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정수기 배달, 설치, 수리 업무를 수행하던 A씨가 뇌출혈 진단을 받은 후,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근로자 지위와 업무상 재해를 불인정받았습니다. 이에 A씨는 행정소송을 통해 근로자 지위와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고, 이후 실질적 고용주인 B 주식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A씨가 위임계약 형태였으나 실질적으로 피고의 근로자였다고 판단하며, 피고가 근로자 보호의무를 위반하여 A씨에게 과로와 스트레스를 방치함으로써 뇌출혈이 발병 또는 악화된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는 A씨에게 향후치료비 4,846,411원과 위자료 15,000,000원 등 총 19,846,411원을 배상하고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의 대위청구는 A씨의 일실수입 손해가 이미 산재보험 휴업급여 및 장해급여로 모두 공제되어 남아있지 않다는 이유로 기각되었습니다.
원고 A씨는 2016년 10월 1일부터 C 주식회사(이후 피고 B 주식회사로 분할 승계됨)와 정수기 배달, 설치, 수리 업무 위임계약을 맺고 일하던 중 2017년 6월 6일 뇌출혈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후 2018년 6월 29일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A씨를 사업주로 보고 업무와 상병 간 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불승인 결정을 받았습니다. 이에 A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2022년 2월 16일 최종적으로 근로자 지위와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습니다. 이 판결을 바탕으로 A씨는 실질적 사용자였던 피고 B 주식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며, A씨에게 장애연금을 지급한 국민연금공단도 피고에게 대위 청구를 하는 승계참가인으로 소송에 참여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위임계약 형태였던 A씨의 근로자 지위 인정 여부, A씨의 뇌출혈이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 피고의 근로자 보호의무 위반 여부,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상사채권 5년인지 민사채권 10년인지, 그리고 이미 지급된 산재보험급여 등을 고려한 손해배상액 산정 및 국민연금공단의 대위청구권 인정 여부였습니다.
피고는 원고 A씨에게 19,846,411원 및 이에 대하여 2017년 6월 6일부터 2024년 10월 16일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 및 원고승계참가인 국민연금공단의 청구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소송비용 중 원고와 피고 사이 부분은 원고가 7/10, 피고가 나머지를 부담하며, 원고승계참가인과 피고 사이 부분은 원고승계참가인이 부담합니다.
법원은 형식적인 계약 형태보다는 실제 업무 수행 방식과 종속 관계를 기준으로 근로자 지위를 판단했으며, 사용자의 근로자 보호의무 위반으로 인한 업무상 재해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특히, 과로와 스트레스가 기존 질병을 악화시킬 수 있는 원인이 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다만, 이미 다른 보상을 통해 손해가 상당 부분 전보되었기 때문에 추가적인 일실수입 배상이나 국민연금공단의 대위청구는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민법상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따라 근로자가 일을 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작업 환경을 조성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합니다. 본 판결에서 법원은 피고가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하여 A씨에게 과도한 과로와 스트레스를 방치했고, 이것이 A씨의 뇌출혈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킨 원인이 되었다고 보아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특히, 대법원의 판례에 따라 사용자의 보호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상법 제64조의 5년 상사 소멸시효가 아닌 민법상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근로자의 생명, 신체, 건강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은 상거래의 신속한 해결 필요성과는 다른 성격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국민연금법 제114조 제1항 및 제67조 제1항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은 제3자의 불법행위로 인해 장애연금을 지급한 경우, 그 제3자에게 가입자가 청구할 수 있는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신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대위권은 연금 지급기간에 해당하는 일실수입 손해에 한정되며, 이 사건에서는 원고 A씨가 이미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은 휴업급여 및 장해급여로 일실수입 손해가 모두 보전되어 국민연금공단이 대위할 손해배상청구권이 남아있지 않다고 보아 국민연금공단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형식적인 계약이 위임계약이나 프리랜서 계약이라 할지라도, 실제 업무 수행 방식(출퇴근 보고, 업무 배정, 교육, 평가 등)이 회사의 지휘·감독을 받고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다면 근로자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업무로 인한 질병이 발생했다면, 질병 진단 전후의 업무량, 업무 강도, 근무 시간, 스트레스 요인 등을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증거(업무일지, 동료 증언, 의료 기록 등)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산재보험 신청이 거부되더라도, 행정소송을 통해 근로자 지위와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시에는 치료비, 위자료 등 항목별 손해액을 정확히 산정해야 하며, 이미 산재보험 등 다른 경로로 지급받은 휴업급여나 장해급여 등이 있다면 손해배상액에서 공제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