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피고 회사에 소속된 근로자 F가 과중한 업무부담과 현장 상황으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기숙사에서 자살한 사건입니다. 사망한 근로자의 배우자와 자녀(원고들)는 피고 회사가 근로자의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여 사망에 이르게 했으므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망인 F는 D 주식회사 소속으로 공동주택 신축공사 현장에서 공무차장 및 현장소장을 겸직하며 근무했습니다. 원고들은 F가 현장의 예산 부족, 촉박한 준공 기한, 그리고 2018년 12월 30일 발생한 하청업체 인부 사망사고 등으로 인해 극심한 압박감과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사망사고 이후 F는 노동청 조사에 출석했으며, 2019년 1월 8일에는 상사에게 '진짜 하루하루가 죽고 싶다'며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F는 2019년 1월 20일 기숙사 자신의 방에서 목을 매어 자살했습니다. 망인의 배우자와 자녀인 원고들은 피고 회사가 F의 과중한 업무를 분배하고 사망사고로 인한 충격에서 벗어날 기회를 주며, 자유로운 연차휴가 사용을 보장하는 등의 안전배려 조치를 취하지 않아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총 293,279,402원(원고 A에게 87,308,521원, 원고 B에게 205,970,881원)과 지연이자를 청구했습니다.
회사가 근로자의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에 대해 사용자로서의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하는지 여부가 쟁점입니다. 특히, 회사가 근로자의 자살을 예측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근로자의 업무 강도가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 이례적으로 과중했는지 등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었습니다.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회사가 근로자 F의 자살을 예측할 수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F가 공무차장과 현장소장을 겸직했지만 이것이 통상적인 업무 강도를 넘어 이례적으로 과중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현장의 예산 부족이나 준공 기한 촉박 문제가 F의 업무 권한 밖의 영역이어서 과도한 부담을 줬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했습니다. 하청업체 근로자 사망사고 발생 후 F가 노동청 조사를 받았으나, 그 수습 및 조사 과정에서 피고가 F에게 책임을 떠넘기거나 부당한 지시를 하여 극심한 스트레스를 주었다거나, 이로 인해 F에게 악결과가 초래될 것이 외부에 드러났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비록 F가 상사에게 '죽고 싶다'는 등의 고통을 호소했지만, 상사가 이를 진정시키려는 발언을 한 점 등을 고려할 때 회사가 고통을 가중시켰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F가 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했다는 증거도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최종적으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근로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 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합니다.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하여 근로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사용자는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용자의 보호의무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사고가 근로자의 업무와 관련성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또한 그 사고가 통상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되거나 예측할 수 있는 경우여야 합니다. 이러한 예측가능성은 사고가 발생한 때와 장소 사고가 발생한 경위 기타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대법원 2006. 9. 28. 선고 2004다44506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는 망인의 자살이 업무와 관련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 회사가 이를 예측할 수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다고 법원은 판단했습니다.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근로자의 자살에 대해 회사에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회사의 안전배려의무 위반과 자살 간의 인과관계 및 회사의 예측가능성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근로자가 힘들어했다고 해서 회사의 책임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사회평균인의 입장에서 도저히 감수할 수 없는 업무상 스트레스가 있었음을 증명해야 합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법원은 근로자의 고통 호소에 대해 상사가 나름대로 진정시키려는 노력을 했다면 회사의 책임이 경감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근로자가 어려움을 호소했을 때 회사가 어떤 방식으로 대응했는지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아야 합니다.