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살인 · 노동
식품 제조업체 E 주식회사에서 2022년 10월 15일 새벽, 23세 근로자 H씨가 혼합기에 끼여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습니다. 법원은 반복된 끼임 사고에도 불구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제대로 수립·이행하지 않은 E 주식회사의 대표이사 A와 안전보건 관리 책임자, 팀장, 안전관리자 B, C, D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인정하고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대표이사 A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법인인 E 주식회사에는 벌금 1억원이 선고되었으며, 다른 관련자들도 금고형에 집행유예가 선고되었습니다.
E 주식회사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2022년 1월 27일 이후에도 2022년 4월부터 8월까지 총 12건의 '설비 가동 중 손 투입으로 인한 끼임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했습니다. 그중 2022년 4월 1일 페스츄리 라인에서 손가락 인대 손상 사고, 4월 18일 롤러에 손이 끼여 손등 압궤 손상 사고, 6월 17일 컨베이어 벨트 끼임 사고, 8월 17일 포장실링기 끼임 사고 등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만 4건의 사고가 있었습니다. 2022년 10월 15일 06시 18분경, 피해자 H씨(23세)는 E 주식회사의 2공장 3층 배합실에서 야간 근무 중 혼자서 냉장 샌드위치 소스 배합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피해자는 탈착식 덮개만 있는 혼합기의 덮개를 개방한 채 가동 중인 기계에 손을 넣어 배합 작업을 하다가, 회전축과 회전날개 사이에 손이 끼이고 상체가 기계 안으로 말려 들어가 질식으로 사망했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혼합기(10호기)는 E 주식회사의 기계·기구 목록표 및 위험성평가표에 기재되어 있지 않았으며, 해당 기계에 대한 작업안전표준서도 마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또한, 혼합기에는 고정식 덮개나 덮개가 열리면 자동으로 작동이 멈추는 자동연동장치(인터락)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근로자들은 소스 배합이 잘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평소에도 덮개를 덮지 않은 채 혼합기를 가동하는 위험한 작업 관행이 있었으며, 이러한 관행은 안전관리 업무 담당자들도 인지하고 있었으나 시정되지 않았습니다. 야간 근무 시 혼합기 작업에 2인 1조 근무 지시도 없었습니다. 결론적으로 E 주식회사의 경영책임자 및 안전 관리 관련자들은 반복되는 끼임 사고를 경험하고도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이행하지 않았으며, 작업 현장의 위험성을 제대로 평가하고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아 중대한 사고가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들에게 다음과 같이 선고했습니다.
법원은 E 주식회사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반복적으로 끼임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책임자인 피고인 A이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또한, 공장장 B, 안전보건팀장 C, 안전관리자 D를 포함한 피고인들이 혼합기 작업에 대한 안전수칙 및 작업표준서 미작성, 위험성 평가 부실, 연동형 덮개 미설치, 2인 1조 근무 미배치 등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피해자가 사망에 이른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다만, 피해자 사망과 관련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안전조치 의무위반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대표이사 A가 해당 혼합기 가동 사실이나 안전조치가 미비한 상태로 작업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했다고 보아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법인은 양벌규정에 따라 처벌받았습니다. 양형에 있어서는 중대한 결과 발생, 유족과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은 불리하게 작용했으나, 피고인들이 객관적 사실을 인정하고 피해자 유족에게 손해배상금 명목의 합의금을 지급하려는 노력, 사고 후 개선 조치를 시행한 점, 피고인 A의 짧은 재직 기간 등이 참작되었습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제2호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이 조항은 사업주나 법인의 경영책임자에게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재해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과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 A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에도 반복적으로 끼임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발생한 해당 기계에 한정된 조치 외에 동종·유사한 끼임 사고의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예: 모든 혼합기에 연동형 덮개 설치, 위험성 평가 강화, 작업안전표준서 마련 등)을 수립 및 이행하지 않은 것이 의무 위반으로 인정되었습니다. 법원은 중대재해처벌법의 목적이 일선 현장 근로자나 중간 관리자에 대한 가벼운 처벌을 넘어, 안전·보건 확보조치를 할 권한이 있는 경영책임자를 처벌함으로써 기업의 조직 문화 또는 안전 관리 시스템 미비로 인한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데 있다고 보았습니다.
형법 제268조, 제30조 (업무상과실치사, 공동정범) 이 조항은 업무상 과실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자를 처벌하며, 2인 이상이 공동으로 죄를 범한 경우에 적용됩니다. 법원은 피고인 A(경영책임자), B(공장장), C(안전보건팀장), D(안전관리자)가 각자의 직책에서 다음과 같은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여 피해자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1항 제1호, 제3호, 제173조, 제168조 (안전조치 의무 위반) 이 조항들은 사업주가 기계·기구 등 설비에 의한 위험 및 전기·열 등 에너지에 의한 위험으로 인한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함을 규정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기계의 원동기·회전축 등에 덮개·울 설치(제87조), 습윤 장소 전기 기계·기구에 감전방지용 누전차단기 설치(제304조), 추락 위험 장소에 안전난간 등 방호 조치 설치(제43조) 등을 포함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 A이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서 다음과 같은 의무를 위반했다고 인정되었습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7조 (양벌규정) 법인의 대표자 등이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행위를 한 경우, 법인도 해당 벌금형으로 처벌될 수 있음을 규정합니다. 피고인 A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됨에 따라, 법인인 E 주식회사 역시 양벌규정에 의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책임을 지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