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피고 주식회사 E 소유의 예인선 'K호' 기관장인 망인이 선장인 피고 D의 지시로 유압식 수밀문 작동 테스트 작업을 하던 중 재작동된 수밀문에 머리가 끼여 사망한 사건입니다. 망인의 자녀들인 원고들은 피고 D과 피고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D이 안전관리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고 보았고, 피고 회사는 피고 D의 사용자로서 공동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망인 역시 기관장으로서 안전모 미착용 등 스스로 안전을 도모할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점을 인정하여 피고들의 책임 비율을 20%로 제한하고 손해배상액을 산정했습니다.
2022년 8월 24일 오전 10시경, 피고 D은 기관장인 망인에게 기관실 유압식 수밀문 작동 테스트 작업을 지시했습니다. 수밀문이 닫히는 것은 조타실에서 확인했지만, 기관실에서 개방을 확인하려던 중 수밀문이 중간에 멈추고 경고음이 울렸습니다. 이 상황에서 망인은 기계실에서 기관실 방향으로 얼굴을 내밀어 수밀문을 점검하다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재작동된 수밀문에 머리가 끼여 사망했습니다. 사고 당시 피고 D은 망인에게 끼임 사고 예방을 위한 사전 안전교육을 하지 않았고 안전모 등 안전장비 착용을 지시하거나 점검하지 않았으며 현장에 감시원도 배치하지 않았습니다. 피고 D은 이 사건 사고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되어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판결을 받았고 이는 확정되었습니다. 사망한 기관장의 자녀들인 원고들은 피고 D과 선박 소유자인 피고 주식회사 E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K호 선장인 피고 D에게 수밀문 점검 작업 중 망인의 안전을 확보하지 못한 업무상 과실이 있는지, 피고 주식회사 E가 피고 D의 사용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을 지는지, 망인의 과실 또한 인정되는지 여부 및 그에 따른 손해배상액의 범위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피고들이 공동하여 원고들에게 각 22,206,247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는 모두 기각되었으며, 소송비용 중 3/5는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들이 각각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재판부는 K호의 선장이자 현장 책임자인 피고 D이 수밀문 점검 작업에 대한 사전 안전교육 미실시, 안전장비 착용 지시 및 점검 미흡, 감시원 미배치 등 안전관리 의무를 게을리하여 사고가 발생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 주식회사 E는 피고 D의 사용주로서 민법 제756조 제1항에 따라 공동 책임을 부담합니다. 그러나 망인 또한 기관장으로서 정비 업무의 책임자 지위에 있었고 경고음이 울리는 상태에서 안전모 미착용 상태로 수밀문을 통과한 과실이 인정되어 피고들의 책임 비율을 20%로 제한했습니다. 이에 따라 망인의 일실수입, 일실노령연금, 위자료 등을 종합하여 최종 손해배상액이 결정되었습니다.
이 사건 판결에는 다음과 같은 주요 법률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본 사안에서 피고 D은 K호의 선장이자 안전관리 책임자로서 망인에게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안전장비를 착용하도록 지시하며 감시원을 배치하는 등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인정되어 이 조항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민법 제756조 제1항 (사용자의 배상책임):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삼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피고 주식회사 E는 K호의 선박소유자이자 피고 D의 사용자로서, 피고 D이 선장 업무를 수행하던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이 조항에 따라 공동으로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되었습니다.
선원법 제55조 제2항 (퇴직금): 선원의 요구에 따라 퇴직 전에 퇴직금을 미리 정산하는 것을 허용하는 조항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망인에게 월할로 퇴직금이 선지급되었으나, 가동연한까지 계속근로기간이 유지될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일실퇴직금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과실상계 원칙: 손해배상책임 사건에서 피해자에게도 손해 발생에 대한 과실이 있을 경우, 법원은 가해자의 배상액을 감경할 수 있는 원칙입니다. 이 사건에서 망인 역시 기관장으로서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고 위험한 상황에서 수밀문을 통과한 과실이 인정되어 피고들의 책임 비율이 20%로 제한되었습니다.
상당인과관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가해자의 행위와 피해자의 손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존재해야 합니다. 본 판결에서는 피고 D의 안전관리 소홀이라는 과실이 망인의 사망이라는 결과 발생에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었습니다.
일실수입 및 일실노령연금 산정: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액을 산정할 때, 피해자가 사고로 인해 장래에 얻지 못하게 된 소득(일실수입)과 연금(일실노령연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계산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망인의 급여, 가동연한, 노동능력상실률, 생계비 공제 등을 기준으로 일실수입과 일실노령연금이 산정되었습니다. 특히, 일실수입 산정 시 대법원 판례(대법원 1987. 12. 22. 선고 87다카2169 판결, 1995. 4. 25. 선고 93다61703 판결)를 인용하여 사고 당시의 수익이 피해자의 노동능력을 가장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자료가 됨을 명시했습니다.
위험한 기계장치나 설비에 대한 점검 및 유지보수 작업을 할 때는 작업자의 안전 확보가 최우선입니다. 작업 전 해당 설비의 위험성, 작동 방식, 비상시 대처 방법 등에 대한 충분한 사전 안전 교육을 반드시 실시해야 합니다. 특히 끼임 사고와 같이 중대한 위험이 예상되는 작업에는 작업에 참여하는 모든 인원에게 안전모, 안전화 등 적절한 개인 안전장비를 반드시 착용하도록 지시하고 착용 여부를 철저히 점검해야 합니다. 작업 현장에는 비상 상황에 대비하여 감시원을 배치하거나 접근 통제 구역을 설정하여 불필요한 인원의 접근을 막는 등 안전구역을 확보해야 합니다.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관리자뿐만 아니라 실제 작업자 역시 자신의 안전을 스스로 지키기 위한 주의의무가 있음을 인지하고, 안전 수칙을 준수하고 개인 안전장비를 반드시 착용해야 합니다. 사고 발생 시 관리자의 책임뿐만 아니라 작업자의 과실 또한 인정되어 배상 책임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