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D빌딩 관리소장으로 약 16년간 근무했던 원고가 D빌딩관리단을 상대로 미지급 퇴직금과 연월차수당, 급여를 청구했으나, 법원은 원고가 D빌딩관리단의 근로자가 아니며 별개의 단체인 D 번영회의 근로자였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모든 청구를 기각한 사례입니다. 원고는 주위적으로 근로자로서의 퇴직금 등을, 예비적으로 위탁계약에 따른 용역비, 표현대리 책임,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했으나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원고 A는 2003년 5월부터 D빌딩 관리소장으로 근무하며 공용부분 관리, 관리비 징수 및 지출 등의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원고는 D 번영회장 E과 건물 관리에 관한 업무 위탁 계약을 체결하고, 관리사무소 사무실을 무상으로 임차하는 내용의 공증된 계약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2004년에는 D 번영회장과 관리소장 급여지침 합의서를 작성하여 매년 1개월분 월급(퇴직금조), 연월차수당 등을 지급받기로 했습니다. 원고는 2017년까지 이 합의에 따라 급여 및 수당을 받았으나, 2018년부터 지급받지 못했습니다. 2018년 9월경 건물 구분소유자들 사이에서 관리단 총회 개최 시도가 있었고, 2018년 10월에는 구분소유자 F이 원고에게 관리소장 해임 통보와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습니다. 법원의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에 따라 원고는 2019년 2월 14일 근무지에서 퇴거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퇴직금, 미지급 연월차수당, 급여 등 총 39,405,500원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원고 A가 피고 B빌딩관리단의 근로자로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는지 여부입니다. 만약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단될 경우, 관리업무 위탁계약에 따른 용역비 청구, 민법 제125조의 표현대리 책임, 또는 민법 제741조의 부당이득 반환 청구가 성립하는지도 함께 다루어졌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며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원고가 청구한 39,405,5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피고 B빌딩관리단의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원고는 D 번영회 또는 그 대표자로부터 업무 지시와 급여 합의를 받았으며, 임명장, 급여대장, 회의록 등 모든 서류의 최종 결재권자가 D 번영회장이었으므로, 원고는 번영회에 종속되어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피고 관리단은 번영회와 법률 관계를 맺지 않았고, 번영회가 관리단으로부터 적법하게 관리 사무를 위임받았다는 증거도 없었으므로 피고가 원고의 사용자 지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위탁계약에 따른 용역비, 표현대리 책임, 부당이득 반환 청구에 대해서도, 피고 관리단이 번영회의 권리 의무 관계를 승계했다고 볼 수 없고, 계약 상대방이 아닌 제3자인 피고에게 직접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는 이유로 모두 기각했습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및 사용자 판단 기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됩니다. 판단 기준으로는 ▲업무 내용의 사용자에 의한 지정 여부 ▲취업규칙, 복무규정 등의 적용 여부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 여부 ▲근무시간 및 장소의 지정·구속 여부 ▲비품, 원자재, 작업도구 등의 소유관계 ▲보수의 근로 자체에 대한 대가성 여부 ▲기본급이나 고정급의 유무 및 근로소득세 원천징수 여부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의 전속성 ▲사회보장제도 적용 여부 ▲양 당사자의 경제·사회적 조건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됩니다. '사용자' 또한 계약 형식이나 법규 내용에 관계없이 실질적인 근로관계를 기준으로 판단하며, 위와 동일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대법원 1999. 2. 9. 선고 97다56235 판결, 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7다7973 판결 등 참조). 본 판례의 적용: 원고는 D 번영회장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급여지침 합의서를 작성했으며, 급여대장과 회의록의 최종 결재권자가 번영회장이었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원고가 번영회에 종속되어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보았고, 피고 B빌딩관리단은 번영회와 법률 관계를 맺지 않았으므로 원고에 대한 사용자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민법 제125조 (표현대리): '제3자에 대하여 타인에게 대리권을 수여함을 표시한 자는 그 대리권의 범위 내에서 행한 그 타인과 그 제3자 간의 법률행위에 대하여 책임이 있다. 그러나 제3자가 대리권 없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이는 어떤 사람이 대리권을 주지 않았거나 대리권 범위를 넘어서 행한 행위라도, 상대방이 대리권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본 판례의 적용: 원고는 피고 B빌딩관리단이 번영회에 관리단의 외관을 부여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피고 관리단의 적법한 의사결정 절차를 거쳐 번영회 또는 번영회장에게 대리권 수여의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표현대리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민법 제741조 (부당이득의 내용):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 이는 법적인 근거 없이 다른 사람의 노력이나 재산으로 이득을 얻었다면 그 이득을 돌려주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본 판례의 적용: 법원은 계약상의 급부가 계약 상대방뿐만 아니라 제3자의 이익으로 된 경우, 급부를 한 계약 당사자는 계약 상대방에게 계약상의 반대급부를 청구할 수 있을 뿐, 제3자에게 직접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02. 8. 23. 선고 99다66564, 66571 판결 등 참조). 원고는 D 번영회와 고용 계약을 맺었으므로, 피고 관리단이 이익을 얻었더라도 직접 피고에게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임용이 무효로 된 공무원의 부당이득 청구 사례와는 법률 관계가 다르다고 보았습니다.
집합건물의 관리소장이나 이와 유사한 직위에서 근무하는 경우, 자신의 실제 '사용자'가 누구인지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계약서상의 명의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누가 업무를 지시하고 감독하며, 급여를 지급하고 최종 결재를 하는지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건물 관리와 관련하여 '번영회', '상가번영회' 등 임의 단체와 '관리단'은 법적으로 다른 주체이며, 건물 관리단은 구분소유자 전원으로 구성되어 적법한 의사결정 절차를 거쳐야만 법적 효력을 가집니다. 따라서, 관리 업무 관련 계약 체결 시에는 계약의 상대방이 법적으로 정당한 권한을 가진 주체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또한, 근로자로서의 권리(퇴직금, 연차수당 등)는 계약의 형식보다는 실제 근무 관계의 '종속성'(지휘·감독 여부, 임금의 대가성 등)을 기준으로 판단되므로, 이러한 실질적 근로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업무 지시 내용, 급여 명세, 근무 기록 등)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특정 단체와 계약 관계를 맺어 근로를 제공한 경우, 해당 근로로 인해 제3자가 이익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계약을 맺지 않은 제3자에게 직접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