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가입 시 안내된 일시금 지급 조건 분쟁 판결

원고는 1996년 회사의 복지 차원에서 피고의 전신인 F 주식회사의 E보험에 가입했습니다. 가입 당시 보험 모집인은 '58세 일시금 4,364만 원'이 명시된 가입안내서와 가입설계서를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연금 개시 시점이 되자 피고는 안내된 일시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실제 발생한 배당금의 차이를 언급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가입설계서에 명시된 4,364만 원의 일시금 지급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1996년 회사 복지 차원에서 E보험에 가입한 보험계약자이자 수익자
• 피고 B 주식회사: 원고가 가입한 E보험을 판매한 F 주식회사가 여러 차례 상호 변경 및 인수 합병을 거쳐 현재의 이름으로 바뀐 보험회사

분쟁 상황

원고는 1996년 C(현 D) 회사에 근무하며 회사의 노사협약에 따라 피고의 전신인 F 주식회사의 E보험에 가입했습니다. 당시 원고는 F으로부터 'E보험' 가입안내서와 컴퓨터가입설계서를 받았는데, 이 서류들에는 '58세 일시금 지급시 4,364만 원'이라는 내용과 함께 '만기시 일시금 선택시' 지급액 예시가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예시 금액이 현재 금리 및 배당금 기준에 따라 산출된 것이며, 변동될 수 있다는 문구도 있었습니다. 2021년 연금개시 시점이 다가오자, 피고는 원고에게 가입설계서에 표시된 연금 예시액이 배당지침의 변경과 금리 인하로 인해 가입 당시 예상과 차이가 발생했으며, 예시 금액을 지급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통보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를 신청하고, 피고가 가입설계서에 명시된 4,364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는 약관에 일시금 지급 조항이 없으므로 지급 의무가 없다고 맞섰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보험 가입 시 보험회사의 모집인이 제공한 가입안내서와 가입설계서에 '58세 일시금 지급' 내용이 명시되어 있는데, 이것이 실제 보험 약관과 다른 별도의 개별 약정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2. 만약 개별 약정으로 인정된다면, 가입설계서에 명시된 '4,364만 원'이 무조건 확정적으로 지급되는 금액으로 약정된 것인지 아니면 금리 및 배당금 변동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예시 금액인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가 원고에게 30,511,896원 및 이에 대하여 2022년 4월 2일부터 2023년 7월 13일까지는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3/10, 피고가 7/10을 부담합니다.

결론

법원은 보험회사의 모집인이 보험계약 체결 당시 가입자에게 약관과 다른 내용으로 '58세 일시금 선택 가능'을 설명했다면, 그 설명 내용이 계약의 일부가 된다고 보아 연금 대신 일시금을 선택할 수 있다는 원고의 주장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4,364만 원'이라는 특정 금액이 무조건 확정적으로 지급될 것이라는 개별 약정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가입안내서 및 가입설계서에 예시 금액이 변동될 수 있다는 문구가 있었고, 연금과 일시금은 같은 재원에서 지급되므로 일시금만 확정된 금액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적으로 피고는 연금개시일 전날까지 계산된 책임준비금 30,511,896원을 원고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판결은 주로 '보험계약의 해석 원칙'과 '약관과 개별 약정의 관계'에 대한 법리를 적용했습니다.

1. 보통보험약관의 구속력: 보통 보험약관은 계약 당사자 사이에 계약 내용에 포함시키기로 합의하였기 때문에 구속력을 가집니다. 따라서 계약자가 그 약관의 내용을 알지 못해도 원칙적으로 약관의 구속력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 1985. 11. 26. 선고 84다카2543 판결 참조)
2. 개별 약정 우선의 원칙: 당사자 사이에서 명시적으로 약관의 내용과 다르게 약정한 경우에는 그 약관의 구속력이 배제됩니다. 특히 보험회사를 대리한 보험모집인이 보험계약자에게 보험약관과 다른 내용으로 보험계약을 설명하고 이에 따라 계약이 체결되었다면, 그 설명된 내용이 보험계약의 내용이 되고 그와 배치되는 약관의 적용은 배제됩니다. (대법원 1989. 3. 28. 선고 88다4645 판결 등 참조)
   • 본 사안에서 법원은 피고의 보험모집인이 가입안내서와 가입설계서로 이 사건 보험계약의 내용을 설명했으며, 이 안내서에는 약관에 없는 '만기시 일시금 선택' 또는 '58세 일시금 지급'이 기재되어 있었음을 인정하여, 약관과 달리 원고가 58세에 연금 대신 일시금을 선택할 수 있다는 개별 약정이 체결되었다고 보았습니다.
3. 예시 금액의 확정성 여부: '4,364만 원'이라는 특정 금액이 무조건 확정적으로 지급될 것이라는 약정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가입안내서와 가입설계서에 '상기 예시된 금액은 현재 금리 및 배당금 기준으로 산출된 금액이므로, 정기예금 금리 및 배당금 기준 변동시 금액은 바뀔 수 있습니다' 또는 '상기의 증액·가산연금 예시는 당해연도 재정경제원 배당지침을 기준으로 산출된 금액이며 향후 배당지침이 변동될 시 예시금액에 차이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와 같은 문구가 있었으므로, 법원은 해당 금액이 확정된 것이 아니라 변동될 수 있는 예시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중요한 설명 내용이 모호하거나 변동 가능성이 명시된 경우, 이를 감안하여 계약 내용을 해석해야 함을 보여줍니다.
4. 지연손해금: 법원은 피고의 이행의무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판결 선고일까지는 상법이 정한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지연손해금 지급을 명했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1. 보험 가입 시 안내 자료 보관의 중요성: 보험 가입 시 받은 가입안내서, 가입설계서 등 모든 서류는 계약 내용 해석에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잘 보관해야 합니다.
2. 변동 가능성 문구 확인: 보험 상품 안내서에 '예시 금액은 변동될 수 있습니다'와 같은 문구가 있다면, 해당 금액이 확정적인 것이 아님을 인지하고 미래 가치 변동에 대비해야 합니다.
3. 약관과 안내 자료의 차이 확인: 보험 가입 시 제공되는 안내 자료의 내용과 실제 보험 약관의 내용이 다른 경우, 어떤 내용이 계약의 최종 내용이 되는지 명확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유리한 조건이 제시되었을 경우, 해당 내용이 약관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또는 별도의 특약으로 명시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4. 중요 내용에 대한 명확한 합의: 약관에 명시되지 않은 특별한 조건이나 기대하는 지급액이 있다면, 보험사와 해당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가능하면 서면으로 별도의 약정을 받아두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