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피고인 A 선장이 풍랑주의보가 발효된 악천후 속에서 예인선과 바지선을 부주의하게 정박하여 바지선이 침몰하고 해양 오염을 발생시킨 혐의로 기소된 사건입니다. 원심에서 벌금 700만 원을 선고받은 피고인은 현장소장의 무리한 지시 때문이었다며 사실오인 및 양형부당으로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선장에게는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고 안전한 정박지를 선정할 책임이 있으며, 기상 악화에 충분히 대비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보아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풍랑주의보가 발효된 날 현장소장 H은 피고인 A에게 무리하게 출항하여 작업 현장과 가까운 가덕도 북동방 해상에 정박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피고인 A는 H의 지시에 따라 가덕도 북동쪽 해상에 도착하여 바지선 C의 닻 4개 중 선수 좌현 닻 1개만 투묘했습니다. 기상 악화로 풍랑이 심해지자 뒤늦게 우현 닻을 하나 더 내렸지만 닻줄이 충분히 나오지 않아 효과가 미미했습니다. 결국 닻줄이 끊어져 예인선 B와 바지선 C가 충돌하여 바지선 C가 침몰하고 예인선 B에서 상당량의 벙커-A유가 해상으로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H이 탑승한 선박 T는 주묘 중이라는 피고인의 무전 연락을 받고 안전한 가덕도 남방으로 피항했지만 피고인 A는 바지선 C를 피항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피항하지 않았습니다.
피고인 A가 현장소장 H의 지시에 따랐더라도 업무상 과실 책임이 있는지 여부와 원심에서 선고된 벌금 700만 원이 과도하여 양형부당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양형부당 주장을 모두 기각하고 원심의 벌금 700만 원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재판부는 선장으로서의 독립적인 운항 책임과 안전 의무를 강조하며 현장소장의 지시가 있었다 하더라도 선장이 안전 조치를 소홀히 한 과실이 명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기상 악화를 인지했음에도 부적절한 정박지를 선정하고 충분한 투묘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안전한 피항 기회가 있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습니다. 또한 사고로 인한 인명 위험과 상당량의 기름 유출로 해양환경에 심각한 피해를 준 점 등을 고려할 때 원심의 형량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본 사건은 선장의 업무상 과실로 인한 선박 침몰, 선박 파괴, 해양환경관리법 위반에 해당합니다. 형법상 업무상 과실이란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 그 업무상 요구되는 주의 의무를 게을리하여 결과적으로 법익 침해를 발생시키는 행위를 말합니다. 선장의 경우 선박의 안전한 운항 및 관리에 대한 고도의 주의 의무가 요구되며 이 사건에서는 ▲악천후 속 정박지 선정 과실 ▲충분한 투묘 조치 미흡 ▲피항 조치 불이행 등이 업무상 주의 의무 위반으로 인정되었습니다. 선장은 선박운항에 있어 최고의 책임자로서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고 안전을 확보할 의무가 있습니다. 해양환경관리법은 해양오염의 예방과 관리를 목적으로 합니다. 선박으로부터 기름 등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행위는 이 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침몰된 예인선 B에서 상당량의 벙커-A유가 유출되었고 피고인이 인양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아 해양 환경에 해로운 결과를 미친 점이 해양환경관리법 위반으로 평가되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은 항소법원이 항소 이유가 없다고 인정될 때에는 판결로써 항소를 기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 항소법원은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양형부당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심 판결을 유지하기 위해 이 조항을 적용했습니다. 이는 항소심이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할 때 사용되는 절차적인 규정입니다.
선장은 선박의 안전한 운항과 관련하여 독립적인 판단 권한과 의무를 가집니다. 다른 관계자의 지시가 있더라도 안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이를 거부하고 필요한 안전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부당한 지시를 따랐다고 하여 본인의 책임이 면제되지 않습니다. 풍랑주의보 등 기상 악화 예보가 있을 경우 출항 여부 및 정박지 선정에 극도로 신중해야 합니다. 만약 출항이 불가피하다면 예상되는 기상 상황에 가장 안전한 정박지를 선택하고 충분한 투묘 조치를 취하거나 필요시 피항해야 합니다. 닻을 내릴 때는 충분한 길이의 닻줄을 신출하여 닻이 바닥에 제대로 박히고 선박을 안정적으로 고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단순히 닻을 내리는 것을 넘어 그 효과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선박 사고로 인한 기름 유출은 해양 환경에 심각한 피해를 주므로 사고 발생 시 즉시 유출 방지 및 수거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침몰 선박의 인양 역시 해양 오염 방지를 위한 중요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사고 발생 전후의 기상 상황, 지시 내용, 선장의 판단 및 조치 등을 상세히 기록해 두면 유사 상황 발생 시 책임 소재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