 품목인지를 정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배터리와 같이 별도의 안전 인증이나 규제가 적용될 수 있는 품목은 더욱 철저한 확인이 필요합니다. 관련 법령과 세관의 유권해석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증 및 허가 요건 준수: 수입 물품에 대한 국내 안전 인증(예: KC인증)이나 사전 통관 허가 등 법적 요건이 있다면 반드시 이를 충족한 후 수입 절차를 진행해야 합니다. 요건 미비 상태에서 통관을 시도하면 밀수입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정직하고 투명한 수입 신고: 관세청에 물품의 품명, 규격, 수량, 가격 등 모든 정보를 사실과 다름없이 정확하게 신고해야 합니다. 세금 납부 여부와 관계없이 신고 자체를 누락하거나 허위로 신고하는 행위는 법적 처벌 대상이 됩니다.
운송주선업체 선정 및 관리: 운송주선업체나 통관 대행업체를 선정할 때에는 해당 업체의 신뢰성과 법규 준수 이력을 확인해야 합니다. 또한, 운송 과정에서 불법적인 방법(예: '커튼치기' 방식)을 제안받거나 인지했다면 즉시 거부하고 적법한 절차를 따르도록 요구해야 합니다. 업체의 불법 행위가 고객사의 밀수입을 방조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직원 교육 및 내부 통제: 회사는 수입 및 물류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에게 관련 법규 및 절차에 대한 충분한 교육을 제공하고, 불법적인 지시나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새로 입사한 직원이나 말단 직원이라 할지라도 법규 위반 행위에 연루될 수 있으므로, 업무 지시 과정에서의 투명성과 적법성 확인이 필수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